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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한국학자, "한국인은 민낯이 예쁘다"
[책동네] 베르너 사세 교수의 <민낯이 예쁜 코리안> 눈길
 
김철관   기사입력  2014/12/26 [02:50]
▲ 표지     © 학고재

외국인 한국학자가 50년 동안 한국문화를 깊이 탐색하고 조명한 책이 눈길을 끈다.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73) 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의 <민낯이 예쁜 코리안>(학고재, 2013년 10월)은 한국문화의 얼굴과 속살과 자화상을 담은 한 권의 산문집이다. 

최근 한 지인이 사세 교수가 직접 자필 서명한 책 <민낯이 예쁜 코리안>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며, 그 책을 나에게 건네줬다. 짬짬이 시간을 내 열심히 읽었다. 

저명 무용인 홍신자 씨의 배우자로 잘 알려진 베르너 사세 교수는 한국문화의 대표적 얼굴로 한옥, 정자, 마당, 한복, 밥, 김치 등을 꼽았다. 또한 선비, 유교, 불교, 무당, 한글, 전통시가 등을 한국문화의 속살로 분류했다. 특히 우주의 영향력을 체계화한 한국의 전통 띠문화, 한국사회 물질주의의 탐욕이 서린 결혼문화, 지나친 사교육 문제, 거액의 돈 이야기 ‘한류’ 등을 한국문화의 자화상으로 탐구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남 담양에서 한옥생활을 했다. 경험을 통해 한옥생활이 가장 건강에 아주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의 신체는 동물의 몸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 몸은 때에 따라 가혹한 기후로부터 보호받을 필요가 있지만, 가능한 한 자연과 함께 살며 필요할 때에만 보호받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다. 달리말하자면 한옥생활이 가장 건강에 좋다, 콘크리트 건물에 살면 사람이 바깥자연과 단절된다. 실내 환경문제로 겨울에는 난방기구와 가습기, 여름에는 제습기와 환풍기 등 건강에 좋은 공기를 제공하지 못하면서도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드는 기계들이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 

발효식품 김치는 순수하고 독창적인 한국식품임은 틀림없지만, 김치의 역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는 원래 알려진 소금을 이용한 저장 기법, 중국에서 들어온 배추, 중앙아메리카에서 일본을 거쳐 수입된 붉은 고추 등으로 만든 후 한자어에서 나온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사세 교수는 김치를 좋아하는 만큼, 김치의 역사도 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샤머니즘, 무속종교 등을 종교현상이 아니라 미신으로 간주돼 공식 통계조차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문화에 발견되는 현상인 신과 직접 소통한다는 것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가장 한국적인’ 전통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의 뚜렷한 전통 가운데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샤머니즘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무당의 수가 증가하고 이를 수용하는 대중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비인간적인 사회적 경쟁으로 인해 정신없이 돌아가는 시대에 영적 위안이나 적어도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고 무당을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무당의 영적세계는 믿지 않지만 굿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다.”-본문 중에서- 

이렇게 한국문화가 오랜 세월 겪어온 변화와 흔적들을 탐색하면서 한국인들이 자주 하는 오해들과 과감히 맞서고 있기도 하다. 

밥과 김치, 한옥과 정자, 유교와 불교, 전통 시가(가사 작품), 한글 그리고 한류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의 생생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나할까. 

▲ 베르너 사세 교수     © 김철관

베르너 사세 교수는 지난 1966년 독일에서 장인을 따라 첫 한국에 입국해 전라도 나주와 서울에서 4년간을 보냈고, 1970년 독일 보흠대학교 동아시아학과(일본학과)를 전공하면서 한국학에 관심을 가졌다. 보흠대학교에서 75년 한국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 방안에 대한 논문으로 서독 최초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학 연구를 한지 현재로 50년이 됐다. 보흠대학교와 함부르크대학에 한국학과를 개설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태어나 독일이 외부영향에 의해 나치사고가 지배하던 나라에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 이행하던 극적인 변화의 시기에 성격과 사고방식이 형성됐다. 어린 시절 내내 괴테, 실러, 베토벤, 파울 클레의 문화와 히틀러, 게르만 민족의 주제넘은 우월성 신화, 홀로코스트의 잔학성을 가진 문화 간의 역사적 갈등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66년 우연히 한국에 와 한국문화와 조우했고, 첫 입국 4년 동안 낯선 한국문화를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바로 한국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됐다. 


사세 교수는 지난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작은 한옥 갤러리 ‘서촌재’에서 <안을 보다>수묵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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