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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유의 시대, 공유인을 위한 안내서
데이비드 볼리어의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공유재에 대한 지평 넓혀
 
이정섭

오래된 미래는 이 책에도 적절한 표현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라다크에서 찾고 싶었던 공동체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의 지은이는 라다크만이 아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공유지를 찾아가고 있다. 오래된 것과 미래라는 두 극단은 하나의 과정을 품고 있다. 그 과정은 이 책이 펼쳐진 현실이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미래는 공유의 미래가 아니라면 지금 현실의 연장뿐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지구 생명체들에게는 그 연장은 악몽일 것이다. 미래를 연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절박하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지도는 더 값어치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절박함에 갈 길을 보여준다. 오래된 미래의 길 말이다.

 

▲ 새로운 공유의 시대, 공유인들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불리어의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갈무리

작가, 데이비드 볼리어는 이론가가 아니다. 실천가다. 그가 마지막 감사의 말에 “이 책을 쓰는 데 내 인생의 15년을 바쳤다는 말”은 그가 책상에 앉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수백 명의 공유인을 찾아다녔고 그들과 토론하고 조직하고 실험했다. 공유와 관련된 그의 발자국은 이 세계 구석구석 새겨졌다. 지금도 그의 블로그 Bollier.org는 작동 중이다. 부디 그와 접속하기를 바란다. 그와 공유인이 되고 더 많은 이들과 공유인으로 연장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2014년 3월 출판된 이 책은 이미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었다. 하나의 책이 번역된다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의 번역은 남다르다. “굳건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념, 정책, 세계관을 넘어서기 위한 열망이 움트고 있음을 보여 주는 한 가지 징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볼리어가 보여주었듯이 책의 번역은 공유지를 향한 “실천에 대한 운동”이다.


이 책은 비교적 짧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분들은 이 책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유재의 역사와 경제, 디지털 공유재, 이념, 철학 등 수많은 공유재의 은하계를 펼쳐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 내용을 개괄적으로만 서술하고 있지 않다. 모든 내용은 현실에서 이어져 나가고 있다. 마치 빙산의 드러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인 것처럼 이 책은 그 이면이 계속해서 살아서 연장되고 있다.


이 책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먼저 살펴봐야 할 개념은 공유재다. “공유재는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이다. 이 세 가지가 상호의존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통합된 전체를 이루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적 사익만을 강조하는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에세이는 공유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진짜 비극은 공유재의 비극이 아니라 시장의 비극인 셈이다.


다음 우리는 오래된 것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토착민들의 공유재를 재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학문이나 시간, 심지어 혈액과 장기 기증 시스템도 포함된다. 이것들은 우리 사회 공유재 중의 한 예다. 우리는 돈이나 법적인 계약에 의해서만 이들이 교환되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선물 경제”라는 것을 통해서 공동체 윤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공유재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재에 대해서도 이 책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 기반 공유재를 예를 들 수 있다. 즉 팹랩, 크라우드펀딩,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OA, 카우치 서핑 등이 그것이다. 이 공유재들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시에 기반한 공유재들도 살펴봐야 한다. 로마의 <테아트로 발레> 점거 운동이나 “P2P 도시계획” 등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공유재를 제안하고 있다.


공유재를 포기하고 시장을 선탁한 공유재의 비극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곤궁하게 하는 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물의 사유화다. 볼리비아에서는 벡텔이라는 회사의 상하수도 민영화 때문에 빗물마저도 받아먹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민중봉기가 일어나 벡텔 계약 무효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나라에서 다국적 수자원 기업들은 지금도 계속 생수를 팔기 위해 지하수를 사유화해 퍼내고 있다.

이들 공유재가 바라보는 미래는 어떤 “통일장 이론”을 내세우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이 책은 공유인들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각자의 공유재를 돌보고 보호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들은 내 곁에 있는, 나에게 소중한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유재들이 쌓여 나가면 전체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공유재에 대한 대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름을 붙이는 것이 그것을 되찾는 과정의 시작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이를테면 국가, 시장과 공유재를 어떻게 관계 지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이 책을 덮은 후 누구도 상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공유재의 현실이 우리 도시와 마을에서 어떻게 번져 나갈지 기대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의 오래된 것을 미래로 어떻게 안내할지를 설명하는 ‘지도’가 된다.


꼭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들을 고르라면 나는 이 책의 부록이다. 간략한 공유재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참고 문헌이나 공유재 관련 웹사이트들은 우리의 공유재 상상을 도약시킬 것이다.


기실 우리는 이미 개인이 아니다. 수많은 관계들을 통해 태어났고 자라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이미 우리는 공유인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공유인으로 사고하라”라는 이 책의 제목은 새로운 것을 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을 회복시키라는 것이다. 그 오래된 미래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럽고 행복한 미래라는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책은 개인이 책상에서 홀로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 누군가와 이 책을 같이 읽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그 누군가가 하나이든 여럿이든 이 책을 읽은 후 그들은 낯선 개인이 아니라 나의 공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놓치지 말아야 할 행복이다.

 

* 글쓴이는 수의사이며 '다중지성의 정원' 회원입니다.


기사입력: 2015/11/16 [15:2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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