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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삶의 철학,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책동네] 소설가 최용탁, 농사와 농민, 농촌의 삶 맛깔나게 그린 산문집 펴내
 
김철관
▲ 표지     © 녹색평론


농사를 짓는다는 것, 농민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한 책이 눈길을 끈다.

  
농부 최용탁 소설가의 산문집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2016년 3월, 녹색평론)는 분수를 지키며 살고 있는 한 농부의 삶의 철학이 담긴 책이다. 
  
책을 통해 저자의 낙관적 삶, 인간으로서의 겸손함, 예민한 감수성 등을 느낀다. 대자연과 함께 작디작은 한 농부의 깨달음은 "분수를 지키면서 사는 게 궁극적인 진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녹색평론>에 연재한 글과 <한국일보> 등에 발표한 글 그리고 2014년 갑오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동학농민혁명의 발자취를 스케치한 글을 모아 엮었다.
  
이 책은 새끼 꼬기, 가뭄에 물대기, 맞도리깨질 꽃따기, 들개 털기 등 한없이 정감 있는 농촌생활들의 얘기를 담았다고나할까.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지난 20여 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귀농한 후 낳은 자식들 셋이 다 자랐고 복숭아나무는 늙어 스스로 쓰러지기도 하는 세월이었건만 돌이켜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무슨 성취를 바라 힘을 쏟지는 안았으니까 눈에 띄는 무언가가 남아 있을 리 없다. 다만 어쩌다 글을 쓰는 자가 되어 세상 귀퉁이 지면에 별 뜻 없는 흔적을 남기고 말았으니, 이는 두고두고 두려운 일이다." -글쓴이의 말 중에서
  
저자는 농촌의 비참하고 끔직한 사건의 하나로 조류독감사태를 꼽으면서 살처분이란 용어에 대해 강한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 나온 무슨 전문가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듣다가 놀랍고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조류독감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살처분 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살처분과 최선이라는 말을 함께 쓸 수 있을까? 아니 살처분이라는 단어는 최근에 만들어낸 최악의 용어가 아닌가? 명부에 올려 흙으로 돌려보냈다. 정도로 쓰지 못할지라도 마치 행정적으로 적절한 행위라는 듯 처분이라는 말 앞에 죽음이라고 붙이다니,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이 보는 텔레비전이고 언론이고 떳떳하게 그 따위 말을 쓰다니, 이는 폭력에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었다. 펄펄 끓은 냄비에 살아 있는 낙지를 넣으며 싱싱한 요리라고 찬탄하는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과 같은 끔찍함이다."-본문 중에서 
  
세월호의 참사 당시 여파가 '소비심리를 위축해 내수경기의 침체가 심각하다'고 조직적으로 유포되는 풍문으로 국민들이 불안에 했다. 이런 불안 효과에 부추기며 미소 짓는 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비심리가 위축하고 있으니 세월호 참사 따위는 잊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는 사기극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마치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서민경제가 흥청거리기나 했던 것처럼, 공기 중에 섞여 있어, 숨을 멈추지 않은 한 계속 들이마셔야 하는, 이 사회의 운명이 되어버린 온갖 거짓들에 숨이 막힌다."-본문 중에서
  
인간이 기나긴 역사 동안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력을 높여온 과정이 일자리를 줄이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농촌에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모내기가 끝난 농촌을 예로 들자면 열 마지기 정도의 농토에 예닐곱 식가가 매달려도 예전에는 힘이 부쳤다. 하지만 요즘은 기계로 하니까 혼자서 100마지기도 거뜬하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고 보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취업할 곳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나오는 기술력의 발전은 실로 인류의 숙원이었다. 꿈처럼 이우러진 이 일자리 없는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삶을 즐겨야 마땅하지 않는가. 그런데 현재 사태는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따라서 우리 시대는 야만과 문명으로 갈릴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오늘날 생명운동과 한살림운동 등 농민운동은 동학농민혁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밝힌다.
  
소위 개방농정이라는 미명하에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WTO, 수많은 FTA체결 등으로 우리 농업의 목은 서서히 졸리어 이제 단말마의 고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학정과 외세 침탈에 맞서 일어났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늘을 다시 산다면 또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크게 아주 크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 그게 동학농민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오늘날의 외침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최용탁 소설가는 1965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해 현재 농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06년 소설 <단풍 열 끗>으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미국의 눈> <사라진 노래>와 장편소설 <즐거운 읍내> 그리고 산문집 <사시사철>이 있다.


기사입력: 2016/05/21 [10:0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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