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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작품에 스며 있는 일상, 그리고 감사함
최진희 작가의 '일상 그리고 감사''전시회 눈길
 
김철관   기사입력  2016/02/28 [00:11]
▲ 전시작품     © 인기협

유리를 통해 사랑, 치유 등을 표현한 작품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1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는 최진희 작가의 일곱 번째 유리작품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최 작가는 ‘일상 그리고 감사(THE LITTLE MOMENT)’라는 주제로 유리작품 10여점을 선보였다. 

자난 27일 오후 금호미술관 전시실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최진희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는 “투명한 유리가 빛을 통과시키면서 가지는 특성이 매력을 갖게 해 유리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 전시작픔     © 인기협
“살아온 일상들 하나하나가 순간순간에는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유리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 됐다. 유리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 있다. 유리가 빛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데 빛을 통과시킨다. 빛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자기 빛이 아니고 빛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동안에 내 자신이 유리처럼 깨지기도 하는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절대자인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통해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생명 등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 

현재 전시 작품들은 회복, 치유, 사랑, 생명 등의 의미를 각각 담고 있다. ‘물방울 작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빗물 방물 모양이라서 물방울 하나하나가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다 주어지는 은혜라고 할까. 

최 작가는 “뭘 잘하거나 뭘 못해서가 아니라 정말 값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 은혜에 대한 감사함을 알았다”며 “투명 유리가 겹쳐지면서 여러 가지 효과가 나오니 그 매력에 푹 빠져 유리작품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전시작품     © 인기협

‘새벽이슬’이라는 유리작품을 처음 할 때 가능하기는 한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갔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하다 우연히 가마작업을 보면서 캠퍼스처럼 그림을 그리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특히 700도 이상의 가마에서 구워서 나온 투명한 유리가 겹치면서 여러 가지 효과를 내, 그 매력에 푹 빠져 작업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도록을 통해 작품을 평론한 심상용 미술사학 박사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웅장하거나 기념비적이지 않아서 좋다”며 “조촐하지만 가난하지 않고, 확신에 차 있지만 주장하지 않으며, 전혀 계열이 다른 미학을 공격적이지 않게 속삭인다”고 전했다. 

이날 작품을 관람한 임기연(액자작가) 꼴액자 대표는 “투명한 유리작품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알 수 있었다”며 “작품 안에 작가의 인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넉넉한 은혜, 이른 비 늦은 비, 감사일지, 기다림, 깊은 곳에 그물 던져, 빛바라기, 겨울비, 여름비, 치유의 숲, 아침묵상 등의 의미를 담은 유리작품 1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최 작가는 유리작품 외 종이반죽, 도자기, 나뭇가지 등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작품     © 인기협
다음은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값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참소중하고 감사하다. 이른 봄, 굳어졌던 땅위로 내리는 봄비와 한 낮의 더운 열기를 식혀주던 여름밤의 시원한 소낙비, 매일 여러 모양으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감사하다. 내 능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상에 주어지는 선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에 참 감사하다(중략). 유리작업 중, 예민한 유리의 특성과 시행착오로 몇 개의 작품이 어이 없이 깨지는 상황도 있었다. 작은 흠집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미 깨지기 시작하는 유리를 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 자신도 그렇게 깨지기 쉽고 연약한 유리와 같은 존재일 뿐이지만 나를 통해, 작품을 통해 그런 나의 모습이 아닌 감사와 따뜻함과 밝음이 보여 지는 맑은 통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최진희 작가는 8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94년 ‘기도’전, 2001년 ‘기다림’전, 2004년 ‘바라봄’전, 2009년 ‘소박한 사랑’전, 2013년 ‘조용한 대화’전에 이어 이번 ‘일상 그리고 감사’전은 그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수많은 그룹전과 기획전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 최진희 작가     © 인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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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8 [00: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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