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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IMF 첫 선진국 디폴트'…어쩌다 이 지경까지
 
박종환   기사입력  2015/07/02 [00:07]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용 만료일인 6월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3천만 유로(1조9천억원)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하게 됐다.
 
특히, 그리스는 IMF 채무를 갚지 못한 나라 중 첫번째 선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과 함께 창설된 IMF 71년 역사상 선진국이 채무상환에 실패하기는 처음이며, 액수 역시 역대 채무상환에 실패한 규모로는 최대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IMF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나라는 짐바브웨와 수단, 소말리아 등 최빈국들이었다.


◇ 그리스 위기의 원인…복지정책 남발 및 만연한 부정부패


그렇다면 그리스 위기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대혼란 속으로 빠트린 그리스의 디폴트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와 만연한 부정부패, 그리고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현재 19개국)의 태생적 한계가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81년 처음 집권한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12년간 장기집권하면서 사회보장 시스템 확대에 나섰으며, 이후 사회당과 신민당은 경쟁적으로 복지를 늘려나갔다.
 
그리스 정부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미명하에 노동가능인구 4명 중 1명까지 공무원 숫자를 늘려나가고 이들에게 막대한 연금을 지급했다. 한때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경제구조를 개혁해 경제기초체력을 탄탄히 하는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연금확대 등 복지정책을 남발했다. 포퓰리즘의 전형인 것이다.


재정을 풀어 선심성 복지 공약만 남발하다 보니 경제는 파탄나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0%가 채 안됐지만 지난해에는 177%까지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부유층 탈세 등 만연한 부정부패가 그리스 위기의 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연간 그리스 GDP의 8% 가량인 200억 유로 가량이 탈세와 부패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 역내 불균형 해소 어려운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도 그리스를 디폴트로 몰고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화폐를 만들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사라졌고 각국은 아예 통화정책을 펼 수 없게 됐다.


유로존 내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는 반면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국의 화폐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유로존에 묶여 있는 그리스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스는 지난 2001년 1월 유로존에 가입했다.
 
그리스 정부가 환율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려고 해도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책을 펼 수 없다. 결국,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오히려 독이 됐다.
 
더욱이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리스는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마저 둔화됐다.
 
그리스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해운은 2008년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경기 불황에 민감한 관광 수입역시 크게 줄어 들었다.


◇ 그리스, 유로존 가입 9년 3개월 만에 구제금융 요청


그리스는 지난 2010년 4월 국가부채가 3,500억 유로(400조원)가 넘자 1차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유로존에 가입한지 꼭 9년 3개월 만이다.
 
한달 뒤 유럽연합(EU) 및 IMF로부터 1,10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하지만 막대한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게 되자 2012년 2월에 또 다시 2차 구제금융에 손을 뻗쳤다.


그리스는 2010년 5월 1차 구제금융을 받은 이래 총 EU와 IMF에서 받은 구제금융만 2,400억 유로(300조원)가 넘는다. 그리스는 이처럼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았으면서도 30일 IMF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게 된 것이다.

 

◇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3차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
 
그리스는 현재는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또 다시 손을 벌리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가 5일로 예정된 가운데,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일 그리스가 요구한 3차 구제금융 안건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대해 공무원 급여 등 재정지출을 줄이고 연금도 추가로 삭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집권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채권단의 개혁안이 그리스 국민에게 굴욕을 주려한다"며 채권단의 긴축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제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 국민투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치프라스 내각의 불신임으로 인식돼 현 내각의 일괄 사퇴 및 조기총선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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