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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왜 테러방지법에 올인하나?
 
권영철   기사입력  2016/02/29 [01:02]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테러방지법'에 막혀 국회가 선거구획정안을 총선 48일전인데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하면 성을 갈겠다"며 청와대의 테러방지법 등의 직권상정 요구를 버티다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직권상정을 감행했고 야당은 이에맞서 47년만에 필리버스터로 맞서고 있다.
 
이런 사태는 테러방지법이 없으면 테러를 막을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 또는 고집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왜 테러방지법에 올인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테러방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 테러방지법의 문제가 많다. 우선 이름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정식 명칭이다.
 
그렇지만 테러방지법을 비판하는 야당국회의원이나 법률전문가들은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정원의 권한만 강화하는 법이라고 지적한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테러방지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안기부 부활법"이라고 비판했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원 통화감청법'이라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집 안에 쥐가 있으면 고양이를 길러야 하죠. 그런데 고양이로는 안 된다며 호랑이를 풀어 놓겠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쥐가 죽을까요, 사람이 죽을까요? 테러방지법이 이와 같습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재화 변호사는 테러방지법은 '유신독재부활법'이라고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신 때는 헌법이 문제가 많아서 인권을 탄압했지만, 테러방지법은 멀쩡한 헌법을 무력화 시키게 된다"면서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정권교체는 없다"고 단언했다.
 
검사출신의 백혜련 변호사는 "테러방지법은 결국 국정원지키기법 내지 국정원강화법이라고 본다"면서 "국정원은 정권 초기부터 댓글사건으로 인하여 그 중립성이 완전히 훼손된 상태이고 이 상태에서 국정원의 기능을 강화시키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로스쿨 조국 교수는 '테러빙자 국정원권한강화법'이라고 규정했다.
저는 여기에 '안기부 X파일 합법화 법'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 '안기부 X파일 합법화 법'이라니?


= 안기부 X파일은 국가안전기획부가 주요인사들의 동향파악을 위해 도청을 통해 만들어진 파일을 말하는데 그 대상은 여야 최고위 정치인, 언론사주, 청와대 수석, 국무총리, 보안사령관, 참모총장 등이 망라되었다.
 
이 안기부 X파일 때문에 전직 국정원장 2명이 구속기소돼 유죄가 확정됐고 수사도중 전직 차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안기부의 주요인사 정보수집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영장없이도 얼마든지 감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때는 도청이었지만 이제는 감청이 되는 것이고 그것도 국정원장이 '테러로 의심하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더라도 국정원장의 허가가 없으면 집행을 할 수도 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에 들어갔지만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집행을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안기부 X파일'과 같은 '국정원의 X파일'이 합법이라는 옷을 입은채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국민들은 상관이 없을까? 정말 국민들은 밥만 먹으면 되는 걸까?
 
▶ 그래도 테러방지법에 '인권보호관'을 두도록 안전장치를 두고 있지 않나?


= 거대한 국정원을 인권보호관 1명이 감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의 핵심은 9조가 맞다. 국정원의 무차별적인 정보수집과 금융거래정보, 통신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7조와 8조도 문제다. 7조에는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두도록 하는 조항인데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둔다"고 규정하고 인권보호관의 자격, 임기 등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1명의 인권보호관이 무얼 할 수 있을까?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국정원 메인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집행조차 할 수 없는 조직이 국정원이다.
인권보호관의 임기나 자격 운영을 대통령령으로 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걸 법률에 담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헌법위에 법률있고 법률위에 시행령이 있고 시행령위에 시행규칙이 있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됐다.
 
8조 (전담조직의 설치) 조항도 대통령령에 따라 제한없이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휴대전화 감청 전담조직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왜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느냐하면 지금을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라며 국회의장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직권상정을 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왜 테러방지법에 올인하는 걸까?


=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지만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들로 미루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번째는 선의로 해석해서 정말 테러방지법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대한민국이 테러방지법조차도 없는 게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되겠는가, 기본적인 법이 없으니 외국과 국제공조도 못하는 기막힌 사정, 우리나라는 (IS가 지목한) 테러대상국"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2월 8일에는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며 "앞으로 테러로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됐을 때 그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청와대에서 가진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테러, 사이버 공격, 생물무기 같은 새로운 위협들은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발생할 수가 있고 한 번 발생하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만 있으면 테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최창렬 교수는 "박 대통령이 확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박 대통령이 임기 3년이 지났지만 치적으로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안보라도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 실장은 "경제는 물 건너갔고 통일도 물건너갔으니 자신의 치적으로 질서 안보 이런걸 남길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국정원의 숙원사업 해결을 테러방지로 잘못 이해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화 이후 세력이 약화된 국정원은 끊임없이 권한강화를 추진해왔다. 민주정부에서도 국정원은 테러방지라는 이름아래 감청과 테러 수사권을 요구해왔다. 간첩조작 사건도 이런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지만 국정원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고, 국내정치적 동기가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실장은 "국정원이 여러 첩보 정보 올려서 불안감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관계에 어둡고 국정원은 15년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출신이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차장 출신으로 비서실장 직전에 국정원장을 지냈다.
 
네 번째는 정치적인 의도성을 의심한다.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통해 무언가를 꾀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어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대통령은 언제든지 국정원장을 경질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방해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충성을 다했지만 어느 순간 교체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처럼 원세훈 국정원장을 4년간 원장으로 앉히면서 선거개입을 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국정원에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은 영구집권을 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화 변호사가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정치권에서는 '정권교체방지법'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섯 번째는 박 대통령의 '내 뜻대로'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그것을 가로 막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냐"며 "많은 국민의 희생을 치르고 나서 (테러방지법을)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이것은(필리버스트)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분간의 모두발언 동안 손날로 책상을 10여차례 쿵쿵 내리치고, 목청을 높이는 등 '분노'까지 내비쳤다.


유창선 박사는 "대통령이 공개적 자리에서 책상을 열차례 내려치는 모습은 민주주의 하는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라면서 "어디까지 갈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려는걸 누가 못하게 하면 정치적 오기와 승부 근성이 발동하는 제왕적 리더십 같다"면서 "민주주의에 적응이 안되는 성격탓, 일관된게 특정한 법이 있고 없고에 따라 국정이 되고 안되고 한다는 신념.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잣대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내일 선거법을 처리하기로 했는데 처리가 가능할까?

= 지금으로서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관위에 오늘(25일) 정오까지 선거구를 획정해 제출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의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따른 테러방지법 처리 차질 우려와 관련, 26일 필리버스터가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희망일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47년만에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는데 내일(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 의결에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더민주는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3월11일까지 릴레이로 이어나간다는 방침이고 여기에 정의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일단 고비는 29일이다. 이때까지 선거법 처리가 안되면 4.13 총선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정의화 의장도 이날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그렇지만 야당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방지법에 담겨있는 국정원의 국민인권침해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법안 수정안을 낼 경우에는 전격적인 합의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
 
17대 국회에서는 4.15 총선 37일정에 선거구획정안이 확정된 전례가 있는데 지금은 재외동포 선거인명부가 확정되어야 한다. 법률상 재외동포선거인명부가 30일전인 3월 14일까지는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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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9 [01: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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