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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처참한 최후의 진실 담아
[책동네] 배국환 수필집 '배롱나부 꽃필 적엔 병산에가라'
 
김철관

 

▲ 표지     © 나눔사


기획재정부 차관, 감사원 감사위원, 인천광역시 경제부시장과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한 경제관료가 답사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표현한 책이 눈길을 끈다.

우리 역사 문화유산을 시와 수필, 그림과 사진 등으로 표현해 독자들에게 문화유산을 통한 마음의 힐링을 권하고 있다고나 할까.

배국환 전 인천광역시 경제부시장이 쓴 <배롱나무 꽃필 적엔 병산에 가라>(2016년 1월, 나눔사)는 시적 감흥이 컸던 문화재 관련 글 중 유적지, 서화, 길, 인물, 자연 등 28편을 실었다. 저자는 2012년 공직에서 잠시 벗어나 2년 이상 한가한 시간을 보낼 때 답사를 한 여행기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비극의 현장, 예술혼, 자연과 사람 등 3부로 나눠 글을 전개했다.

비극의 현장 첫 번째로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된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모습을 그렸다. 을미년 축시(1895년 10월 8일 새벽)에 벌어진 명성황후의 최후 슬픔이 서려있는 침실인 건청궁 곤녕합 옥호루.

잠을 자고 있던 명성황후가 ‘나는 이 나라의 국모다’를 외친 그곳에서 일본낭인들에게 능욕과 강간을 당한 처참한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적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명성황후 시해 역사보다 더 처참한 일본 비밀보고서의 글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당시 조선정부 내부 고문관이었던 이시즈카 에조(일본인)가 미우라 공사 몰래 본국으로 보낸 비밀문서 내용이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소개하기도 끔직한 글이지만, 원문 그대로 소개를 해볼까 한다.

“당시 일봄 낭인들이 궁궐로 침입하자, 황후는 궁녀처럼 분장을 한다. 침입자들은 애를 낳은 여자임을 확인하기 위해 궁녀들의 옷을 모두 벗겨 가슴을 칼로 도려내고 그렇게 해서 황후가 누군지 가려낸다. 찾아낸 후, 배와 옆구리를 세 번 칼로 찌른다. 그 후 국모를 뒤뜰로 끌고 가 돌아가면서 20명이 강간을 한다. 살아 있을 때도 하고 6명 째에 죽었는데도 계속하였다. 그걸 뜯어 말리는 충신들의 사지를 다 잘라버렸다. 그렇게 한 후 너덜너덜해진 국모의 시체를 얼굴부터 발끝까지 차례대로 한명씩 칼로 쑤셨다. 그다음 시체에 기름을 붓고 활활 태웠고, 타다만 덩어리를 연못 속에 던져 버렸다.”-본문 증에서-

명성황후 침실인 건청궁 옥호루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일본 본국으로 전송한 비밀보고서라는 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어 여인들이 나서 피비린내 나게 했던 당쟁의 주역들도 글 속에 담았다. 바로 장희빈, 숙빈 최씨 등 권력의 힘으로 못된 정치를 한 여인들이 서오릉에 묻혀 있다. 영월의 청령포는 단종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강화도 광성보는 고종 8년 1871년 신미양요 때 봉건제도의 고집으로 재래식 무기로 결사항전을 한 병사들이 모두 사망했던 곳이다. 무능한 임금 인조의 치욕이 서려 있는 남한산성과 청나라에 끌려가 정조를 잃고 생활한 환향녀의 얘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 태자가 천년 사직 신라의 부활을 꿈꾸며 세웠던 미륵석불도 비극의 현장으로 기록했다.

구한말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신여성 3인방인 나혜석, 김일엽, 윤심덕 등 여성예술가들의 삶의 정취가 남아 있는 수덕사 수덕여관.

나혜석은 “순결과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닌 취미”라고 ‘정조취미론’을 주장했고, 또한 자신의 아내, 어머니, 누이, 딸에게는 순결을 요구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내, 어머니, 누이, 딸에게는 성욕을 품는 한국 남자들의 위선적 행동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유연애론’을 주장한 여성이다.

김일엽은 목사의 딸로 기독교 계열의 이화학당에서 공부했다. 나혜석과 함께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거친 후 38세 때인 1933년 수덕사 만공 스님의 제자가 됐다. 불교귀의 후 절필 했으나 만년인 1962년 <청춘을 불사르고>라는 수상록을 펴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의 찬미’의 주인공인 윤심덕은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노래솜씨로 뭇 남성들의 흠모 대상이었지만 삶의 고단함과 비극적인 사랑의 아픔을 안고 현해탄에서 연인과 함께 몸을 던진 비운의 여가수이다. 이들에게 수덕여관이 해방구였다는 사실이다.

추사 김정희의 고독과 절제가 담긴 갈필의 세한도, 가장 한국적인 브랜드 달항아리, 웅혼한 상승감과 비례감을 뽐낸 감은사지 삼층석탑, 군더더기 없는 단순미 무위사 맞배지붕, 국보 1호가 돼야할 하늘의 선물 훈민정음 해례본, 가슴이 뛰어 주체할 수 없는 서산마애삼존불, 조선도공의 신이 내린 손 이도다완, 선사시대 명품 부근리 고인돌, 중원을 울리던 송원명대 버림받은 범종들 등의 예술혼이 잔잔히 느껴진다.

전 재산을 털어 우리문화재를 지킨 간송 전형필.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박물관인 서울 성북동 언덕 밑에 있는 간송미술관에는 국보 12개, 보물 10개가 보관돼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역사와 맛이 어우러진 강진, 책 제목 ‘배롱나무 꽃 필 적엔 병산에 가라’의 병산서원은 낙동강 상류의 산골짜기에 백사장을 앞뜰로 병산을 안산삼아 자리 잡은 풍산류씨의 학당을 일컫는다. 병산은 본디 병풍이 펼쳐진 듯한 산의 풍경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왕기 서린 기와집 골짜기 서울 북촌마을. 서울 가회동 31번지길에서 바라본 풍경이 북촌의 최고의 뷰포인트라고. 도산에서 청량산 가는 퇴계 이황의 공부길인 퇴계녀던길, 유자와 불자가 교우하던 다산 오솔길, 칠선초와 해당화가 정겨운 염전 터인 소래습지, 코를 톡 쏘는 중독성 발효식품인 홍어, 시골 5일장의 엣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성남 모란장. 모란장은 수퍼나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참기름 냄새가 고소한 기름집을 비롯해 토끼 강아지 고양이 새 지네 자라 물고기 등을 파는 가게가 옛 시장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특히 멸종위기에 선 한국적인 개구리 맹꽁이와 물고기 날아다니는 서울 근교의 한적한 어비계곡,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금강산 만폭동을 묘사했는데, 예로부터 금강산은 시와 그림, 노래 등을 통해 다양하게 예찬해 왔다는 것이다. 금강산의 아름다움과 유적지에 얽힌 유래도 문화유산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 기술했다는 점이다. 특히 금강의 속살인 내금강의 모습을 다사다난하게 그렸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느낀 점을 시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실린 28편의 글 각각의 서두에 시어를 뽐내며 관련시를 적어 두었다.

둥그렇게 이그러진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
눈부신 하양도 아닌 촉촉함에 착 달라붙는
세상 품은 여인의 배처럼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그런 모습으로 내게 다가 왔네

본문 –달항아리 중-

시 만 읽어도 대충 글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했다고나할까. 또한 각각의 주제 맞는 삽화를 그려 넣었다. 삽화를 그린 주인공은 화가 나우린이다. 나우린은 중국 베이징에서 현대회화를 전공한 여류작가라고 밝히고 있다.

고은 시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김황식 전국무총리도 추천사를 써 책을 권장하고 있다.

저자 배국환은 전남 강진 태생으로 오랫동안 경제 관료를 지냈다. 기획재정부2차관, 감사원 감사위원, 인천광역시 경제부시장 및 정무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생동하는 SOC>, <한국의 재정> 등이 있다.


기사입력: 2016/08/02 [10:1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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