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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압력과 공권력에 맞선 일반인들의 투쟁과정은?
데이비드 불리어의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공유인들을 위한 지침서
 
김자경

출판사에서 『공유인으로 사고하라』라는 책이 나왔으니 서평을 요청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나 역시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이 책을 담아놓고 있는 상태였기에 흔쾌히 응했다. 책을 우편으로 받고 책을 읽고 있는 과정에서 문득 서평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깊은 내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평이 아니라 그동안의 공부를 되돌아보는 여정을 정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자연의 공공적 관리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단 전임연구원이다. 우리 연구단은 제주대학교에 있으며 2011년 9월에 한국연구재단의 SSK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구단이 만들어졌다. 엘리노어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넘어』라는 책을 강독하면서 연구원으로서의 생활을 출발하였다.  

 

▲ 새로운 공유의 시대, 공유인들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불리어의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갈무리

우선 commons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오랜 시간 이어졌다. 일단 공동관리자원의 줄임말로서 ‘공동자원’이라는 단어를 채택하였다. 여기에는 지역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지역의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이른바 공유자원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common pool resources(이후 CPRs)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을 다르게 보고 있다. commons에는 공동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제도, 관습 및 문화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CPRs를 공동자원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은 드는데, commons를 공동자원으로 번역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commons를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40쪽). 한편 볼리어는 CPRs를 자원이되 공유인이 관리하지 않는 자원으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207쪽).

 

오스트롬의 논의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의 공동자원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commons가 보편적인 개념이 되려면 동양에서도 이에 동의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은 commons에 대한 연구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 commons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コモンズ(커먼즈)라고 사용하고 있었다. 이유는 자연자원 그 자체와 이를 관리하는 관습, 문화를 포함한 것을 일본어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를 학계에서 거의 수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반 일리히의 영향을 받은 엔트로피경제학계와 사회적공통자본을 주장하는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생태인류학이 현장조사를 통한 사례연구를 누적해 나가면서 commons론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학, 임학, 법학, 행정학, 민속학, 인류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현재는 이노우에 마고토를 중심으로 젊은 연구자들 모여 학제간 융합적인 집단 연구의 틀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일본의 commons에 대한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입회권, 재산구, 총유, 거버넌스라는 단어들로 집대성된다. 입회권이나 재산구에 관한 연구가 중심이 된 것은 일본의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인클로져)의 대항마로서 commons가 법체계 안에서 자리 잡기 위해 법적 혁신을 요구하는 볼리어의 주장(214쪽)을 일본에서는 총유라는 민법상의 공동소유에 관한 규정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commons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연구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commons의 공간적 범위가 지역이라는 점에서 자주 소공동체주의의 한계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볼리어의 주장처럼, 모든 commons는 어느 정도는 국가나 시장에 의존하는 이중적인 존재인 것이다(202쪽).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버넌스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오스트롬은 여덟 번째 원칙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거버넌스로서의 commons의 의미를 중요하게 두고 있는데(166~167쪽), 일본에서는 특히 이노우에 마고토를 중심으로 거버넌스의 개념에 충실한 commons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토야마(里山, 일종의 마을산)를 중심으로 입회권(入会権. 내지는 이리아이 제도)이 현재 개인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데 집중된 민법 속에서 인정받고 있다. 예로부터 소유권은 명확하지 않지만 이용권과 접근권을 보장해온 관습이자 권리가 입회권인데 유럽의 중세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공유지에 관한 권리가 일본에서는 입회권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역사가 없었는지 조사를 시작했었다. 동계(洞契), 송계(松契) 등이 과거에 존재했었으며 제주도에는 마을공동목장이라는 형태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계의 운영형태가 공동자원론의 운영논리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계와 송계 등의 경험은 역사적으로 사라졌지만, 계의 운영원리를 경험한 세대들은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농촌지역만 가더라도 돈으로 사고팔지 않아도 존재하는 협동의 경제영역이 지금 여기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본 시가현 류코쿠대학의 사토야마연구소와 연구 교류 활동을 통하여 commons의 논의가 공공성, 생태민주주의, 거버넌스의 영역과 결합할 수 있다는 확신을 받았으며,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다양한 형태의 commons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과 국가에 의해 파괴되거나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갈등을 commons운동을 통하여 해결해나가고 있는 사례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commons는 농촌지역의 마을 산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의 상점가나 공원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의 작은 섬 쿠다카지마는 섬 전체를 commons로 보고 쿠다카지마헌장을 통해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일부 전기공급을 위한 시설은 국유지이지만. 또 대만의 화련대학과 교류하면서 원주민 운동의 사례와 참치들이 해류를 따라 대만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바다자원의 관리사례 등에 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하나씩 검토해나가면서 아시아에서도 commons에 대한 논의는 유럽 중세의 역사 속에서 나오는 마그나카르타 헌장이나 삼림헌장 등에 관한 역사적 경험이 없이도 충분히 우리의 사회 속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이제야 공유의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있다.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을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의 경험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또 마을공동목장이 개발의 위협 속에서 법정분쟁 중인 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79쪽에서 언급되고 있는 토지수탈의 현장). 그리고 풍력발전단지 선정을 둘러싼 바람의 사유화 과정을 목도하고 있으며, 공수(公水)라고 선언된 법 속에서 제주의 지하수가 어떻게 상품화되면서 지역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82쪽에서 언급되고 있는 자연의 사유화 현장). 생활협동조합에서 조합원 활동을 하면서 식량의 기업화(84쪽)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서로 다른 현장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모두 제주라는 한 지역에서 보이는 현실의 모습이다. 이러한 갈등 현장 속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모두 commons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일반화된 개념이자 운동 이론인 것이다. 

 

다양한 문제해결의 실천과정에서 공통의 이론적 설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 commons라는 확신이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공감될 것이다. 다양한 현장의 사례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개념이 commons인 것이다. 책이나 이론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 유전자 속에 각인해 놓아서, 복잡한 설명 없이도 직관으로 알 수 있는 그것이었다.

 

최근 commons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근대국가의 틀 속에서 자유주의 이론을 통해서 우리네 경험과 삶을 개인 혼자의 짐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commons에 대한 그리움 내지는 동경이 저절로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우리 유전자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을 깨우는 신선한 자극이 바로 commons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 책을 통해, 그리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알게 된 commons에 대한 공부 여정이자 commons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구한 과정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공유화(commoning)를 어떻게 구현해 내는가에 있다. commons라는 개념도 막연하지만 commoning은 더 막연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공유화를 공(共)으로 공(公)을 구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국가에 의해 강제되었던 질서가 공권력이라면 우리 함께 공공성을 되찾아 가는 길이 진짜 공공성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며, 이의 구체적인 실천과정이 공유화 과정인 것이다. 하승우의 저작 『공공성』이나 『민주주의에 反하다』라는 책을 보면 유럽의 마그나카르타 헌장이나 삼림헌장의 경험이 없이도,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공유화의 도전과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책을 통해서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발압력(시장)과 공권력(국가)에 맞서 지역에서 생존의 삶터를 지켜 나가고자 하는 일반인들의 투쟁과정이 바로 공유화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멀리 역사를 돌이켜볼 것도 없이 4대강 보 설치에 관한 문제제기가 그러했으며, 내가 살고 있는 제주에서 중산간지역 난개발 문제, 강정해군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있는 강정의 앞바다를 commons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강정바다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것인가, 아니면 제주도 지자체의 것인가, 아니면 한국 정부의 것인가. 

 

다음 아래의 질문들은 내가 그동안 commons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끊임없이 떠올랐던 질문들이다. 

1) commons론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2) commons론은 지나친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3) 공유화(commoning 즉, 공(共)으로 공(公)을 구현하기)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이 질문들을 가지고 나름의 답을 얻었으면 한다.

 

* 글쓴이는 제주대학교 SSK전임연구원입니다.


기사입력: 2016/01/30 [16:4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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