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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녹음파일, 검찰은 왜 아니라고 하나?
 
권영철   기사입력  2016/11/30 [02:17]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정호성 녹음파일'이 일파만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언론에서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단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또다른 언론에서는 정 전 비서관의 최측근을 인용해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최순실 씨가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지시하고 박 대통령이 그 지시를 따르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도 이를 인용하거나 '정호성 녹음파일'이 공개될 경우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유사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SNS에서는 이런 내용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자 검찰에서는 '정호성 녹음파일'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추측성 보도의 자제를 공식 요청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정호성 녹음파일, 검찰은 왜 아니라고 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은 '정호성 녹음파일'과 관련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거냐?

= 그렇다.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인터넷의 떠도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선생님'으로 호칭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압수물 내용은 수사파트에서 극수소위 사람만 접하기 때문에 같은 수사팀에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검사들이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압수물 등에 대해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대검 관계자도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어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이한형 기자)

▶ '정호성 녹음파일'의 존재는 검찰이 먼저 공개한 것 아닌가?

= 그렇다. 사실 검찰이 '정호성 녹음파일'의 존재를 공개했다.

검찰은 10월 29일 정호성 전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2대의 휴대전화기에서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지난 11월 6일 공개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 6일 구속영장 발부)

검찰관계자는 "대통령이 업무를 지시하면 정 전 비서관이 '네 알겠습니다'하는 정도의 내용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어 보인다"며 "정 전 비서관은 더 정확히 업무를 이행하기 위해, (박 대통령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녹음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11월 20일 정 전 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정호성의 휴대전화 등 많은 양의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 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등 180건이 넘는 문건을 유출했으며 이중 44건은 공무상 비밀에 속한다.

검찰이 구체적으로 녹음파일의 내용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녹음파일의 존재와 대통령의 범죄입증의 중요 증거라는 걸 공개한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 그런데 왜 아니라고 하는 거냐?

= 첫 번째는 검찰이 구체적인 음성파일이나 녹취록을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휴대전화 등 핵심증거를 확보"했다거나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공모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지 '녹음파일에 이런저런 내용이 있다'고 공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선생님'으로 불렀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방어에 나섰다.

두 번째는 수사기법상 녹음파일이 공개될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녹음파일'은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하지 그걸 사전에 공개하는 건 수사기법에도 맞지 않다"며, "수사팀에서 그걸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을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녹음파일의 내용이(사실여부를 떠나) 공개되는 건 수사에 유리하지도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수사대상이 현직 대통령인데 녹음파일을 공개해서 압박하는 건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20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정호성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유영하 변호사는 "증거를 엄밀히 따져 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하여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으로, 중립적인 특검의 엄격한 수사와 증거를 따지는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수사팀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그간 진행돼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검찰을 이용해 위기를 넘겨왔던 청와대가 못믿을 검찰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사표를 낸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진단이다. 결국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네 번째는 '정호성 녹음파일'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피의사실을 흘리거나 피의자를 압박하는 내용을 흘리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검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리한 수사는 반드시 뒷탈이 있다"면서 "현직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내용이 사전에 유출 될 경우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정호성 녹음파일'에 대한 추측이나 억측을 방치할 경우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거나 '최순실 씨가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대통령 위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게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검찰이 이를 방치하다가 '정호성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알려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할 경우 국민들은 이를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공개적으로 추측보도 자제를 촉구하면서 나선 것이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정호성 녹음파일'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거냐?

= 정말 궁금하다. 또 국민 대부분이 궁금해 한다. 그렇지만 검찰에서는 음성파일이나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 핵심관계자가 "들어보면 깜짝놀랄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걸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신중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 정도 반응이면 상당히 실망스런 대목이 들어 있는 걸로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지금까지 밝힌 부분과 이런 반응을 종합해서 추론해 보면 국민들이 들었을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내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에 나돌아 다니는 녹취파일은

정호성과 최순실 통화내용

정호성 : 최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진척상황과 왜 빨리 안하는지 알고싶어한다. 빨리 처리하라고 하신다..

박근혜 : 이번주내로 처리될것 같다.. 최선생님에게 잘 말씀드려라.
최순실 : 그거 어떻게 되었어

정호성 : 대통령님께 보고했습니다

최순실 : 그런데 왜 이때가지 안해 빨리 독촉해서 모레까지 하라고 해

정호성 : 하명대로 하겠다.. 내일 대통령께 다시 독촉하겠다

▶ 이 녹취파일이 공개 될 수는 없는 것이냐?

= 일단 검찰 단계에서는 '밀봉'이 된 상태라는 게 검찰내부의 반응이다.

특수통 출신의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를 해본 사람은 저걸(음성파일- 녹취록)을 보는 순간 밀봉한다"면서 "처음 녹취록을 받으면 수사검사가 들어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부장에게 보고하고 부장은 차장 검사장 총장에게 보고하고 바로 밀봉하고 접근금지한다. 아무도 못보게 하고 복사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녹취록이나 음성파일의 내용은 1차적으로 녹취록을 만들었을 수사관, 수사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와 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정도만 봤거나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내부의 반응이다. 아무리 많아도 1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녹취록은 보고를 한 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자료를 회수하는 게 기본이라고 한다.

따라서 검찰에서 공개되기는 어렵다. 다만 법원에서 1심 공판이 끝나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통진당 사건' 당시에도 녹음파일은 1심 판결이 난 뒤 헌법재판소가 법원으로부터 받아서 공개한 적이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또다른 길은 3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조사에서 공개될 수도 있다. 국조특위 야당측 간사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이라도 검찰은 녹취파일을 공개해야한다"면서 "국정조사계획서상에 수사상 재판상의 이유로 자료제출거부를 못하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 '녹음파일'이 공개하지 않으면 추측이나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신뢰나 권위나 모든 걸 상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될 녹음파일은 공개하는 게 국정혼란을 수습하는 지름길 일 수도 있다.

형사적으로는 중요한 증거니까 검찰의 설명대로 수사나 재판에서 사용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 그리고 그걸 중간에서 매개한 정호성 전 비서관과의 통화내용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나 최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할 때 전화기의 자동 녹음 기능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비서관이 녹음한 이유는 "지시를 빠뜨리지 않고 이행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지시가 있었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녹음파일이 공개되어야 한다.

당장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받고 전화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그 서면보고를 정호성 비서관이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전화도 박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인지 정 전 비서관을 통해서 한 것인지도 가려져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조사없이 검찰이 공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지만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녹음파일이 빨리 공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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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30 [02: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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