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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대통령은 여성성의 특징인가
[정문순 칼럼] 박 대통령이 받는 지적인 공격, 실체보다 부풀려져
 
정문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다른 이가 만들어준 정책을 앵무새처럼 읊조린 것으로 일부 드러난 지금, 역대 대통령 중 지적인 능력이 가장 뒤떨어지는 이는 누구였을지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단순하게다. 식견이나 정치적 능력 등을 깊이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독서량이 많고, 말을 잘했고, 지식의 완성 행위라는 글쓰기도 잘 했다. 김 대통령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도 대화가 통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마이클 잭슨을 만나 포옹하거나 서태지를 칭찬한 것 등은 대중문화 영역에도 안목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 원주의 토지박물관이 개관했을 때 박경리 작가를 찾아가 소설 <토지>에서 월선이 용이 품에서 세상을 떠나는 대목이 가장 감동적이었다며 소설을 눈앞에서 보듯 술술 소감을 풀어내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노 대통령의 경우는 어떤 대통령과 달리 비서진이 작성한 연설문 초안을 자신이 수정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 대통령은 역대 한국 대통령 계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을 다졌던 통치자들은 무식한 군인 대통령이라는 딱지를 벗지 못했다. 5공 청산 문제가 대두했을 때 대학가에서는 전두환의 무식함이 우스갯소리로 풍자되기도 했다. 가령, 전두환이 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차는 이유는? 정답: 무식해서. 군부 통치 종식과 문민 시대를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붓으로 한자 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자가 뜻이 깊으니 어쩌니 하는 말로 자신을 지적으로 포장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 이름을 까먹어 차씨라고 했다던가. 특히 경제 분야는 백지 상태였으며, 구제금융 전야 모든 경제 지표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주무 장관에게 대책을 잘 세우라는 말만 반복했단다. 우리가 IMF 사태를 끝내 피하지 못한 데는 당시 집권자의 경제적 무식함에도 원인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적인 것과는 더 멀었다. 시장에 가서 상인들의 발언에 동문서답하거나, 못생긴 마사지걸 서비스 운운한 발언이나, 결정적으로는 쉬운 맞춤법조차 틀리는 것 등이 그 징표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전과 14이나 등의 별호에서 보듯 교활하고 약삭빠르다는 인상이 훨씬 강하다. 범죄 머리가 트였다는 건 나쁜 쪽으로 머리가 좋고 지적이라는 뜻이니 오히려 무지함의 반대 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식하고 멍청한 대통령 타이틀은 현 집권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대통령 되기 훨씬 이전에도, 하루에 구사하는 낱말이 200개도 채 안되더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대중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던 박 대통령의 경우 정치를 시작한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비밀에 덮인 일상이 조금씩 봉인에서 해제되기 시작한 것도 최근 몇 달 사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치에 입문한 초기부터 머리 나쁘다는 말이 돈 것이 얼마나 납득할 만한 근거를 띠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정체는 잘 모르지만 무식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뜻인가?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받는 지적인 능력에 대한 공격은 지나친 구석이 없지 않다.
 
특히 수첩공주별호의 경우 수첩에 적는 습관을 머리 나쁨 때문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비난하는 태도라면 동의할 수 없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행동이라면 평가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트집 잡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박 대통령을 닭에 빗대는 것도, 왜 하필 하고 많은 새 중에 닭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남성이었어도 닭 별명을 달았을까.
 
홍성담 화가가 그린 박 대통령의 박정희 출산 그림도 박 대통령이 할 줄 아는 거라곤 출산 능력밖에 없으며 그마저도 엉뚱하다고 비웃는 시각이 들어있다. 여성의 의지가 전혀 개입할 수 없고 타고난 자질일 뿐인 생식 기능을 조롱하는 태도를 내보인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이 겪었던 수난과는 별개로 참 불편하다.
 
물론 주어와 술어가 따로 노는 말버릇이나 대선 토론 때의 횡설수설,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한테서 우스갯소리로나마 멍청하다는 말을 들은 것, 비서관과 최순실의 합작 원고를 보고 읽는 것밖에 몰라서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은 것, “혼이 비정상따위 표현이 대통령의 품격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발언인데다 그마저도 비선실세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음 등은 박 대통령이 지적 능력에서 적잖은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역대 집권자 중 독보적으로 무식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기본적인 한국어 문해 능력조차 의심스런 이 전 대통령과 쌍벽으로 평가받지 않고 영예의 왕관을 독차지할 경우 MB께서 서운할지도 모른다.

 

▲ 결함 많은 여성대통령을 핑계로 여성의 존재 자체를 불온시하고 깔보는 시각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 11월 30일 한겨레 그림판

 
지금 추세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퇴임 후 전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별을 달 경우 세상은 더 이상 멍청하다고 비웃지 않고 뛰어난 범죄 머리를 가졌다고 평가해 줄까? 지금껏 드러난 혐의만 해도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핵심 주범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여론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의 꼭두각시로만 보거나, 드라마, 성형수술, 옷차림, 명품에 미친 점만 부각한다. 박 대통령이 정말 국정에는 소홀히 하면서 엉뚱한 것에만 빠졌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을 모자라고 멍청한 사람으로만 보는 시각이라면,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불쌍한 여성이라며 그를 지지했던 콘크리트 지지층의 생각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여자는 지적으로 무능하기 때문에 정치는 남자만 해야 하며 남자를 집안에서 내조하는 게 여자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자격 없는 대통령에게 투사될 경우 나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절대 여성 대통령 뽑자는 말이 안 나올 것이다.”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개탄한 어떤 이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부터 여성 대통령을 배제해 버린 건 아닌지 스스로 진단해 보아야 한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중학생에게 조준사격을 명하고, 반만 년 역사를 함께해 온 강을 돌이킬 수도 없이 파헤쳐놓은 남자 대통령들을 보며, “앞으로는 절대 남자가 대통령 될 일은 없겠다.”라는 탄식이 사람들 입에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부른 가수는 박 대통령이 결혼을 했다면 틀림없이 박 아줌마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 나라의 여성 대부분은 미스 아무개아니면 아줌마라는 비칭이나 반말을 들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박 대통령, 당신은 대통령 자격도 없으니 그냥 미스야.”라는 암묵적인 비아냥이 깔린 미스운운은, 평소에 미혼 대통령을 미스 박으로 부르고 싶었던 욕구가 대통령의 약점을 구실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로써 미스는 단지 결혼하지 않은 여성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 자격 없는 대통령처럼 공직 역할을 맡기에 부적절한 여성에 대한 지칭으로까지 커지는 것이다. 아무 죄도 없이 박 대통령과 동일한 존재로 규정돼 버린 수많은 미혼여성들이 불쌍해진다.
 
여성의 존재 자체를 불온시하고 깔보는 시각이, 결함 많은 여성대통령을 핑계로 촛불처럼 번지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촛불집회를 하는 이유는 대통령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데만 있지 않다.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 퇴진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를 잊어서는 안된다
  
1130일 경남도민일보 게재 칼럼을 손본 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6/12/03 [10:0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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