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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아에서 빠삐용, 목사까지 '임삐용의 천국'
[챡동네] 최건수 소설가의 <뭉치>, 충격과 감동의 휴먼 다큐멘터리
 
김철관   기사입력  2016/05/05 [23:50]
▲ 표지     © 생각나눔


‘뭉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한 지인이 책 ‘뭉치’를 줬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책을 건넸다. 책을 받은 후 언뜻 사고뭉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책 겉표지에 ‘뭉치’라는 제목과 그 위에 ‘드라마틱한 인생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한 휴머니스트의 충격과 감동 실화’라고 적어 있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궁금했다. 무슨 책이기에 ‘감동 실화’라는 말을 썼을까하는 궁금증과 겉표지 뒷면 저자의 약력을 보니 방송작가 출신의 소설가였다. 저자는 정밀한 취재를 통한 실명 소설이라고 했다. 마음을 끌리게 한 것이다. 뭉치는 ‘어머니’를 뜻하는 뒷골목의 은어였다.
 
KBS 방송작가 출신인 최건수 소설가가 쓴 <뭉치>(생각 나눔, 2012년 7월)를 꼼꼼히 읽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한 책이라는 게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는 2015년 9월 18일까지 재판 50쇄를 발행한 책이라고 써 있었다. 책을 전개하면서 실상을 밝히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속어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저자는 양해를 구했다.
 
책을 읽은 후 한 마디로 좌절, 고통, 고초, 고난, 질곡, 가난, 폭력, 비행, 한 등이 언뜻 떠올랐다. 이런 질곡을 딛고 일어선 한 인간의 삶의 철학에 무게를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임용남은 1952대 전쟁 중 태어나 60년대와 70년대의 보릿고개 시대임에도 더 힘든 삶을 영위해 온다. 그는 육지와 동떨어진 섬, 서해안 선감도 부랑아 수용소인 성심사 원생으로의 삶 속에서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낀다. 여러 차례 걸쳐 섬에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여러 번을 잡히면서 모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았다. 수용소에서 6번째로 탈출해 성공하자, 의정부 한 시계방을 털어 절도죄로 감옥에 갇힌다.
 
“자고 나면 하루도, 세월은 쉬지 않고 과거의 저편으로 소리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향토에비군 창설, 대연각 호텔 대화재, 육영수 여사 저격 피살, 남침용 땅굴 발견, 지하철 개통... 그러나 목표를 잃고 표류하는 내 삶은 속절없이 뜨고 지는 태양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한다. 감옥에 있는 동안 세월은 급격하게 퇴적물을 남기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이 끝내 전도사를 거쳐 목사가 된 점을 비추어 보면 종교적 색채가 풍긴 책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지만, 주인공의 인생행로가 극적인 실화소설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었다.
 
앙리 샤리에르의 자서전 빠삐용은 가슴에 나비(프랑스어로 ‘빠삐용)’문신이 있는 영화 주인공이다. 즉 ‘빠삐용’이 앙리 샤리에르의 자신이기도 하다. ‘빠삐용’은 무기징역수이다. 인권유린, 강제노역 등이 이어지는 감옥 속에서도 탈옥을 시도하지만 잡히고, 다시 탈옥을 하는 과정이 임용남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책의 원명을 ‘임삐용의 천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인공 임용남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쌍학리에서 태어났다. 동네는 앞뒤로 말미산과 금왕산이 마을을 포옹하듯 에워싸고 있는 곳이다. 집 뒤편으로 석곡천의 맑은 물이 쉴 새 흐르는 동네였다.
 
한 스님의 이간질로 병고에 누워있는 아버지는 어린 아들(용남)에 대한 폭행이 심해지고, 끝내 어머니는 어린 두 아들(용남, 용운)을 데리고 집을 나간다. 서울역에서 동생을 업고 일곱 살인 용남의 손을 잡고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빵을 사온다고 하고 떠난 후, 소식이 없자 3년 동안 걸통을 메고 다니는 거지로 동냥생활을 하게 된다. 전국부랑아일제 단속에 걸려 열 세 살의 나이로 부랑아 수용소인 선감도 성심사의 원생으로의 삶을 영위한다. 염전사역, 청소사역 등을 하고, 침실에 들어오면 고참 원생들의 모진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수용소의 하루는 늘 철저한 인원점검으로 시작해서 철저한 인원점검으로 막을 내린다. 틀 속에서 작업도 작업이지만 의당 신입이기에 따라붙는 가외의 고충 또한 여간이 아니었다. 논일이나 밭일 등 힘겨운 사역을 마치고 옥사로 복귀하면 이번에는 반장을 비롯한 여러 고참들이 서로 부려 먹기에 바빴다. 방청소해라, 양말이나 수건 빨아 와라, 식수를 떠와라, 팔다리를 주물러라, 한시도 사행의 여유를 봐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분문 중에서
 
미숙이라는 독실한 신자와 결혼을 한 후, 15개월인 지난 79년 3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자격을 얻었다. 한 달 후에 딸 지혜를 낳았고, 강원도 삼척군 하장면 추동리에 십자가도 세우지 않는 슬레이트 건물에 마루대신 멍석을 깔고 개척교회 생활을 하게 된다. 어려운 개척교회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천정병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영양실조로 생각했는데 폐결핵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주일마다 보건소에 가 무료로 항결핵제 주사를 맞거나 한 달에 한번 X선 촬영을 하고 오는 것 외에 24시간 누워 지내야 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끼니를 걸려가며 하루 종일 강대상 밑에서 기도로 보내다시피 했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면서였다(중략).. 그야말로 쇠심줄보다 질긴 게 사람의 목숨인 모양이다. 그토록 먹는 것 없이 피만 쏟아내면서도 나는 1년 반을 버텨왔으니 말이었다. 그즈음 나는 거의 매일 깡통에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뼈와 가죽 만 남은 몸속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나오는지 그것이 기이할 지경이었다.” -본문 중에서
 
간절한 삶의 기도로 인해 폐결핵을 이겨 낸다. 현존 인물인 임용남의 삶은 자체가 충격과 감동의 휴먼 다큐멘터리였다.
 
저자 소설가 최건수는 1952년 충남 유성에서 출생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KBS 7기 방송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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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05 [23: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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