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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참수 연상시키는 박용성 회장의 섬찟한 말 폭력
 
조백근   기사입력  2015/04/22 [03:20]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목을 쳐줄 것이다."


최근 인질의 목을 칼로 베는 장면을 동영상 중계했던 수니파 무장조직 IS(이슬람국가)의 얘기가 아니다.


21일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장직을 전격 사퇴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한 말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달 24일 이용구 중앙대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20명에게 이 같은 끔찍한 말들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장 피가 많이 나게 목을 쳐주겠다는 대상은 바로 학과제 폐지 등 학사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며 "그들(비대위 교수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비아냥 섞인 말투로 쏟아냈다.
 
이처럼 박 이사장이 분노한 것은 당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체 교수 92.4%가 학사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함께 집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의 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또 다른 이메일을 통해서는 비대위를 '비데위(Bidet委)'라고 변기에 빗대 조롱했고 김모 교수를 향해서는 '鳥頭(조두, 새대가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때 '미스터 쓴소리' 지금은 '분노조절장애 환자'


그는 정부 정책이나 빗나간 사회 현상 등에 대해 시의적절한 비유를 섞어가며 직설적인 비판을 잘해 한때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2008년 6월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중앙대 이름만 빼고 다 바꿀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대변혁을 예고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등 3가지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해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사학 운영에 기업 경영논리를 무리하게 적용시키려다 거센 반발에 부닥치는 등 계속 갈등관계를 이어갔다.


"이제 곧 일흔인데 남은 일생을 마감하는 사업으로 교육을 택한 것이고 마지막에 대학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놨다는 소릴 듣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교육인은 물론 기업인으로서 쌓아놓은 업마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평을 남겼다.
 
이번 막말 파문이후 사퇴파동이 일자 동영상 협박 사건의 피해자인 아들 문제까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결탁해 학교에 수백억원대 특혜를 받아낸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이사장이 검찰의 소환계획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두산그룹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박 이사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직 겸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룹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거리를 뒀다.
 
이날 오후 늦게 박 이사장의 사퇴와 함께 언론에 기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비난성 댓글도 넘쳐났다.


'왜 이렇게 잠깐을 참지를 못해서 인생을 종치나?', '사학재단 이사장으로서의 품위와 교육자적 인격은 찾아볼수 없네요', '심각한 분노조절장애 증후군 환자'와 같이 박 이사장 개인의 인격을 비난하는 글들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에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과 도찐개찐', '우리나라 재벌이 언제 자리에 연연했었나', '또다른 재벌갑질의 끝' 등 재벌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담긴 댓글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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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22 [03: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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