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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 의원 죽음에도…영국은 왜 탈퇴를 선택했나
 
정영철   기사입력  2016/06/25 [01:32]

 영국의 EU탈퇴, 즉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였다. 투표 당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고브의 조사에선 잔류가 52%, 탈퇴가 48%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세계증시도 안도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투표가 진행될수록 '잔류'의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뒤집을수 없은 정도로 표차이가 벌어졌고 탈퇴는 사실로 굳어졌다.

세계 증시도 폭락하는 등 깊이를 가름하기 어려운 충격에 빠졌다.

경제적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탈퇴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EU 울타리를 넘어서고자하는 욕구가 강했다고 볼수 있다. 이는 여론조사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영국의 숨겨진 민심(民心)이다.

이번에 70%가 넘은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잔류파보다 탈퇴파가 더 많이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투표율이 65% 이상이면 잔류가 우세할 것이란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었다.

더군다나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의 피살사건으로 여론 흐름이 반전되는 듯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영국인을은 왜 이토록 EU탈퇴를 갈망했을까.

우선 영국은 '유럽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유럽 다른 국가들과 달랐다. 영국은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운 터라 유럽으로 묶이는 것 자체가 탐탐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958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창설됐지만 정작 영국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뒤늦게 입장을 바꿔 가입신청을 했을 때는 프랑스 샤를 드 골 대통령이 거부했다. 드 골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73년에서야 영국은 ECC에 가입했다.

2년 후 영국은 ECC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투표율를 실시한바 있다. 그때는 잔류로 결정됐지만 두번째 투표에선 탈퇴로 결론이 났다.

애초 EU와 거리를 뒀던 영국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이번 투표 결과는 예견된 것으로 볼수도 있다.

조 콕스 의원.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실 영국의 브렉시트 논란은 경제문제와 정치적 문제가 뒤섞여 있다.

EU 탈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는 저소득 고령층의 반이민 정서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일자리가 줄고 임금도 하락했다는 불만이다.

영국런던에 있는 유로저널 김훈 사장은 "경기 전반이 어려운데다 이민자들이 늘면서 이른바 3D업종의 임금이 반토박 나고 이에 따라 저소득, 저학력, 젊은층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마다 EU에 내는 분담금만 31조원이 넘고 이민자들에게도 복지를 제공하느라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도 불만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예전의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도 한몫했다.

EU내 발언권이 가장 큰 독일이 정책을 주도하고 영국은 끌려다니는 것도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영국이 실제 탈퇴를 하면 당장은 얻는게 많지만 장기적으론 잃는게 더 많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으로 이익을 보고 뒤로는 손해보는 장사라는 것이다.

일단 EU라는 단일시장을 잃을수 있고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서의 지위도 위태로울수 있다.

파운드 폭락과 함께 런던에 있는 주요 금융회사들이 독일 등 다른 나라로 떠날수 있기때문이다.

유로저널 김훈 사장은 "금융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영국인데 브렉시트가 되면 주요 금융기관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의 국내총생산 GDP가 최악의 경우 4.5%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고, 영국 재무부는 향후 2년간 집 값이 10% 떨지고, 실업자가 52만 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영제국을 꿈꾸는 탈당파들의 바람과 정반대로 영국연방이 해체돼 영국이 작은 섬나라로 쪼그라들수도 있다.

EU 잔류를 원하는 스코틀랜드 집권 여당은 이미 브렉시트 결정때 독립을 재추진 하겠다고 공언했다. 북아일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의 도박에 대한 손익계산서는 수십년 후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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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5 [01: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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