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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 vs "죽여 버려"
[칼럼] 욕설, 막말 근절하고 정치의 품격 제고해야
 
박종률   기사입력  2016/03/10 [01:26]

#상황 1.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 지난 2월 16일 국회 본회의장.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 통로 좌우에 도열해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눌 때였다.
 
윤상현 의원이 박 대통령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했다.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님'으로 부른다는 그다. 순간 박 대통령은 고개를 돌려 "아, 여기 계셨네요"라고 화답하며 미소를 건넸다.
 
윤 의원은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로 다른 의원들과는 차별화된 '친박 실세'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뽐내려 했을 것이다. 낯 뜨거운 가벼운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상황 2. "죽여 버려. 다 죽여!" 지난 2월 27일 저녁 지역 인사들과의 모임. 윤상현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으며 공천 탈락을 언급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윤 의원의 막말은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제3자에 의해 녹취된 뒤 열흘이 지나 언론에 알려졌다.


그의 막말이 녹취된 데는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 때문일 것이다. 2월 16일 박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인사했던 것처럼.
 
윤 의원의 녹취록 막말은 당 대표까지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변에 과시하려다 빚어진 결과물이다. 거드름 피우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상황 1과 상황 2에서 나타나는 윤상현 의원의 말과 행동은 180도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는 환하고 명랑하게. 김무성 대표를 언급하면서는 얼굴 붉힌 야수처럼.
 
적어도 자질면에서 '그 때 그 때 다른' 윤 의원의 언행은 정치의 품격을 실추시켰다.


정치인이 경계해야 할 '3대 조심'이 말조심, 술조심, 돈조심인데 윤 의원은 말과 술을 조심하지 못한 잘못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윤 의원은 이번을 계기로 '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에는 백 개의 날이 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격언을 새삼 실감하길 바란다. 유력 중진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지를.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막말이 불러올 일파만파를 감안한 자중자애를 보여주기 보다 녹취록 공개를 둘러싼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공천 살생부 논란에 이은 여론조사 문건조작과 유출, 그리고 녹취록 막말 파문까지 겹친 터다. 윤 의원의 음모론 제기는 진상규명이 아닌 새누리당 내부의 '친박-비박'간 권력쟁탈전을 과열시키고 공천 파열음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그는 전화통화를 한 상대방이 "공천관리위원도 아니고 청와대 핵심인사도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핵심측근이 내뱉은 말을 주워 담기는 쉽지 않다.
 
윤 의원은 지난해 9월에도 김무성 대표를 거론하며 이른바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주장했다 부랴부랴 해명했던 설화(舌禍)의 악연이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이 공천 잡음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공천이 확정되기 이전까지 각 당 내부의 계파간 힘겨루기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시도에서부터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행태가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표적공천', '자객공천', '킬러투입', 심지어 '논개작전'이라는 말도 안되는 용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현실적으로 축제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전쟁으로만 치달아서도 안된다.


국민들은 '정치의 품격'을 말하는데 정작 정치인들은 '선거 승리'에만 매몰돼 있다. 때마침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품격과 소양까지도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아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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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3/10 [01: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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