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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에서 재탄생한 5분, 세상 바꾸는 시간
[책동네] 탐사저널리스트 김진혁 교수의 책 '5분,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철관

역사, 노동, 부동산, 언론, 주거, 복지, 세금 등 잘못된 현실을 직시해 진실을 밝히려고 애쓴 5분 영상프로그램이 책으로 나와 관심을 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5분으로 압축시켜 소개했다고나할까. 지식이 어떻게 자연스러운 생각의 고리가 되는지, 진실이란 무엇인지 등을 떠오르게 한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쓴 <5분,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문학동네, 2015년 5월)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뉴스타파> 프로그램인 ‘김진혁의 5minutes’를 책으로 엮었다. 한 마디로 도망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던 현실에 있어서의 진실의 조각들을 모은 영상을, 세상 밖 책으로 다시 선보인 것이다. 실제 <뉴스타파>에서 방송한 ‘5분’ 스페셜 영상까지 첨부해 실감 있게 읽을 수 있다. 글로 쓴 문자언어와 영상언어를 한 번에 보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상프로그램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다수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영상을 독자들에게 증정한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서비스라고 해야 옳다. 

먼저 냉전시대 미국 내 매카시(매카시즘)열풍을 잠재웠던 참언론인 ‘에드워드 머로’ 얘기가 눈길을 끈다. 당시 머로는 연일 초선 매카시 공화당 의원의 공산당 폭로가 시작된 후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미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방송을 한다.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CBS 프로그램 ‘시 잇 나우, See It Now’ 통해 민주당, 공화당, 언론이 매카시에 발언에 동조할 때 공포에 대한 동조를 거부한다. 그리고 상황이 반전된다. 

“고발은 그 자체로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유죄판결 여부는 증거와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두려움에 떨며 살 순 없습니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광기시대로 빠져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깊게 고찰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겁쟁이의 후손이 아니란 걸 잊지 않으셨다면 말이죠. 우리는 기록하고 말하고 동참하길 겁내는 자의 후손이 아니며 억지 주장을 관철하려는 자의 후손도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1954년 3월 9일.” 
- 본문 중에서 - 

이후 매카시 의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고 매카시의 폭로와 주장이 대부분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머로의 방송에 두려움을 느낀 보수 세력의 압박과 CBS회장의 선택에 의해 머로의 <시 잇 나우>는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로 밀려났고, 이후 광고마저 끊겨 1958년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1940년 독일 공군이 런던 시내를 공습할 때도 머로는 건물옥상에서 생중계를 해 2차 세계대전 참전에 대한 부정적인 미국의 여론을 돌리게 했다. 당시 ‘여기는 런던입니다’로 시작해 ‘Good night and Good luck, 편안한 밤 행운을 빕니다’로 끝나는 발언은 머로의 전용 크로징 멘트가 됐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종북 좌파’라는 딱지가 한국사회 40%가 넘는 구성원들로부터 아무 비판 없이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카시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비밀의 열쇠는 뭘까. 1932년 총선에 승리한 사민당 페르 알빈 한솔 내각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 재무장관이 설계해 모든 국민에게 안락한 가정을 제공하겠다는 잠정적 유토피아 ‘국민의 집’이 해법을 푸는 열쇠이다. 

초등학교 4학년 학력이 전부이고 사환과 점원으로 살아온 최하층 출신 페르 알빈 한손이 밝힌 ‘국민의 집’을 그의 발언을 인용해 정리해 본다. 

“훌륭한 집에서는 독식한 사람도 없고 천대받는 아이도 없다. 다른 형제를 얕보지도 않으며 그를 밟고 이득을 취하지도 않는다. 약한 형제를 무시하거나 억압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본문 중에서- 

한솔 내각의 실질적인 설계자 에른스트 비그포르스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이 목적이라고 외친다. 

“경제 메커니즘 앞에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라는 소리에 맞서서 이렇게 요구하십시오. 인간이 자신들 생산도구의 주인이 되어야 하며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본문 중에서- 

이후 스웨덴 사민당은 44년간 집권하며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복지국가로서 위상을 굳건히 지켜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 노동자 권리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를 받아들여 명문화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 특히 노동자 파업을 정당화한 단체행동권.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파업)을 제한한 하위법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 등)에 의해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어마어마하다. 2014년 2월 기준으로 노조 측에 청구된 손해배상청구 총액은 1691억 6000만원, 가압류 총합계는 182억 8000만원이다. 이는 헌법의 가치를 하위법률로 제한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주거권은 모든 사람이 적절한 주거를 공급받고 이를 안정적으로 점유할 권리이다. 2013년 주택보급률 102.9% 하지만 전체 가구 46%는 남의 집 신세, 이중 1/3은 보증금 500만원 이하 또는 보증금이 없는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다. 

“천국에 사는 사람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본문 중에서 - 

지금 우리사회는 연대의식이 결여됐다. 대학등록금은 대학생의 문제, 쌀시장 개방은 농민의 문제, 이동권은 장애인의 문제, 노후는 노인의 문제 등 각각의 문제로 파편화됐다. 하루 평균 3건 이상의 데모를 하는 프랑스 국민들이 관대한 이유는 뭘까. 바로 솔리다리테(연대책임의식)이다. 

▲ 표지     © 문학동네

상호 구성원은 개별적인 게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으며,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이 솔리다리테이다. 당선된 사람이 공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 한다. 대의제는 너무 취약하기 때문에 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직접적인 정치 참여방법이 데모라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사람들이 자유로운 것은 선거기간 뿐이고, 그 뒤로는 오로지 노예일 뿐이다. 장자크 루소" -본문 중에서- 

“우리가 정말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해야 일은 세상이 더 나이질 수 있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범주를 끊임없이 발굴해서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제시된 범주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중요한 범주로 자리 잡고, 나아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범주가 될 때, 세상은 충분히 바뀌어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 김진혁 교수는 서문에서 글을 쓴 동기에 대해 “어떤 대단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득 발걸음을 멈추는 5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며 “동시에 자신에게도 그런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전 EBS PD로 <지식채널e> 기획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김진혁의 5minutes>를 제작하고 있다. 이 책은 비영리 독립언론기관인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기획했다.


기사입력: 2015/06/20 [19:0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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