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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과 '카트' 왜 눈물샘을 자극하나?
[Why뉴스] "우리 이웃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다루기 때문"
 
권영철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영화 '카트'와 드라마 '미생' 두 작품은 주제가 다르지만 공통으로 관통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얘기다. 영화 '카트'는 잘 알려진 대로 2007년 이랜드가 운영하던 '홈에버'라는 대형마트의 계산원과 청소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재구성한 것이다.
 
드라마 '미생'은 윤태호 원작의 만화 '미생'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바둑 프로기사를 꿈꾸던 한 인턴사원과 종합상사에서 벌어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드라마 '미생'과 영화 '카트' 왜 눈물샘을 자극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영화 '카트'나 드라마 '미생'이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얘기냐?


= 그렇다. 영화 '카트'를 보기위해서는 손수건을 여러 장 준비해서 가야할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봤는데 관객 상당수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영화 중간중간 훌쩍거리거나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영화를 마치고 나올 때도 여고생 관객이나 주부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드라마 '미생'도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 건 아니고 드라마를 제작하기 전에 만화 원작은 봤고 드라마는 최근에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으면서 공감가는 그런 장면과 내용들이 많다.
 
영화 카트를 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극적 설정 없이 그냥 날 것의 현실을 보여줄 뿐인데도 슬픔을 참기 힘들다" 거나 "최근 삼년간 본 영화중 제일 눈물 많이 흘린 작품", "수능이 끝난 고3학생들과 단체 관람을 했는데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이 감정이입이 돼서 너무 많이 울었다고 그랬다", "노동조합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 어머니들,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회사에 착하게 일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슴 먹먹하게 몰입해서 봤네요.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나와서 사회구조가 정상적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등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미생'은 눈물을 흘린다는 반응보다는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다. "넘 재미있습니다. 배우들 연기가 직장인 그대로입니다" 라거나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다. 완전 대박!! 사회 초년생들은 꼭! 꼭! 봐야합니다. 인생 공부 제대로 합니다. 사회 돌아가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어요. 모두가 느꼈던 우리 모두의 일그러진 모습들 아니겠습니까?", "사회 초년생은 반드시 봐야 할 인생의 지침서 같은 드라마!!", " 참…….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수작이 만들 수 있는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어줍잖은 사랑드라마가 아닌 정말 인간냄새 물씬 풍기는 이런 명품드라마가 탄생하는군요~ 연출력, 연기력, 신선함, 다양함, 재미, 감동, 갈등, 흥미, 두뇌싸움 등 모든것이 총망라되어 있는 최고의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등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드라마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설정으로 가거나 막장으로 흐르지 않으면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 영화나 드라마가 공감을 얻는 이유가 뭔가?


= 영화 '카트'나 드라마 '미생'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봤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팍팍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생'의 기획 제작을 맡은 이재문 PD는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철칙이 '팍팍한 사람들에게 장난치지 말자'는 것"이라면서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여자인턴이 사장의 딸이라거나 주인공이 고위 임원의 숨겨 논 아들 같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카트'도 대형마트 계산원들의 고달픈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어떤 관객이나 네티즌들은 현실을 좀 더 제대로 반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영화를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영화를 가장 먼저 당시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에게 보여줬는데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하더라"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의 얘기, 우리의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카트의 마트 계산원이나 청소 노동자들은 우리 곁의 이웃이고 내 가족이고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학졸업하고 면접을 50번이나 봤다는 젊은 비정규직에서부터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다 시피해서 나온 싱글맘, 먹고 살기위해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서민들의 모습이다. 드라마 미생의 직장인들의 모습도 나의 모습 내 아버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심재명 대표는 영화 카트가 공감을 받는 이유에 대해 "소수 특정인의 얘기가 아니고 우리들의 얘기고 나의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상업영화, 상업드라마로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나 상업드라마는 흥행이 생명이다. 그럼 점에서 드라마 미생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생'은 콘텐츠파워지수(CPI, Contents Power Index)에서 쟁쟁한 지상파의 '무한도전'이나 '해피선데이' 등을 제치고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대박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카트'도 주제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이다 보니 자칫 계몽으로 빠지거나 관객을 가르치려고 들 수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재미적인 요소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배우도 대중적인 흥행을 고려해서 엄정화, 문정희, 김영애를 비롯해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도경수까지 캐스팅했다고 한다. 다만 카트는 흥행에서는 다소 부진하다. '인터스텔라'와 '헝거게임', '퓨리' 등의 외국영화 공습에 밀려 24일까지 누적관객수 68만명 수준이다. 평일은 1~2만명 주말은 10만 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 Why뉴스에서 영화 '카트'와 드라마 '미생'을 같은 주제로 다룬 건 비정규직 문제 때문인가?
= 그렇다. 드라마 미생에서 뜻하는 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은 바둑의 미생마를 뜻하는 말로 아직 두 집을 내서 온전하게 살아나지 못한 걸 말한다. 완생과 대비되는 말인 것이다. 이 미생이 바둑에서는 미생마지만 직장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구분되고 사회에서는 갑과 을로 나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략 6백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을 준비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이 포화라는 얘기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미생'을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카트'나 드라마 '미생'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건 우리사회의 어느 누구도 평생 갑은 아니라는 얘기다. 언젠가는 을이 되는 것이 세상사의 원칙이라는 얘기다.
 
'미생'의 이재문PD는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이지만 그렇다고 정규직 중에서 안심할 수 있는 정규직은 얼마나 될까? 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구조 자체가 사람을 쉽게 자르고 쉽게 배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 사회적으로 취업난과 결혼,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과 맞벌이, 이로 인한 부부관계의 소원과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멀어지는 점 등등, 그럼에도 미생끼리 서로 서열을 정하고 우위에 서려는 그럼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의도라는 얘기다.
 
바둑은 흔히 인생 축소판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미생의 원작 만화 '미생'의 특별판이 있는데 그 부재가 '사석 - 버려지는 돌' 이다. 직장에서 쉬지도 못하고 야근과 회식과 출장을 거듭하다 결국 퇴근길에 쓰러져 사망하지만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도 하지 않는 그런 내용이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가 직장 후배에게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너무 힘들게 일하진 말아요, 힘들게 일하면 일로 보상을 받고 싶고 일로 성취하고 싶고 일로 만족하고 싶어져요. 그러면 가족은 상관없어져요 저기 자신도요" 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주제를 준비하다 미국인 로스 펄린이 쓴 '청춘 착취자들'이라는 책을 봤는데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부제가 "너의 노동력을 공짜로 팔지 마라"이고 미국의 유수 언론들이 이 책을 소개하면서 "알바만 5년, 인턴만 10년"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 '알바만 5년, 인턴만 10년'이라는 얘기냐?


= 그렇다. 이 책에는 쇼킹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인턴과 수습의 역사, 인턴 세계의 부익부 빈익빈, 청춘은 어떻게 착취당하는가? 등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마지막에는 <인턴 권리장전>을 부록으로 싣고 있다.
 
미국에서도 스펙을 쌓기 위해 알바를 하면서 동시에 무급의 인턴 경력을 쌓아야 하는 미국의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에서는 "인턴십은 선택적 특권인가 아니면 불가피한 노예 계약인가? 실제 직업인가 아니면 직장생활을 위한 연습 단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오늘날 인턴 과정은 고등교육과 직업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사무실에서 한마디로 노예와 같은 취급을 당한다. 인격적 모욕은 당연하고 성희롱 대상이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게다가 온갖 허드렛일은 죄다 그들 차지이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디즈니 월드에서는 직원의 절반에 이르는 연간 7천명에서 8천명에 이르는 대학생 혹은 대학졸업생들이 인턴으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한다. 책의 한 문장을 소개하자면 "디즈니 월드가 개장한다. 눈길 닿는 곳마다 인턴이다. 함박웃음 짓고 있는 예쁜 검표원, 시속 64킬로미터로 모노레일을 모는 기관사, 늘어선 대열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놀이기구 직원, 미키마우스 귀 모자와 솜사탕을 파는 행상, 햄버거와 핫도그를 굽고 있는 스넥바 직원, 플로리다의 뙤약볕 아래 디즈니 만화 주인공 가면을 쓰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배우까지 모두 인턴이다"는 내용도 있다.
 
드라마 미생의 이재문 PD는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 흥행은 안 되더라도 '미생'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인 키워드가 이른바 '화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드라마지만 문화나 연예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면에서 다뤄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카트의 심재명 대표도 "비정규직 문제를 상업영화로 다루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면서 "영화를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분위기 환기시키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카트'나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공감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심재명 대표는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데 포인트를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자보 제휴사 = 뉴스부문 최고히트싸이트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14/11/25 [15:0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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