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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3.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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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저항과 전복의 언어
[정문순 칼럼] 거칠게 나가는 커뮤니티 하나쯤 있어도 괜찮아
 
정문순

“사탕을 왜 혼자 먹어요? 입 안에 든 거라도 주세요.” “문순 씨, 우리 둘이 무슨 사이일까요?”
 
기혼자인 내게 성적 수치심까지 자극하며 ‘작업’을 걸어온 저 사내는 노동운동가 출신이자 성차별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진보적인 단체에 있는 사람이었다. 노동 차별, 성차별을 무수히 보고 겪으며 운동 판에서 청춘을 보낸 운동가가, 기껏 동료라고 편하게 대해줬더니 나한테 흑심을 품은 ‘잡놈’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륜은 어디에다 삶아먹었는지 여리고 만만하게 보이는 나한테 추태를 부린 운동권 사내들은 한 ‘놈’뿐이 아니었다. 취중에 전화를 걸어 밀월여행을 가자고 조른 놈도 있었고(이 자는 모 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시다), 모임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는 내게 술 냄새 풍기며 졸졸 따라와서 연락처를 집요하게 요구하여 기어코 받아 낸 놈도 있었다.
 
진보를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남자들의 저질스러운 행태를 겪은 이상, 내가 진보 남성의 성인식 수준이 저 정도이니 여느 남자들은 말해 무엇 할까 하는 생각을 한들 누가 비난하겠는가. 나는 남자를 믿지 않는다. 나더러 남성 일반을 성차별주의자, 성폭력 예비범죄자, 여자만 보면 발정난 개처럼 구는 자들로 몬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 나는 남성혐오주의자다.
 
나는 구석기 수렵채집 시대, 여성이 생산력을 장악하고 어쩌다 한 번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사냥감을 갖고 돌아오던 남자들이 여자한테 그것밖에 못 잡았느냐며 타박을 받고 밥도 못 얻어먹고 쫓겨나기 일쑤였던 원시공산제를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신석기혁명으로 정착농의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여성은 ‘갑’의 위치를 점했다. 여성과 남성의 권력 관계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한 건 수백만 년 인류 역사에서 단 1만년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남혐’인 건 당연히 내 잘못이 아니다. ‘여혐’이 먼저 사라지지 않는 한 남혐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여혐의 젖줄기는 남혐이다. 여혐이 기승을 부리면 남혐도 똑같이 기세등등해져야 한다. 여혐을 물리칠 수 있는 건 남혐밖에 없다. 여혐이 사라진다면 밥줄을 잃은 남혐도 알아서 시들 것이다.
 
메갈리아의 인식 구조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녀들은 일생 동안 여성 혐오가 뿌리 깊이 체화한 남자들을 무수히 봤고 그런 남자들에게 일상적인 피해를 입어왔다.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어제의 정보가 오늘 낡은 것이 되고 내일 쓰레기가 되는 세상에서도 남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상이 변할수록 뒤로 후퇴하는 경향마저 있다. 여성가족부가 생겼고 호주제가 죽은 세상임에도 ‘일베’라는 기이한 괴물이 탄생했다.
 
메갈리안(메갈리아 사이트 이용자)들은 남성 일부만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헛소리에 불과하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남자들의 57.6%가 성매수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일부’ 운운하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대학의 학내 SNS 공간에서 남학생들이 주고받는 여성 혐오 대화에서 보듯 ‘일베’ 같은 반인륜, 초여성혐오 집단들이 극히 일부 인격장애 남자들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나는 우매하게도 그동안 ‘김치녀’, ‘된장녀’의 정확한 용례를 모르고 살았다. 고작 먹는 음식에다가 여자를 빗대는 저급한 수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왜 메갈리안들이 김치녀, 된장녀라는 말을 극도로 혐오하는가. 여자를 발효식품에 비유한 것은 여자 몸을 악취 풍기는 존재로 비하하는 것이며 더 노골적인 뜻은 성기를 비하하는 데 있었다. 여성을 냄새 나는 존재로 격하하는 것만으로도 혐오가 깔려있는데 그 혐오 대상이 성기인 것은 더 갈 데 없는 막장 혐오이다. 여성 성기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보슬’ 등의 표현도 인터넷 상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성기를 연상하거나 입에 담는 몹쓸 표현들이 점잖을 것 같은 남자들도 쓰는 용어로 굳어지는 동안 대부분의 여성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김치녀 용어가 태어난 지도 이미 10년이 넘었다. 좀 진보적이라고 평가 받는 미디어다음 사이트 이용자들은, 정치 성향이 야당 지지에 기울고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 모르긴 해도 중·고등학생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소수자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에게서는 반여성적인 성향이 극도로 두드러진다.
 
군대 가산점 이야기만 나오면 우르르 달려들어 여성을 병역기피자나 국방 의무 불이행자로 내몰고, 성폭력 사건이 나오면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거나 남자에게 꼬리를 쳤다며 가해 남자를 두둔하고, 성매매 사건이 나오면 인간의 본능을 규제하지 말라며 합법화를 주장한다. 이들은 남자가 여자한테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억울해 하며, 여성을 남자한테 기식하고 무임승차의 특권을 누리는 자, 의무는 소홀히 하면서 권리는 챙기는 싸가지 없는 ‘년’들로 낙인찍는다.
 
장년 이상의 여성들은 페미니스트라도 여성 혐오를 그냥 참고 넘기는 데 익숙하다. 모욕을 느끼는 데도 익숙해지면 면역도 웬만큼 생성됐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다르다. 메갈리아에 올라 있는 글을 대충 훑어보니 메갈리안들은 젊은 고학력 여성들이 많은 듯하다. 대학생이나 중산층 전문직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정보력도 뛰어나고 성차별과 관련한 인식도 정확하다. 높은 지식과 경제력은 자신감의 기반이 되어 준다. 이들은 자신들이 배울 만큼 배웠고 돈도 잘 버는데 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노력하기만 하면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강고한 성차별 구조가 자신들을 비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혈기 넘치는 젊은 그녀들은, 머리만 페미니스트일 뿐 현실에서는 좌절과 의기소침을 택하는 여자들과 달랐다. 우리를 김치, 된장에 빗대고 성기를 비하해? 오냐. 그대로 갚아주마. 칼에는 칼, 보습엔 보습으로.
 
신화에서 뱀 머리 달린 메두사를 죽인 것은 메두사 자신이었다. 자신을 쳐다보기만 해도 적을 죽게 하는 메두사의 마법은 페르세우스 왕자가 방패에 메두사를 비춰준 순간 메두사의 죽음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미러링’은 여성혐오 언어를 그대로 발화자에게 되돌려줌으로써 발화자의 언어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야만적인지 폭로하는 전략이다.
 
‘씹치남’처럼 남자들이 여성 성기를 동원하여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그대로 남자들에게 돌려주는 과감한 발상은 머리 위에서 내리꽂히는 폭포수처럼 아찔한 청량감과 봄날 이글거리는 아지랑이를 보는 듯한 어지럼증을 안겨 준다. 아아, 이런 표현이 여성의 입에서 나오다니.자신이 능멸당한 언어를 가해자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이 현란함이여! 남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좃나’에 대응하는 ‘봇나’를 만들고 ‘좃나’는 부정적이지만 ‘봇나’는 긍정적으로 쓰인다고 할 때도 그 절묘한 용어 뒤집기는 얼마나 통쾌하고 후련한가.
 
물론 점잖은 사람들에게는 폭력 서클의 여학생들이 하는 말을 방불하게 하는 메갈리안들의 욕설 범벅이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욕인지 말인지 구별 되지 않는 언어 전략에서는 이미 김어준 등의 선구자가 있으므로 별스러울 것도 없다. 남자가 욕설을 적나라하게 하는 것에는 통쾌하고 시원함을 느끼면서 메갈리안의 욕설에는 거부감이나 문제를 느낀다면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오히려 문제일 것이다. 왜 김어준은 되고 메갈리아는 안되는가. 오히려 메갈리안들의 욕설 되돌려주기는 ‘김치남’들이나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들이 일상에서 쓰는 성기 욕설이 얼마나 심각하게 문제가 있으며 인격 파탄을 일으키는지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이런 지저분한 현실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살아왔다.
 
어느날 건물 계단을 내려가다가 담배를 피우는 사내와 맞닥뜨렸을 때 내가 잔소리를 하자, 그 자식은 내게 ‘좆’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나를 모욕했다. 한남충들은 남자 성기, 여자 성기 가리지 않고 입에 즐겨 올리며 여성을 성적으로 모독하고 자신의 성적 우월감을 한껏 과시한다. 성기에 미쳐 사는 한남충들을 공략하는 데는 메갈리안들의 성기 도배 언어전략만큼 적절한 건 없을 것이다. 
 
메갈리아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들이 약자를 혐오한다는 것을 근거로 삼기도 한다. 이들이 성적 소수자 남성을 ‘똥꼬충’이라고 언급하는 데서 소수자 차별 의식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게이’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메갈리안들이 이들을 혐오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분명 자기모순적이고 불합리하다.
 
물론 게이들을 혐오하는 것은 여성 자신을 혐오하는 것과 같다며 게이 비하에 일침을 놓을 줄 아는 메갈리안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쪽이 대세이건 메갈리아에 성적 소수자를 혐오하거나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건 쪽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메갈리안들이 김치남들의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함) 행태와 달리 자신들은 ‘강강약약’(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함)한다는 주장의 모순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남자들 세계에서 약자인 게이가 약자에게 약하게 굴겠다는 메갈리안들에게 까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 소수자 혐오 용어를 쓰지 말자는 운영자에 대해 “여혐 문화가 일반 한남충보다 더 만연한 게 게이 커뮤니티”인데 뭐가 문제냐는 메갈리안의 항변이 있었다. 이런 단정적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메갈리안들이 일상생활에서 성적 소수자가 성적 다수자보다 여성에게 덜 여성혐오적이지 않거나 심지어 더 여성혐오적이라는 것을 느꼈다면 그들에게 성 소수자를 혐오해서는 안된다는 충고는 먹히기 힘들 것이다.
 
메갈리안이 저소득층 남성들에게 두드러지게 보이는 혐오감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지 않다. 군대를 간 병역이행자 남성 즉 ‘흙수저’인 남성일수록 용케 병역을 면제받거나 총 드는 일에서 빠진 ‘금수저’ 특권층 남성에 비해서 군 가산점에 대해 더 심한 여성 혐오를 보이기 마련이다. 즉 남성 중에서도 약자나 소수자에 속하는 남성들이 특권층이나 다수자보다 여성 혐오를 세게 드러낸다면 이는 메갈리안들의 소수자 남성 혐오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갈리안이 ‘스타벅스’를 “대기업 사원도 마음껏 갈 수 없는 고급까페”라고 정의하는 것에서도 그들이 소득 수준이 낮은 남성들을 폄하하거나 중산층 이상의 남성보다 저소득층 남성을 겨냥하는 사정이 드러난다. 스타벅스가 고급까페라는 메갈리안의 인식은, 경제력 있는 남성보다 그렇지 못한 남성들이 밥값보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홀짝거리는 여성을 비하한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소수나 약자 남성에 대한 메갈리안들의 적대 의식은 물론 정당화할 수 없지만 일상의 표면적인 체험에만 국한하면 근거가 있는 것이다. 서민이 부자정당을 좋아하고, 약자가 약자를 더 짓밟고, 여자가 여자를 싫어하는 모순이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메갈리안들이 단순히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실을 근거로 약자 남성을 강자 남성보다 더 강하게 혐오한다면, 옹호할 수는 없더라도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알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메갈리안이 소수자 남성에게 더 가혹하게 적대 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적이 나를 치는 수단으로써 적을 되치는 미러링 전략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러링 전략은 적의 경중을 구별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선별하지도 않는다.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한 모든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전략에서 다수나 소수, 강자와 약자의 무게 차이는 구별되지 않는다. 메갈리안에게 중요한 것은 남성의 여성 혐오 여부이지 그 남성이 약자인지 강자인지 소수자인지 다수자인지가 아니다. 약자든 소수자든 여성을 혐오하면 당연히 화살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혐오하지 않으면 과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돈 많은 상류층 남성이 여성혐오가 덜하다면 당연히 욕할 이유는 없으며, 흙수저 남성이나 게이가 강한 여성혐오를 보인다면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이를 미러링 전략의 한계나 약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필연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비유컨대 이는 이스라엘의 침공과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비슷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테러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자살테러 등 팔레스타인의 무력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공격이 이스라엘의 무고한 시민들을 겨냥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수천 년 간 살아온 땅을 빼앗고, 목숨을 해치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도 야금야금 침범하여 정착촌을 세우는 이스라엘이 문제라면 이스라엘 정부를 공격할 것이지 죄 없는 민간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를 왜 희생시키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팔레스타인들의 저항적 테러를 중지시킬 수 있을까. 민간인도 희생시키는 저항 말고 민가에 공중폭격을 명령하는 이스라엘 정치인들이나 돌 던지는 아이들에게 실탄을 쏘아 죽이는 군인만 응징하는 뾰족한 수가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는 이들은 없다. 침공과 테러의 악순환이 그치려면 이스라엘이 무장 침공을 먼저 그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스라엘의 침공이 끝나지 않는 한, 그것이 죄 없는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으로 돌아오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소수자나 약자 남성이 메갈리안의 강한 혐오 대상이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해 보이는 메갈리안의 약자 남성 혐오를 끝내려면 남성의 여혐부터 먼저 근절되어야 하는 것이다.
 
날이 시퍼런 메갈리아의 언어에 낯선 사람들은 메갈리아가 ‘여혐혐’(여성 혐오에 대해 혐오함)이 아니라 ‘남혐’(남성을 혐오함)에 빠져 있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큰 듯하다. 그러나 여혐혐이냐 남혐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메갈리안을 포함하여 많은 여성들은 일상에서 다수의 남성들로부터 혐오를 받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남성 다수에게 여성혐오가 뼛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메갈리안들에게 남자 전체를 적대시하지 말라는 말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메갈리안들이 쓰는 용어 중에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김치남과의 이별에는 수많은 위험이 산재하고 있기 때문에 위협들로부터 안전히, 목숨을 유지한 채, 폭력 등을 당하지 않고 헤어짐을 축하하는 단어”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울컥했다. 기발하고 적나라한 용어의 만발로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메갈리아 용어사전 중에서 유일하게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부분이다.
 
브라질이었을 것이다. 이별을 통보한 남자로부터 흉기로 보복 당한 여성의 상처를 나비 무늬로 가려주는 일을 하는 여성 문신사도 있다고 한다. 나라를 막론하고 여성이 놓인 현실은 이토록 처참하고 심각하다. 이래도 애인과의 안전한 이별도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메갈리아를 ‘소아병자’ 운운할 텐가. 현실이 아닌 뜬구름 위에서 이슬을 먹으며 진단한다면, 성차별에 용감하게 저항하고 사납고 드세고 공격적인 여성들이 비정상이거나 환자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메갈리안들은 “거칠게 나가는 커뮤니티 하나쯤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여성이 고분고분해지기를 바라는 남자들뿐 아니라 한남충에게 당하고도 항변하지 못하고 남자 편을 드는 ‘명예자지’들을 겨누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여자들의 응원도 받지 못하는 메갈리안은 외롭다. 이들은 고립됨으로써 한남충들에게 더욱 쉽게 타격을 받았다.
 
성차별적 현실을 외면하고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여자들은 살아남았지만 저항하는 여자들은 철저하게 응징 당했다. 희망찬 밀레니엄 시기, 예비역 남학생들이 ‘똥개’ 같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부산대 여성 커뮤니티 ‘월장’은 가부장제의 담을 뛰어넘는 발돋움을 해보기도 전도 전에 분노한 예비역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했다. 월장 소속 여학생들은 음란 사이트에 신원이 공개되었고 이상한 전화에 노출되었다.
 
몇 년 전, 남자들이 군에 가서 배우는 것은 사람 죽이는 것 이지만 여자들은 생명 만드는 출산을 한다고 말한 교육방송 여성 강사는 성난 김치남들의 벌떼 같은 공격에 밥줄이 끊겼다. 남성들을 격하게 공격하는 여성들의 밥줄을 끊으려는 시도는 메갈리안을 지지하는 성우나 웹툰 작가한테도 이어지고 있다. 거칠게 나가는 커뮤니티 하나쯤 있어도 얼마든지 괜찮다는 것은 김치남들의 치사하고 비열한 보복이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메갈리아는 일찍이 어느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가장 과격하고 격렬하고 전투적인 방식으로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있음을 알렸다. 그녀들의 거칠고 격한 언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반발과 비난, 외면과 고립화로써 자신들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메갈리아는 하늘에서 하루아침에 똑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다. 거칠고 격한 여성들을 낳은 것은 일베 집단이나, 동기 여학생을 성적으로 모독하는 대학 단톡방 등을 아우르는 김치남들, 성폭력 습속이 몸이 배인 남성 일반의 문화가 배양지이다. 김치남들이 ‘탈치남’이나 ‘정상남’으로 정상화하지 않는 한 메갈리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6/08/08 [20:3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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