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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 허세의 드라마를 경계한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민족의 명운을 놓고 허세는 곤란해
 
변상욱   기사입력  2015/09/01 [08:56]

세계 주식시장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생산량의 1/3을 쓰고 있다는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불확실해지자 원유를 캐내는 산유국 증시가 타격이 크다. 그 중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거의 직격탄을 얻어맞은 수준. 사우디 국내주가 지수로 따져 2013년 이후 최저치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재정수입의 90%를 차지하는 것이 원유 등 에너지 관련 수입이고 사우디의 원유채굴은 GDP에서 40%의 비중을 갖고 있으니 반 토막 난 국제유가의 충격을 해결하기 어렵다.
 
거기에 겹친 악재가 예멘 내전에 개입하면서 군사비용도 대폭 늘어 재정수지 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사우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드린 것.
 
◇싸움은 장난과 다르다


석유 수출 세계 2위인 러시아 역시 타격이 가장 큰 그룹에 속한다. 러시아의 주가지수인 RTS지수가 계속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국가부도 운운하던 이후 최저치다. 러시아 환율시장에서 루블화 가치도 폭락했다.
 
러시아 역시 구조가 사우디와 비슷하다. 국제유가가 마구 떨어지고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데 영향을 받고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으로 전쟁 경비가 대폭 늘어난 것. 거기에다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서방 세계로부터 경제제재까지 받으니 엎친데 덮친 격이다. 경제가 악화되고 루불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외국 투자자본이 빠져나간다. 재정은 나빠져 예산 긴축하고, 공무원 대량 정리해고까지 벌이는 등 대책을 쓰고 있으나 위기는 커지고 있다. 러시아 경제장관 스스로가 이제는 바닥까지 다 왔으니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 한숨인지 허세인지 모를 해명을 내놓는 형편이다.
 
이라크는 IS가 난동을 부리면서 전기공급조차 불안하고 석유 채굴과 수출이 원만치 못하다. 국민에게 공약한 정책들이 올스톱 되다보니 여론 악화와 정정불안으로 정권이 위태롭다.
 
베네수엘라도 석유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콜롬비아와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어 위기에 내몰렸다. 베네수엘라 화폐인 볼리바르의 가치는 대폭락해 지폐 한 장으로 냅킨 한 장을 사지 못한다고 할 정도. 실제로 트리니다드& 토바고 관리들이 석유협상을 하면서 베네수엘라 석유를 내주면 돈이 아닌 냅킨으로 대금을 지불하면 어떠냐 제안했다는 소식이 해외토픽이었다.
 
역시 분쟁으로 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석유생산국임에도 석유 정제산업에 투자를 못해 원유는 내다 팔고 석유는 사다 쓰는 악성 구조를 못 벗어나 위기가 크다.
 
두루 살펴 본대로 유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가장 큰 산유국은 외환보유액이 많지 않고 분쟁을 치르는 나라들이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알제리, 베네수엘라, 이라크등이다. 그리고 정권에 대한 지지도나 정치적 정통성이 부족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브라질, 러시아, 이란 등도 고민이 크다.
 
분쟁 국가들은 전쟁 비용 지출이 커다란 압박이다. 직접적인 비용도 지출되고 주변국가들이 전쟁에 나서 협조를 할 경우 그 세력들에게 정치적으로 갚아야 할 비용 역시 돈 아니면 국가자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석유 가격이 하락했다고 생산량을 줄여 가격조정을 할 여유는 전혀 없다. 국제유가의 반등은 미국의 셸 석유 과다생산, 이란 석유 수출 재개,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커다란 벽 외에도 분쟁이라는 어려운 장애물들을 넘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민족의 명운을 놓고 허세는 곤란해
 
이러한 글로벌 상황을 돌아보면 한반도의 남북이 자존심을 내세우며 보복타격 문제로 준전시 상황, 전시상황을 들먹인 것이 어떤 심각한 의미를 갖고 있는 지 다시 보게 된다. 남북의 당국도 역시 알 건 알기에 한편으로는 상대에게 겁주는 액션을 취하면서도 황급히 만나고 며칠 밤을 새워 급히 마무리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양측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도 여전히 자신들이 회담에서 승리했다고 허세는 부린다. 전쟁을 부추기듯 전쟁위험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팔던 언론들도 머쓱함을 감추기 위해 황당무계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이래 가지고는 이번 사태에서 얻은 진정한 교훈을 제대로 전파할 수 없고 통일대박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도대체 언제 이런 자멸과 자뻑의 수렁에서 벗어날 것인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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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9/01 [08: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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