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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낳은 사생아 '신천지'에 대하여
[류상태의 종교산책] "나만 옳다"는 신념이 사람 잡는다
 
류상태   기사입력  2016/01/06 [08:20]

며칠 전, 하나 밖에 없는 친동생이 찾아왔다. 하얗게 샌 머리... 삶의 무게에 지친 모습... 나보다 더 늙어 보이는 것 같다. 종교문제로 상의하고 싶어 왔다고 했다. 올해 우리나이로 스물다섯이 된 조카아이가 신천지라는 기독교 이단에 깊이 빠져있었다. 신천지는 한국의 보수 개신교회가 낳은 사생아(이단)다.
 
흔히 우리가 ‘이단’이라고 말하는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나만 옳고 다 틀리다”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에 있다. 이점에서 한국의 주류 개신교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여 나는 이단에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보수정통’이라는 교리기독교가 낳은 자식들일 뿐이니까.
 
그들이 기성교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회적으로 인증을 받고 조직과 세가 안정된 기성교회에 비해 세와 조직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기에, 더 응집력이 강하고 극단적이며, 반사회적인 성격도 강해 그 조직에 빠져들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더 크게 방해를 받는다는 점일 것이다. 원래 어느 조직이건 자리가 불안정하고 사회적 인증을 받지 못했을 때는 과격한 법이니까.
 
하지만 ‘이단’들 중에는 보수정통이라는 교회들보다 윤리적으로 더 진보한 조직도 많다. 적어도 여호와의 증인이 가진 진정성, 통일교가 가진 포용성은 교리기독교보다 훨씬 진보한 모습이다. 신천지는 최근 급격히 커진 조직이다. 천지일보라는 일간신문도 운영할 정도로 조직이 커졌다. 이 정도 되면 사회적응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무리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 개신교회가 낳은 사생아들의 공통점은 (자기 부모를 닮아) “나만 옳고 다 틀리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통일교는 조금 예외다. 다른 종교의 상대적인 가치를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교리기독교보다 오히려 너그럽다.
 
신천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만드는 천지일보를 보면 다른 종교를 대하는 태도가 생각보다 너그럽고 객관적이다. 순복음교회가 운영하는 국민일보보다는 한 수 위로 느껴진다. 그리 만만히 볼 조직이 아니다.
 
어쨌건 자기가 속한 조직만이 신의 뜻을 완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종교집단은 지구마을에 수없이 많다. 그런 극단주의자들 중에 각 조직별로 열 명을 뽑아 사흘 밤낮 난상토론을 시킨다면 “나도 이런 엉뚱한 사람 중 하나였구나.” 하고 깨닫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런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들처럼 확신이 강한 집단과의 열린 대화는 피하는 것이 그들이 가진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카아이를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깊이 세뇌되어 조직의 중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내 조카아이는 매우 행복할 것이다. 진리를 깨달았으며 그 진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뿐만 아니라 이 아이는 큰 아버지인 나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절대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바로 성서라는 무기다. 이 무기로 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교리기독교인들과 같지만, 이 무기를 다루는 데에는 소위 ‘보수정통’들보다 ‘이단’들이 훨씬 더 정교하게 훈련되어있다.
 
하여 아이가 상식을 되찾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게 하려면 먼저 성서우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아이는 도움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 스물다섯의 성인이다. 아이와 관계가 파괴될 정도로 몰아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나에게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교리기독교에 빠져있는 거나 이단에 빠져있는 거나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내 조카아이와 비슷한 확신에 차있는 사람은 교회의 담을 넘어 지구마을 전체에 매우 많다. 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경전의 우상’에 빠져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에시(자칭 ‘IS’)의 전사들이 두려움 없이 허리에 두른 자살폭발물을 터뜨릴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확신하는 신앙’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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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1/06 [08: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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