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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승화된 120명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의 삶
[책동네] 이윤옥 시인 '서간도에 들꽃피다6', 여성항일독립운동가 조명
 
김철관   기사입력  2016/09/08 [16:35]

 

이윤옥 시인이 매년 20명씩 6번째로 발굴, 시로 승화한 120명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소개한 <서간도에 꽃이피다6>표지     © 얼레빗

이윤옥 시인이 지난 2011년부터 매년 8월 발표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 시리즈 6권이 나왔다.

국내, 중국 등에서 활동한 항일여성운동가의 흔적을 찾아 소개하고 헌시를 쓴 이윤옥 시인의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6>(얼레빗, 2016년 8월)이 지난 8월 15일 광복 71주년을 기념해 출판했다.

2011년 8월 첫 선을 보인 <서간도에 들꽃피다>는 매년 8월 출판을 했고, 각 권의 시집마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인을 선정해, 헌시와 발자취를 글로 남겼다.

1919년 9월 2일 사이토 총독이 부임할 때 남대문역에서 폭탄을 던진 강우규 의사는 잘 알고 있지만, 그를 경성부 누하동 임재화의 집으로 피신시킨 탁명숙 애국지사는 잘 모른다. 이번 시집에는 간호사 출신 탁명숙(1890.12.4.~1972.10.24.) 항일여성운동가를 소개했다.

흰 옷을 사랑하는 백의 천사
탁명숙

흰 옷을 사랑하는
겨레를 돌보던
백의의 천사

사이토를 응징하던
강우규 지사 도와
흰 가운에 붉은 피
묻히며 투쟁하던 임

항일의 목소리
놓지 않고
4.3항쟁 고아까지 보듬은
임은 정녕
겨레의 천사여라

탁 애국지사는 함경남도 장평군에서 출생해 세브란스병원 간호부양성소를 졸업했다. 원산 구세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서울에서 1919년 3월 1일 독립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서울로 상경해 3월 5일의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심계월 애국지사는 공산주의운동에 매진하면서 항일운동으로 도피 중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금과 은신처를 제공하다 체포돼 지역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심 애국지사는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여성독립운동가는 유관순, 심계월, 이신애 등 176명이지만, 이중 고작 13명만 국가보훈처로부터 서훈을 받았다.

독립운동가 김한의 애인으로 알려진 신정균 애국지사는 자신의 집을 팔아 김한에게 독립자금을 전해주었다. 그는 신간회, 근우회 등을 통해 민족운동을 펼치는 한편, 문맹퇴치를 위한 부인교육 등에 힘썼다. 그의 애인 김한은 1920년 2월 임시정부 법무부 비서국장을 지냈고, 1923년 1월 12일 김상옥 의사의 종로경찰서 투탄 의거에 연루돼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제주 해녀 부덕량 애국지사는 일본의 수탈행위에 해녀권익을 위해 호미와 빗창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검거돼 옥고를 치렀다. 당시 부 애국지사는 21살이었고 일제는 배후조정을 캔다는 이유로 한 달 이상 집중 고문을 했다. 6개월 후에 풀려났지만 고문의 후유증으로 28살의 젊디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제주 구좌읍 구좌리 문주란 자생지 토끼섬 앞 건너편, 구좌읍 하도리 425번지에 무덤과 비석이 있다.

박치은 애국지사는 핏덩어리 아이를 둔 산모로, 왜경에 나체로 심문당하다 아기가 젓을 못 먹어 경찰서 문 앞에서 죽은 비운의 항일여성운동가이다.

“네 남편 곽치문은 권총을 차고 다니며 왜경을 마구 쏘아 죽이는 악질분자이다(중략)... 박치은 애국지사를 취조하던 왜경은 옷을 모두 벗기면서 ‘그나체 좀 구경하자’며 실신하도록 팼다. 거의 초죽음 상태에서 박 애국지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갓 태어나 한 달 밖에 안된 어린생명이 떠오른 것이었다. 유치장 밖에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이를 떠 올리며 ‘아기에게 젖을 주어야 하니 아기를 이리로 들여보내주시오’라고 애원했다(중략)... 왜경은 끝내 이들의 모녀를 면회시켜주지 않았다. 아기를 안고 온 친척은 삼일동안 유치장밖에서 애걸복걸 해보았지만 왜경은 이들의 면회를 허락하지 않아 끝내 아기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분문 중에서-

핏덩이 남겨두고 독립의 깃발 높이든
박치은

대동강물 흐르는 비옥한 땅
일제 침략 없었다면
구김살 없이 살아갈 터전
등지고

빼앗긴 나라 되찾고자
갓 태어난 핏덩어리
남겨두고 뛰어든
험난한 가시밭길

어미 품 그리며
유치장 밖서
숨져간 어린 딸

하늘이여
두 모녀 가는 길
무궁화 꽃 뿌려주소서

강주룡 애국지사는 1031년 5월 평원 고무공장 파업을 주도하던 중 왜경의 간섭으로 공장에서 쫓겨나자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무산자 단결과 노동생활의 참상을 호소하는 한편, 고용주의 비인도성을 거세게 비판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다.

<서간도에 들꽃피다6>은 노동자 민족차별에 항거한 강주룡, 비밀여성단체 송죽회로 투쟁한 김경희, 무등산소녀의 나라사랑 김금연, 상해 인성학교 독립정신 펼친 김윤경, 조선여공의 횃불 박재복, 핏덩이 남겨두고 독립깃발 높이든 박치은, 여문 손끝으로 군자금 모은 백신영, 비바리 한성을 이끈 부덕량, 봉건의 너울을 벗고 독립길 걸은 신정균, 독서회로 독립정신 일군 심계월, 수예품 만들어 군자금 마련한 유인경, 독립자금 모금의 여걸 이겸양, 태평양 넘은 광복의 빛 이희경, 서간도 모진 바람 견뎌 낸 임수명, 용두레 샘골의 꼿꼿한 영혼 장태화, 통영에 울려퍼진 기생의 절규 정막래, 두려움 떨친 여자광복군 조순옥, 마산 의신학교 열다섯 소녀 최봉선, 흰 옷을 사랑한 백의의 천사 탁병숙 등 20명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헌시와 글을 남겼다.

첫 2011년 <서간도에 들꽃피다1>는 곽낙원, 김락, 김향화 등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소개했고, 2012년 두 번째 시집은 동풍신, 부춘화, 최용신 등을, 세 번째 2013년 시집은 오정화, 이선경, 최혜순 등을, 네 번째 2014년 시집은 조화벽, 신정완 등을, 다섯 번째 2015년 시집은 유관순, 박정선, 김 알레산드라 등을 속개했다. 각 시집에는 20명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윤옥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6권을 내 12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시리즈 시집 <서간도 들꽃피다>를, 10권을 목표로 200여명의 여성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기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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