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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민수용소 '웃천막'에서 무슨 일이..
[서평] 이대영 목사의 '웃천막 사람들' 눈길
 
김철관   기사입력  2015/06/08 [01:32]
▲ 표지     © 김철관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국제시장’은 가난한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한 마디로 ‘가난’이라는 화두를 꺼내 가난을 이겨내는 하루 삶에 대한 해결만이 유일한 관심거리였다는 것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고나 할까. 이 시대를 배경으로 부산지역 산동네 사람들이 겪은 고달픈 삶의 이야기를 쓴 또 다른 영화 같은 소설이 눈길을 끈다.

이대영 목사가 쓴 소설 <웃천막 사람들>(푸르름, 2015년 2월)은 영화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 동시대 사람들의 피난, 강제이주, 애환, 미움, 갈등 등 생존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린 인생스토리를 담고 있다.

<웃천막 사람들>은 해방과 6.25전쟁을 배경으로 부산 수정동 수성산에 지어진 웃천막이 형성되던 때부터 철거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웃천막은 전쟁으로 인한 피난 동네임과 동시에 가난의 상징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산동네로 강제 이주하게 됐고, 제 몸 하나 누일 곳을 찾던 사람들은 산으로 몰려왔다. 아침이면 의식주를 해결하려 산에서 내려왔고, 저녁이면 다시 산으로 올라왔다. 이들의 생각은 한결같이 ‘하루를 어떻게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루를 살 수 있을까’였다.

당시 부산은 해방과 함께 고국으로 귀환한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몇 년 뒤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해방 당시만 해도 28만 명이던 부산인구가 무려 140만 달했고,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난 시대였다. 사람들은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무조건 집을 지었고, 해변은 물론 부둣가, 역전, 산등성이, 심지어 공동묘지 옆에까지 집을 지었다.

“웃천막은 처음부터 있던 동네가 아니었다. 부산 수정동 수정산 위에 세워진 웃천막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 강제로 이주해 살기 시작하면서 웃천막(정식 명칭은 ‘유민수용소’)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으며, 웃천막보다 조금 아래에는 ‘아래천막’이라는 동네가 있었다. 아래천막은 웃천막보다 먼저 있었던 동네로 집모양이 갖추어진 동네로서 웃천막이 생기면서부터 웃천막과 구별하기 위해서 ‘아래천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웃천막 사람들은 해가 뜨면 시내로 일을 하러 내려갔고, 해기 지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제대로 직장이나 직업을 가진 사람은 없었고, 힘으로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해야 했다. 남자들은 부두에서 짐을 날렸고, 더러는 역전이나 시장에서 지게를 졌다, 여자들은 자갈치 시장이나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했고, 보따리 행상을 하기도 한 시대였다.

“웃천막은 빈부격차를 확연히 보여주는 삶의 경계선이었다. 사람들은 돈을 모아 아래천막이나 시내로 내려가는 것이 꿈이었다. 시내에서 보면 너무 높아서 보이지 않고, 또 너무 깊숙이 산 안쪽에 위치해 웃천막이 보이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산을 오르다가 한숨 돌릴 즈음이면 넓은 분지모양의 웃천막이 나타났다.” -본문중에서-

1975년 도시환경정화사업으로 웃천막이 헐리게 되었고, 이후 아래천막도 헐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이들은 같이 생활했던 웃천막에서의 삶을 잊지 못하면서 다시 강제로 헤어졌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50~60년대 피난민촌 산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눈물과 사랑으로 듣는 산동네 피난민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먹먹한 가슴으로 풀어놨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실제 웃천막에서 살았던 어릴 때 추억과 실제 경험했던 사라진 마을,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해 글을 엮었다. <웃천막 사람들>은 생명, 약장수, 가난한 돈, 화차, 똥장군, 재첩국 사이소, 황구, 두레박, 야반도주, 엄마행상, 만삭 등 소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저자 이대영 목사는 이 책의 배경인 웃천막에서 태어나 자랐다. 15년간 삼성전자 마케팅 기획을 했고,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됐다. 또한 ‘파이팅 연구소’를 설립하고 ‘파이팅책쓰기코칭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꿈이 없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바로 너야>가 있다. 부산 동아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원과 고신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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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8 [01: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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