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지상파의 위기, 시청자가 변하고 있다
[쇼피디의 방통천하] 웹드라마와 1인 제작 MCN, 콘텐츠 제작은 변신중
 
고찬수   기사입력  2015/08/17 [11:12]

지상파 방송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재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은 끊임없이 하락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 수입원인 광고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유료 방송이나 인터넷의 약진과 비교해본다면 이런 비관적인 성적은 가히 충격적이다. 게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재전송 수입이나 프로그램 판매 수입 증가폭도 점차 작아지고 있어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에 더 위협적인 지표는 시청자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KISDI STAT Report」(14-06-02) ‘스마트세대 20대의 직업별 매체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뿐 아니라 40대까지도 이미 스마트폰을 통한 미디어 소비를 TV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미디어 환경의 심각한 변화 때문에 2014년 10월, 필자는 예능국을 떠나 ‘N스크린기획팀’이라는 신설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콘텐츠사업주간 아래에 새롭게 만들어진 이 팀은 방송이라는 것을 벗어나 KBS가 온라인과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기획해서 제작하고 유통까지 한번 시도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이 되었다.


이 부서에 와서 가장 먼저 한 프로젝트는 <크로스 플랫폼 콘텐츠 공모>라는 이름으로 사내에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었다. 총 47개의 아이디어가 공모되었고, 이 중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동영상 클립을 활용하여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아이디어가 1등을 해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 받아 사업이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성공 시키고자 하는 제안자의 열정과 실현 가능성 그리고 발전 잠재력을 판단 근거로 심사를 했는데, 사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기존의 방송 콘텐츠와 새로운 미디어의 결합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인가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방송을 넘어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송 제작 관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 제안자였던 정PD와 임PD 팀의 밤을 새운 노력으로 유튜브에서의 영상 조회수가 크게 늘고 있으며, 또한 여행 모바일 앱에 영상이 삽입 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성과가 나타나자 온라인과 모바일 영상 소비를 생각해서 제작에 반영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게 되고 이런 인식의 변화가 제작 과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PD는 TV만을 생각해서 제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와 모바일 앱을 통해 영상을 즐기는 전 세계 시청자를 상대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웹드라마’였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작년 연말, 웹드라마 시장은 이미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이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털들이 웹드라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수익 모델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고, 이런 점이 KBS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콘텐츠 생산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이 되어져야 콘텐츠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웹드라마 제작 환경을 KBS가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겠다고 웹드라마 제작사들을 설득하여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이 협의체를 통해 ‘KBS 웹드라마’라는 브랜드의 웹드라마를 기획-제작하고,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하여 지속가능한 콘텐츠로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보고자 한 것이다. 작년에 이미 드라마국에서 ‘간서치열전’이라는 웹드라마를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N스크린기획팀에서 외부 제작사와 함께 ‘KBS 웹드라마’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5개월 동안 준비를 했다.


그 첫 작품으로 선을 보인 것이 6월에 공개가 된 ‘프린스의 왕자’이다. 미술비를 포함하여 1억 8천만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공개 첫 날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판매가 되었다. 미국 등 미주 대륙의 유통은 비키(Viki)라는 온라인 드라마 회사에 판매를 하였고, 라인TV를 통해 태국과 대만 등 동남아 시장을 개척했다.


물론 아직도 제작비 전체를 벌어들일 수는 없는 웹드라마 시장 규모이기는 하지만 콘텐츠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KBS의 웹드라마 시장 진출은 KBS가 가진 올드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데 일정정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달성 했다고 자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생각한다. ‘KBS 웹드라마’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은 시청자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좋은 웹드라마를 기획하여 제작하고 다양한 유통 경로를 확보하여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콘텐츠 소비 기기로서 가장 중요하게 자리매김을 하였고, 이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10분 이내의 짧은 형식을 가진 웹드라마가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72초 드라마’같은 기존의 웹드라마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독특한 형식의 실험도 이루어지면서 웹드라마 시장이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을 하고 있다.


아직은 수익 구조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묘안을 찾아낸다면 큰 시장으로 성장을 할 것이다. 그 때 KBS가 웹드라마 시장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한류 콘텐츠 기지로 위상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웹드라마 프로젝트를 차분하게 진행해 갈 예정이다.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는 바로 MCN이다. MCN은 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로 아주 단순화해서 얘기하자면 1인 영상 제작자들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회사라고 할 수가 있다.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들이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발굴해서 훈련을 시키고 스타로 키우는 것처럼, MCN 사업은 1인 제작자들 중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관리해서 스타 1인 제작자로 키우는 것이다. 요즘 많은 돈을 번다고 유명해진 양띵이나 대도서관 같은 유튜브 스타들이 이러한 MCN 업체의 관리를 받고 성장을 했다.


그런데 MCN을 통해 스타가 된 1인 제작자들은 기존의 스타가 되는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 평균 2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 활동을 통해서 팬들과 호흡을 하며 소통을 하는 것이 인터넷 시대의 스타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MCN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새로운 미디어 현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특히 10대들에게 MCN을 통해 성장하는 유튜브 스타들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새로운 세대인 10대들은 잘 훈련된 연예인보다는 자신들과 함께 소통을 하면서 인기를 얻고 성장한 유튜브 스타들에게 더 열광하고 있다. 즉 TV에서 방송이 되고 있는 고비용의 콘텐츠들보다도 이들이 만든 저비용의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국내의 10대 청소년들에게서도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 최고의 유튜브 스타인 양띵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녀가 만들고 있는 영상은 한 달에 수천만의 광고 수익을 남겨주고 있다. 10대를 중심으로한 미디어 소비 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미디어 시장과 광고 시장이 변혁의 소용돌이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예띠(Yettie)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신규 브랜드로 KBS도 MCN 사업을 출범하게 되었다. 지난 3월부터 MCN 사업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고, 5월 말부터 한 달 동안 1인 제작자 선발 오디션을 진행하여 7월 15일에 KBS MCN ‘예띠 스튜디오’가 시작되었다.


KBS가 MCN 사업을 하겠다고 처음 얘기를 했을 때 반신반의했던 친한 IT 전문가들이 출범식이 끝나자 보인 반응은 KBS가 MCN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선하다는 의견과 함께 과연 지속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 이 두기지였다.

 

▲ <사랑과 전쟁2> 연출 고찬수 PD     ©대자보

이제 KBS가 MCN을 시작했으니 국회에서 MCN에 대한 심의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거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제 미디어 업계의 당연한 트렌드가 되어버린 MCN 사업이지만, KBS가 진행하기에는 해결해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서도 이런 이유로 시작을 축하해 주면서도 여전히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함께 보내주고 있다.


그렇지만 시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거라던 KBS MCN이 성대한 출범식까지 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서, 앞으로 KBS MCN ‘예띠 스튜디오’를 2년 안에 국내 No.1 MCN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나의 꿈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보려 한다. 

KBS 예능피디.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미래콘텐츠><스마트TV혁명><쇼피디의 미래방송이야기> <인공지능 콘텐츠혁명> 저자.
KBS MCN 예띠스튜디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5/08/17 [11:1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