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영결식 동원, 강추위에 방치된 어린이합창단의 눈물
[논단] 무관심 무책임 명백한 아동 학대행위, 정부가 공개사과해야
 
이영일   기사입력  2015/11/29 [12:10]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동원된 구리시청 어린이합창단 소속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눈이 펄펄 내리고 체감온도가 무려 영하 5도까지 급강하한 날씨속에서도 얇은 합창단복만 달랑 입고 말 그대로 입술과 온 몸을 ‘덜덜’ 떨며 합창 순서를 기다리는 동영상이 일파만파 국민들의 눈물과 공분을 사고 있다.
 
이날 날씨는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거의 한겨울 추위에 맞먹는 날씨였다. 당시 영결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 무릎담요까지 거의 중무장을 했을 지경이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자 아이들의 부모들이 입고 온 잠바와 무릎담요를 입고 걸칠 수 있도록 주최측에 요청했지만, 주최측은 카메라에 잡히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몇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트위터를 통해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돌아가신 분의 상주로서 김현철씨의 사과는 당연했지만, 따지고 보면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당시 행사가 국가장이었던만큼 아이들을 사실상 추위에 방치한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도 몸이 얼어 잘 걷지도 못하고 눈물까지 흘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체감온도 영하 5도의 날씨속에 단복만 입고 떨고 있다.     © 노컷뉴스


  

이 어린이 합창단이 스스로 자임해 당시 영결식에 갔을리는 만무하다. 추천이나 선정의 절차를 거쳐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큼 이 어린이들도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초대된 자로 보아야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당시 영결식장에 초대된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동원되고 방치된 하찮은 존재로 치부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카메라에 잡히면 안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거의 1시간 반이상을 추위에 던져진 채 떨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가 행사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원하고선 저런 식으로 아이들을 취급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아이들이 떨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걸까? 부모들의 마음은 얼마나 애가 타고 속상했을까를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성인합창단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단복만 입고 추위속에 던져진채 기다리라고 했을 수 있었을런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정부 관계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행정상의 실수로 볼 수 없다.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학대한 무책임한 정부의 한심한 행위다. 잘못했으면 급격한 체온 변화로 쇼크가 왔을수도 있고 동상에 걸릴수도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국가장을 담당했던 정부가 아이들과 그 부모,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중대한 일이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따뜻한 분이라고 강조하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모습을 봤다면, 분명히 아이들을 방치하게 한 공무원들의 모가지를 비틀었을 명백한 아동학대 행위이기 때문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5/11/29 [12:1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