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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납골묘 옆 세월호 희생자의 아픈 기억
안산 하늘공원 묘역 세월호 희생자 100명 잠들어
 
김철관   기사입력  2016/05/09 [00:19]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8일 어버이날 모친이 봉안된 안산의 한 공원묘지에서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였다. 이로부터 8일 후가 모친의 제삿날이었다. 정확히 지난 4월 24일(음력 3월 18일)이 모친의 기일이었다. 지난 2011년 음력 3월 19일 영면했으니 6주기가 된 셈이다. 생전 기준으로 하니 음력 3월 18일이 제삿날이다.
 
이날 날씨가 제법 쾌청했고 맑은 하늘을 보면서 4호선 당고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모친의 납골묘가 있는 안산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산 여동생과 필리핀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조카를 쌍문역에서 만나 함께 안산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니 안산 상록수역이 나오고 상록수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하늘공원에 도착했다.
 
하늘공원에 도착해 모친이 봉안된 납골 앞에서 6주기 추도식을 치렀다. 이날 안산에 사는 형님과 형수님도 만나 아곳 공원묘지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항상 마음이 서글펐다. 추모를 해야 할 모친의 납골묘가 있어서가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꽃다운 나이로 참담하게 이 세상을 등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일부가 이곳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났다. 모친의 납골이 봉안된 안산 하늘공원에 세월호 희생자 100구가 잠들어 있다. 모친의 추모보다도 세월호 참사의 가슴 아픈 사연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 가슴을 무척 아프게 했다.
 

▲ 하늘공원 묘역 내 현수막     © 김철관
▲ 하늘공원 묘역 내 현수막     © 김철관


오늘 5월 8일 오전 어버이날을 맞아 다시 안산 하늘공원을 찾았다. 납골묘로가 간단히 묵도를 해 모친께 예를 갖추고, 이곳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세월호의 흔적을 천천 둘러봤다.
 
공원묘지 입구에서 광장으로 들어오자 부산지역 대학민주동문회 연석회의(동아대, 동의대, 부경대, 부산외대, 인제대, 육정사)에서 걸어 놓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써 있는 검은 천 현수막이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공원묘지 안으로 들어서자, 또 이들 단체가 걸어 놓은 노란 현수막에 적힌 ‘세월호 비극의 진실을 꼭 밝혀 내겠습니다’라는 글을 보니 서글펐던 마음이 조금 안정된 듯했다.
 
세월호 참사로 봉안된 희생자 납골묘 앞 입구 표지판에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하늘공원 100, 평택서호 86, 효원 62, 기타 9명 이곳에 잠들다, 별들이 모여 빛나는 밤하늘에 잊지 않는 마음들 모여 올려다 봅니다’라고 써 있었다.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모친과 함께 이곳에 잠들어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납골묘 주변에 길게 늘어진 게시판에는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각종 그림과 사진, 추모시들이 즐비했다.
 
특히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가족을 만나는 모습이며, 어린 희생자들의 초상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시위 및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 등의 사진도 보였다. 각종 추모 그림과 시들을 보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빨리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쳤다.
 
이곳 게시판에 ‘똥개 김동범’이라고 밝힌 학생은 “국가는 포기해도 부모님은 친구들은 국민들은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아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마음의 불을 키고서...”라고 썼고, 전세훈이라고 밝힌 학생은 “이 물속이 다시 엄마 뱃속이었으면 좋겠어”라고 기록해 놨다.
 
한참 세월호 참사 게시판과 주변 공원 주변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나도 몰래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곳에서 게시판에 써 놓은 안산여성문학회 소속 신경희 시인의 시 ‘바다의 편지-팽목항-’을 조용히 낭독해 봤다.
 

▲ 안산 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 게시판     © 김철관


 
바다의 편지
 
-팽목항- 신경희
 
진도 팽목항에선 날마다 편지가 전송되었다
검은 리본을 단 고요의 문장들
봉인 된 슬픔은 거리거리마다 노란 수선화로 피었다
요나처럼 요나처럼 살아서 돌아오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드리는 기도
백일이 지나도 이제 더는 전송되지 않는 적요의 문장들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침묵의 메아리
붉게 물든 저녁노을 위에 핀
곡선의 쌍무지게 그대들의 붉은 영혼
 
휴대폰 카메라로 피사체로 들어온 세월호 게시판 뷰파인더에 담아 연신 셔터를 눌렀다. 다시 모친이 봉안된 납골묘로 가 초상을 조화 꽃으로 장식한 후, 제배를 올리고, 세월호 희생자의 넋과 모친의 넋을 뒤로하고 하늘공원을 나섰다. 오는 6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정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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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09 [00: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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