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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목숨바쳐 조국 건질 수 있다면…
[책동네] 이윤옥 시인의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 세상에 나와
 
김영조

 

▲ 《서간도에 들꽃 피다》5집 표지     © 김영조

“북간도의 겨울은 빨리 찾아오나 봅니다. 9월말 용정의 명동학교를 찾아가는 길은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두껍지 않게 입고 간 옷자락을 연신 여며야 할 정도로 쌀쌀했습니다. 이의순, 이인순 애국지사는 이번 <5집>에서 다루는 분으로 이동휘 선생의 두 따님입니다. 용정하면 윤동주의 고향으로 알려졌지만 이곳은 20세기 초 독립운동을 위해 몰려든 조선인들로 중국의 그 어느 지역보다도 학문과 문화 수준이 높던 곳입니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도서출판얼레빗)을 2월 초에 펴낸 이윤옥 시인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북간도 답사는 여성독립운동가 이의순, 이인순 애국지사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길이었으며 그 내용은 이번에 나온 신간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에 오롯이 들어 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이 활약했던 현장을 직접 발로 뛰고 자료를 찾아 시와 그 일생을 기록하는 이윤옥 시인의 다섯 번째 작품인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에는 모두 20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수록되어 있다.
 
“유달산 묏마루에 태극기 높이 꽂은 김귀남 애국지사”는 목포 정명여학교(현, 목포정명여중)출신으로 열일곱 살의 나이에 당시 목포지역의 만세운동에 참여하여 졸업장도 받지 못하고 퇴학당한 분이다. 다행히 80년만인 2001년에 명예졸업장을 만들었지만 이미 고인이 된 뒤였다. 이처럼 우리 곁에는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의 활약상이 곳곳에 묻혀 있지만 알려진 이는 많지 않다. 이분들을 일일이 찾아 쓴 책이 《서간도에 들꽃 피다》이다.
 
“(앞 줄임) 해녀의 목숨 바쳐 조국을 건질 수 있다면 / 젊은 피 어이 쏟지 않으리 /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핏빛 분노 / 횃불 되어 탐라를 비추었네” 이는 제주 해녀 출신 김옥련 애국지사에 대한 시다. 그런가 하면 해주의 간호부 출신 김온순 애국지사를 위해서는 “(앞 줄임)흰가운 물들인 핏빛 동산에서 / 울부짖는 독립의 외침소리 / 통곡의 강 넘어 / 빛의 고지로 이끈 열사여(뒤 줄임)” 라고 노래하고 있다.
 

▲ 옥운경을 비롯한 기생들이 독립선언서를 쓰고 있다.     © 이무성


 

▲ 서대문형무소 수형자 카드 속의 유관순 열사 (1919)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이 시집의 특징은 독립운동에 뛰어든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김필수 애국지사는 노동운동을 통해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옥운경은 해주 기생출신으로 동료기생을 모아 독립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이의순 애국지사의 경우는 교육가로 활동하던 분이다.
 
"(앞줄임)장한 최후 맞이한 의사는 가고 / 왜놈에 끌려가 다리 부러졌어도 / 광복을 향한 몸부림은 멈출 수 없어 / 임의 희생으로 마침내 찾은 광복 / 저 세상 하늘가에서 / 김 의사도 빙그레 미소 지었으리” 이는 종로경찰서에 폭탄 던진 김상옥 열사와 함께 독립운동을 한 이혜수 애국지사에 관한 시다. 김상옥 열사의 거사 뒤에는 이혜수 애국지사와 같은 여성독립운동가의 헌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이윤옥 시인은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내 이혜련 애국지사는 도산 선생의 아내이자 동지로 독립운동에 관여한 분이다. “당신은 애국자요, 영걸의 인물로서 국가에 속한 사람이니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대로 마음 놓고 활동하시오.” 라고 말하면서 초기 미국이민의 갖은 고통 속에서도 중국 상해에 가있는 도산 선생을 뒷바라지하는 한편 로스앤젤레스에서 부인친애회를 조직하여 독립의연금 모금에 솔선수범한 이혜련 애국지사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이윤옥 시인은 말한다.
 

▲ 1936년 대한여자애국단 창립 17주년 기념사진. 앞줄 오른쪽 세 번째 차경신 선생은 이번 5집에 나오는 박신원 애국지사의 따님이시다     © 독립기념관


 

▲ 북간도 답사를 함께 한 도다이쿠코 작가와 함께 왼쪽이 지은이(2014.9.29)     © 이윤옥



이혜련 애국지사는 특히 부인친애회를 통해 1주일에 2일(화, 금요일)은 고기없는[meatless] 날로 정하고, 1주일에 하루(수요일)는 간장 없는 [kanchangless] 날로 정하여 그 돈을 모아 고국에서 고통 받는 동포들을 위해 보냈다고 이윤옥 시인은 신간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서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마전골 귀한 딸 고문 견디며 나라 지킨 김영순”, “평북 선천 가물남의 독립투사 박신원”, “호남의병장 남편과 함께 뛴 양방매”, “평양 만세운동을 뒤흔든 채혜수”, “아홉 그루 소나무 결의 다진 독립투사 전창신” 등 모두 20분의 여성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찾아 쓴 내용을 시와 해적이(연보)로 소개하고 있다.
 
이윤옥 시인은 노래한다. “평화로운 마을을 불태우고 / 학살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왜놈들 / 사랑하는 처자들의 능욕이 얼마이며 / 학살된 부모형제 또 얼마더냐" - 최후의 1인까지 불사하자 외친 ‘이화숙’ 시 가운데서- ”
 
곧 96돌을 맞이하는 3.1절이 다가온다. 올해는 또한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치욕스런 일제강점의 역사 속에서 현실에 주저 않지 않고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이윤옥 시인의 신간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에서 질긴 생명력의 들꽃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 시집에는 <1집> 때부터 생생한 여성들의 모습을 삽화로 그려준 한국화가 이무성 화백의 그림이 곁들여 있어 그 정취를 더해준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 도서출판얼레빗, 12,000원
 



여성독립운동가는 ‘나를 잊지 말아줘’라고 내 귀에 속삭인다
[대담] 《서간도에 들꽃 피다》 5집을 펴낸 이윤옥 시인
 
▲ 《서간도에 들꽃 피다》5권 지은이 이윤옥 시인     © 김영조

- 벌써 5권 째가 나왔다. 개인이 계속해서 시집을 내는데 어려움이 많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사실 어려움은 많다. 가장 어려운 점은 자료 부족이고 그 다음은 현장을 찾아다니는 경비문제다. 더욱이 자비로 출판해야 하는 점과 홍보 부족 등 한두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훈포장을 받은 246분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시를 쓰기로 마음속에 다짐을 하고 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내 귀에는 자주 아직 시를 쓰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가 ‘나를 잊지 말아줘’라고 하는 환청이 들린다. 이번 시집으로 100명의 여성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추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의 일을 응원해주는 독자를 위해서도 이 작업은 멈출수 없다."
 
- 이번 5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분은?
 
“이번에 다룬 스무 분 모두 한 분 한 분 내 가슴 속에는 별 같은 존재다. 특별히 이번에 이야기 하고 싶은 분은 유관순 열사이다. 사실 유관순 열사는 익히 알려진 인물이라 계속 미루어 왔다. 그 대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을 소개해 왔는데 이번 5집에 넣은 까닭은 유관순 열사를 둘러싼 곱지 않은 말들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뺀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들을 들으며 안타까웠다. 유관순 열사는 아우내 장터 3.1만세운동의 주역일뿐더러 함께 만세운동에 나섰던 부모님이 현장에서 일본군의 총부리에 즉사하는 등 온 가족이 한국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 분명하다.”
 
- 이번에도 나라 밖 답사가 있었다고 들었다. 어디를 갔나?
 
“스무 분의 발자취를 찾아 나서는 길은 나라안팎의 구분이 없다. 나라 안에서는 멀리 제주와 목포, 전주, 광주에 다녀왔고 나라밖으로는 북간도, 연길, 하얼빈 일대를 다녀왔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인 수분하역에서는 연해주를 오가던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렸으며 연길 소영촌과 북간도 명동촌에서는 이의순, 이인순 애국지사의 삶의 흔적을 더듬었다. 특히 하얼빈에서 남자현 애국지사의 무덤을 찾아 헤매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유원지화 되어 있는 게 못내 아쉬었다.”
 
- 5권 펴냄 이후의 계획은 무엇이 있나?
 
“앞으로 다시 《서간도에 들꽃 피다》 6집을 향해 뛸 것이다. 그간 우리 사회가 조명해주지 않아 아직도 많은 여성독립운동가가 역사 속에 숨어 있는데 이를 밝히는 이 작업은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책 말고도 심포지엄(여성독립운동가 토론, 국회의원회관, 2월25일) 발표와 시화전 (인천관동갤러리, 2. 28~3.30)을 마련하는 등 꾸준히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에 정진할 것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다린다.”
 

기사입력: 2015/02/14 [10:1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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