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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바꿀려면 '사회권력' 가져라!
[책동네] 진보지식인들 '입에 풀칠도 못하는 이들에게' 대안 제시나서
 
김철관   기사입력  2016/10/19 [15:38]

 

▲ 표지     © 북콤마


현재 진행형인 불평등, 불공정, 불안전, 불균형, 불통 등 5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가 성찰하고 합의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책이 나왔다.


주거, 교육, 통신 공공성을 확보하는 활동에 매진하면서 중소상공인, 풀뿌리경제의 생존권 보장운동,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개선, 갑을 문제 개혁과 '을' 살리기 캠페인, 경제민주화를 통한 민생활력 제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아람 <소수의견>의 저자 등을 인터뷰해 기획한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가짜 민생 vs 진짜민생->(북콤마, 2016년 8월)은 뼛속 깊이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인간학적 성찰을 담은 책이다.


기울어진 사회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겠다는 상생의 정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상생하기 위해서는 나누어야 하고, 나누기 위해서는 나눌 거리가 있어야 한다. 나눌 거리를 위해 고용과 노동이 안정되고 지속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민생을 회복하고 사람이 상생하기 위해 철학과 법과 제도가 협업하면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법인 스님의 여는 글 중에서-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불평등한 사회가 바뀌려면 사회 권력이라는 교두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는 상층부 최고 권력의 교체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아래에 있는 권력, 즉 기업권력뿐 아니라 사회 권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등한시 했다. 사회 권력이라는 교두보가 있어야만 그 토양 속에 정치권력도 꽃피울 수 있는데, 사회라는 토양은 전혀 가꾸지 않은 채, 갑자기 그냥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건너뛰었다. 정치권력을 쥐면 자기들이 자본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안 바뀌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민생은 동물에게 먹을거리를 주는 민생이라고 꼬집고 있다. 국민을 동물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부가 얘기하는 일자리도 동물에게나 주는 일자리, 인간을 동물 취급할 때 나오는 일자리라고 항변한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우리사회가 점점 삶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노동도 죽음도 잘 보이지 않는다. 동네에서 장례를 치르는 풍경이 어느새 사라졌다. 상여가 문밖을 나서지는 않더라도 장례차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모습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김 교수는 좋은 사회는 소속감만으로 구성원들에게 품격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은 사회가 자신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매 순간 직감한다. 어떤 사회적 공간에 가면 사람들은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테면 우리가 성당이나 고찰 같은 유서 깊은 건축물을 찾아갔을 때,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받는 경험이 그렇다. 좋은 사회는 소속집단으로 구성원들에게 품격을 누리게 하는 곳이다." - 본문 중에서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상위 소득순위 10%에 들어가는 지식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나는 지식인이 중위소득보다 많이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식인이 중위소득보다 조금 덜 받고 그 대신 사회적 평판에 만족하며 살아야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지식인은 대체로 소득순위 상위 10%안에 들어간다." - 본문 중에서-


그는 경제학에서 반드시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경제학에서 도덕을 빼버린 것이 가장 치명적인 한계이다. 경제학은 윤리학과 결합되어야 한다. 윤리학을 빼버린 순간 경제학이 망가졌다. 그다음에는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일을 당연한 것처럼, 오히려 그게 합리적인 행위인 것처럼 하게 되었다."


2014년 국세청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하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부동산 22만평이 감소(2007년 24.72㎢->2012년 23,99㎢)할 동안, 상위 1%는 서울시 면적의 5배(2007년 2658.97㎢->2012년 5724.84㎢)가 증가했다. 통계청 2011년 2012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하위 20% 자산이 5만원이 늘 동안, 상위 1%는 3억 8923만원이 증가해 290배의 차이가 났다. 2012년 2013년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 의하면 주식 등을 통한 부의 되물림은 3년 만에 78.9% 증가했다. 이는 불평등의 구조화와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가 민생에 대해 무관심했다고 지적한다.


"정치라는 큰 이름을 민생이라는 작은 이름으로 쪼개어 들어다볼 필요가 있다. 아래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변화가 시작된다." - 분문 중에서-

 

조 교수는 수구 보수 세력은 민생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 민원 들어주기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민생은 국민들에게 입에 풀칠은 하게 해주겠다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하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특권 없는 상태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중략). 한국사회는 이상하게도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의 먹을거리를 걱정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울타리 안에서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더 잡아먹도록 보장해주어야 초식동물도 살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주장된다."- 본문 중에서-


손아람 <소수의견>의 저자는 설계대로 세상을 바꿔가는 사람들이 있고, 세상에 맞춰 설계도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가 늘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언제나 후자가 바꾼 설계도대로 승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상가 권리금에 대한 보호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법의 이름을 앞세워 가혹하게 집행하는 모습은 가히 종교적 행위라 할만하다.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이것이 법이다'라는 유일한 잣대로 현실을 법의 테두리에 욱여넣는 것은 종교의 논리이다." - 본문 중에서-


다섯 명의 필자를 통해 서민의 인생이 사람대접도 못 받는 불평등한 현실사회에서 진짜 민생과 가짜 민생이 뭔지를 깨닫게 한다. 바로 뼛속 깊이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인간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기획에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다섯 명의 저자와 아홉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여연대 팟캐스트 녹음실과 카페, 대학 연구실 등에서 이루어졌다. 필요한 경우 서면인터뷰가 추가 됐다. 김남근 변호사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최인숙 민생팀장 등이 주도해 실무 간사와 시민활동가들이 인터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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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19 [15: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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