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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파전과 막걸리가 일품"
[사람] 이태리 자연양봉전문가 브루노 보까로사
 
김철관   기사입력  2016/01/18 [01:59]
▲ 브루노 보까로사     © 인기협

“한국 문화가 굉장히 현대적으로 느꼈는데 고전문화와 공존하고 있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1월 초부터 한국을 방문 중인 이태리 자연양봉전문가 브루노 보까로사 씨가 강조한말이다.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주 세테후라티(Settefrati)지역 라지오(Lazio)마을에서 자연 양봉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브루노 보까로사(60, Bruno Boccarossa) 자연양봉전문가는 지난 2011년에 이어 지난 1월 초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인도철학에 심취돼 명상과 요가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인 브루노는 한국 출신 김성애(사라시자) 만다라 화가의 남편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인사동 한 카페에서 브루노 보까로사 이태리 양봉전문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국은 고전문화와 현대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태리는 고층아파트가 없다. 이태리는 고전의 나라라서 건물이 높아야 4~5층이다. 프랑스나 미국에 가면 고층 빌딩이 많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없다. 서울 중심부에 경복궁, 덕수궁 등 고궁이 있고, 옆에 높은 빌딩이 서 있어,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브루노는 “한국은 급격히 빨리 경제성장을 이뤘다. 사람(인구)은 많고 나라 면적이 작아 아파트가 생긴 것 같다”며 “이태리는 땅이 넓고 인구가 작아 고층아파트가 없어도 전통적으로 이어 받은 주택을 가지고 그대로 살고 있다”고 한국과 이태리를 비교했다. 
▲ 브루노 보까로사와 한국인 아내 김성애 만다라화가     © 인기협
5년 전인 지난 2011년에 방문했을 때와 2016년 현재의 차이가 있는 지를 그에게 물었다. 

“2011년에는 비만한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 한국 사람들을 보니 많이 비만해 진 것을 느낀다. 경제성장과 함께 고기와 음식을 많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인스턴트 음식과 햄버거, 콜라, 도너츠 등 패스푸드점의 음식 섭취가 그런 작용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보면 나이 든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20~30대 젊은이들을 보면 비만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국 텔레비전을 보면 먹는 것과 관련한 맛집, 레스토랑, 과자 등 드라마와 음식광고가 너무 많다”며 “프랑스 텔레비전을 보면 문화적인 내용이 많은데, 한국과 같이 이태리 텔레비전은 피자 등 먹는 것과 옷, 화장품 등 아름다운 상품 소개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 현재까지 경북 안동, 경남 진주와 사천 다솔사, 경남 남해와 하동 청학동, 제주, 땅끝마을인 해남 달마산 미황사 등을 다녀왔다고도 했다. 

“한국의 고전미가 살아 있는 안동 하회마을도 좋았다. 하동에 가 섬진강을 끼고 있는 산과 들판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금강 스님이 있는 미황사에서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것도 뜻깊은 일이었다. 완도에서 3시간 정도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제주도에서도 절을 찾아다니면서 템플스테이를 했다.” 

특히 브루노는 한국의 고전미가 살아 있는 경남 하동의 청학동 주변 산에 돌을 이용해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한 작가에게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작가가 영혼을 다해 돌을 쌓아 이곳저곳에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모습처럼 신비로움을 느꼈다. 살아생전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보니 압도당했고 너무 감탄했다. 한 사람이 열망을 가지고 많은 돌을 이용해 여러 군데 작업을 해 놓은 것을 보고, 과연 인간 한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의아심과 존경심이 생겼다. 아마 수행의 일환으로 그런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곳이 청학동 돌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는 “한 남자가 비전을 가지고 이런 큰 작업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곳에도 이런 비전을 보고 행동하는 작가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인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 청학동의 돌 예술     © 인기협
그럼 브루노가 한국 여행 중 가장 즐겨 찾고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 단박에 파전과 야채 김밥 그리고 막걸리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태리는 섬이 몇 개 없는데, 한국 완도, 제주도, 남해 등을 가면서 배를 타 보면 아주 작은 섬들이 많아 특이했다”며 “비행기를 타고 밑을 보면, 한국은 아주 신기할 만큼 작은 섬이 많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부로노는 이태리 로마대학교 힌디어학과를 졸업했고, 인도철학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히말라야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자꾸 히말라야를 가고 싶었다. 대학 시절 인도 관련 책을 읽으면 철학이 담긴 요가, 명상 등에 대한 설명을 많이 기술해 놓았었다. 그래서 신비한 인도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틀즈도 인도에 가 노래했고, 90년대 히피들도 인도를 가는 것이 꿈이었다. 나도 인도를 자주 찾게 됐다.” 

그가 자연양봉전문가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 자랄 때는 산에서 조용히 살면서 양을 키우는 목동을 꿈꾸기도 했다. 18세 이후 인도를 다녀온 이후 채식주의자가 됐다. 인도 성자들은 다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이태리에 와 자연주의자이면서 숲을 좋아하니 자연스레 양봉을 하게 됐다. 나는 동물 살생하는 것이 싫은 평화주의자이고, 채식가이기 때문에 유기농 양봉을 하는 직업이 좋다고 생각해 선택을 했다. 유기농 양봉 자체가 벌이 꽃에서 채취해 오기 때문에 베지테리안이기도 하다. 지역에 세 군데가 유기농숍이 있는데, 이곳 아니면 판매를 하지 않는다. 벌이는 많지 않지만 정해진 양만큼은 팔아 일정한 수입을 내고 있다.” 

그는 “요즘 나무그릇(우드터닝)을 만드는 취미가 생겼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자연에서 평화로운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주의자이면 평화주의자인 브루노는 1955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해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 건축가인 아버지 고향인 이태리로 와 로마대학 힌디어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에 히말라야를 여행하던 중 한국인 아내 김성애 만다라화가를 만나게 됐다. 1990년에 인도 남부 타밀나드주 영성공동체인 오로빌 공동체를 첫 방문했고, 이후 해마다 오로빌 공동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매년 겨울마다 히말라야의 여성 성자 아난다 마이마(현재 열반)를 존경해 히말라야를 찾기도 했다. 

브로노가 살고 있는 ‘세테후라티’의 의미는 옛날 7명의 수도자가 사는 동네라는 뜻이 담겨있다. 특히 이곳은 이태리에서 유명한 아부루죠(Abbrvzzo)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다. 

브루노는 오는 20일 이태로로 출국한다. 이날 통역은 아내인 김성애(사라시자) 만다라 화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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