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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세탁기 파손' 집안싸움에 중국이 웃고 있다
 
조백근   기사입력  2015/02/21 [03:00]

세탁기 파손 문제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자존심 싸움은 ‘끝까지 간다'는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하다.


이는 결국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파국이 불가피한 극단적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6일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당시 매장에서의 CCTV 동영상까지 전격 공개하며 결백을 호소하자 즉각 다음날 삼성측도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며 반격하고 나섰다.
 
특히 삼성측은 동영상의 편집 사실 지적과 함께 "세계 어느 가전회사도 매장에 진열된 제품으로 성능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고 '세탁기 파손의 고의성' 부분에 초점을 맞춰 상대를 집중 비난했다.
 
이날 조 사장의 이례적인 동영상 공개에 대해서는 검찰측이 법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의아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LG전자가 이처럼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과는 별도로 언론을 통해 결백을 호소하는 여론전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자 삼성전자 측은 더욱 격분하며 싸움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결의를 다시금 확인했다.
 
이 문제는 지금 검찰에서 조 사장등 세 명을 불구속 기소해 놓은 상태여서 방어적인 입장의 LG측으로서는 법정싸움에 삼성보다 훨씬 더 많은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싸늘한 민심, 중국의 추격 두 가지 주목해야


삼성,엘지 모두 상대에 대한 해묵은 감정까지 더해진 이번 싸움에서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지난해 9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기간 중 일어난 이번 사건은 해를 넘겨 벌써 다섯달 반을 지나 장기전으로 접어든 상태이다.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하는 두 회사의 싸움을 바라보는 민심에는 싸늘함 속에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설사 파손했으면 변상해주고 끝내면 아무일도 아닐 것을 .. 국민들만 놀아나고 있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함께 경쟁해야 될 회사들끼리 .."
"정 싸우고 싶으면 애플이나 샤오미 같은 해외 경쟁회사들이랑 싸울 생각해야 한다"


이같은 까칠한 댓글 자체가 이미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전 대표 두 기업이 싸우는 모양새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해가 되고 볼썽 사납다"고 지적하면서 "오너 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지난해 삼성과 애플이 3년 넘게 끌어온 특허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합의에 의한 해결 전례를 상기시키면서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어서 당사자간의 직접 해결이 어렵다면 전경련이나 대한상의에서 모임을 주선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싸움이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오래갈수록 피로도는 쌓일 것이라는 점이다.


싸움이 진행될 수록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관계'가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않은 적대관계'였음을 부각시키려는 원초적이고 이기적인 민낯을 보는 듯해 바라보는 시선은 착잡하다.
 
이제 대승적 차원에서 빨리 싸움을 접는 게 결국 이기는 것이라는 데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기술경쟁속에 호시탐탐 세계1위를 넘보는 중국의 추격이 자꾸 이번 싸움에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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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2/21 [0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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