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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띄운 ‘박근혜 피로증’의 실체
[공희준의 일망타진] 안정된 지도력과 검증된 수권능력, 이런 후보 없나?
 
공희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추월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대선을 2년 반 넘게 앞둔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경마중계 식의 흥미 위주 순위 매기기는 사실 별로 중요한 일도, 의미 있는 작업도 아니다. 그럼에도 김무성씨의 지지도가 급등한 원인을 조금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으리라. 땅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 하나를 보고서 알 수 있는 것이 계절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김무성 지지도 급상승의 동력은 한국사회 특유의 [이기는 편 우리 편] 심리다. 영어로 ‘Band Wagon’ 효과로 불리는 그러한 집단적 움직임에는 대세에 편승해 안전과 이익을 도모하려는 기회주의적 욕구가 공공연하게 반영되어 있다. 사회적 수준에서는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부도덕한 사태인 쏠림 현상이 개인 차원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영리한 선택이 되는 까닭에서다.


여기에 보태고 싶은 또 다른 이유 한 가지는 바로 ‘박근혜 피로증’이다. 박근혜가 사라지니 나라가 조용해졌고, 조용해진 나라에서 실질적으로 국가운영의 일인자 노릇을 무난히 수행한 듯이 보이는 김무성씨가 대중으로부터 점수를 딴 듯싶다. 줘도 못 먹는 호두까기 완구!


우리는 10여 년 전에 이와 비슷한 사례를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최고존엄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해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고, 고건씨가 대통령 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탄핵반대 시위가 연일 대규모로 펼쳐진 광화문 등 서울시내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나라 전체가 매우 조용해진 것 같은 착시효과를 광범위하게 불러일으켰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로 해외여행인지 해외순방인지를 떠나느라 나라를 잠시 비운 동안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는 더욱 시끄러워졌지만 체감상으로는 사회 전반이 비록 일시적으로나마 차분한 소강국면을 맞이하였다. 평화롭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갈등의 데시벨은 현저히 낮아졌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만성적 벤치 클리어링에서 잠깐의 타임아웃으로 급변침한 셈이다.


참여정부 최고존엄이 귀환하면서 다시금 사회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나라 전체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즉시 되돌아갔다. 관건은 김무성의 10일 천하가 국민들의 뇌리에 어떠한 기억으로 남느냐이다. 확실한 것은 박근혜가 직접 다스리는 때보다는 외견상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조용해지는 것이 개선이나 진보나 발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허나 인간에게 시끄러운 지옥보다는 조용한 지옥이 상대적으로 덜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임은 분명하다. 이상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드물게 겪곤 하는 대통령의 유고 내지 부재에 관한 짧은 촌평이었다.


탄핵정국에서 안정되고 듬직한 리더십을 과시한 고건은 본인의 권력의지 부족과 친노세력의 노골적 견제가 중층적으로 작용하며 결국은 대권가도에서 무기력하게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김무성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내 간절한 바람은 이제는 야당에서 소수의 극렬 지지자들을 몰고 다니며 예선에서는 천하무적으로 맹위를 떨치다가 정작 본선에 나가면 맥없이 거꾸러지는 골목대장 대신, 안정된 지도력과 검증된 수권능력으로 말없는 다수로부터 확고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소리 없이 강한 후보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런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참 애매한 상황이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5/05/12 [02:0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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