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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만 반대, 거창 사과가 싫어지네
[정문순 칼럼] 교도소 건립에 학생 등교거부, 님비인가 소외의식인가
 
정문순

지인한테 줄 물건이 있어 그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 입구에 두고 나왔는데 연락이 늦어져 물건이 방치되다 경비원이 퇴근길에 갖고 가버린 일이 있었다. 아파트관리사무소는 변상을 위해 중재해 달라는 내 요구를 거절했다. 이전에 그 아파트 경비실에 물건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경비원이 거절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아파트 관리소장은 물건을 맡기지 않은 나를 탓했다. 

 
속이 상했지만 자기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붙이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고쳐서 짐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라면, 세상에 대한 내 기대치를 낮추는 게 나을 것이다. 길거리 흡연자, 인도를 침범하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운전자, 일없이 긴 머리카락 뽑아 바닥에 버리는 여자, 양치질 한 번 하면서 멱 감듯 물 쓰는 여자, 서울말 쓰는 여자의 방정맞은 억양 등 내 눈에 혐오스러운 것들을 꼽자면 끝도 없다. 그런 꼴불견을 규탄해 봤자 내 속만 터질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보살의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너그럽게 넘어가기 힘든 경우도 있다. 자기 지역에 교도소 들어오지 말라고 자식들을 동원하여 등교 거부라는 실력행사를 벌이는 거창 사람들에게도 아량을 베풀기란 사월 초파일에 꼬박 절에 가는 나조차도 쉽지 않다. 교정시설이 내키지 않으면 싫다고 거부할 수는 있다. 그러려면 건립 예정인 법조타운 자체를 거부해야 아귀가 맞다. 곶감 빼먹듯이, 판·검사와 변호사가 드나드는 검찰과 법원 청사는 좋다고 하면서 교도소는 빼달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건 염치없는 짓이다. 수감자나 재소자 없이 검찰과 법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 주민들은 처음에 법무부가 거창에 법조타운 건립을 추진하면서 교정시설의 실체를 숨겼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초 법무부의 발표 내용에도 ‘교정시설’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써 있긴 하다. 법무부가 민감한 시설을 지을 생각이라면 주민들에게 처음부터 터놓고 말했어야 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내 눈에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교도소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헤아려 보다가 교도소가 ‘1급 위험시설’이라는 팻말을 든 주민들 앞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재소자나 전과자를 대하는 천박한 인식을 바닥까지 드러내는 몰염치와 몰상식이 횡행하는 곳이 이 나라 말고 어디에 있을까 싶다. 재소자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이야말로 위험인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들을 말리기는커녕 가세한 종교인들도 있으니 더욱 어이가 없다. 성직자들에게마저 재소자는 멸시하고 배격해 버려야 마땅한 존재인가.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생각하니 속상해서 눈물이 날 정도이다.
 
교도소에 대한 적대와 편견을 가르치는 걸 교육으로 안다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번만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거창 주민들을 보니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 안에 노인 요양시설이 들어온다고 결사반대하던 어떤 지역의 주민들이 있었다. 그들의 논리에도 ‘교육’이 동원되었다. 노인 시체가 들고나가는 것을 보면 아이들 정서와 교육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교도소를 알지 못하게 하고 사람의 죽음을 모르게 키우는 것이 교육이라면, 아무래도 교육의 정의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졸지에 최고 위험시설로 전락한 교도소나, 교육을 내세운 주민들의 등교 거부는 지역언론조차 함구하는 주민 집단행동의 진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반대 주민들 생각처럼 교도소가 흉악한 데라는 인식이 만연하는 한 주변 땅값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교정시설 건립에 가장 민감한 이들은 집값이 다른 곳보다 높거나 안정적인 학교 근처의 집주인들일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모든 거창 주민들이 교도소 건립에 반발한 것은 아니었다. 거창은 교도소 추진 소문이 나온 뒤로 여론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백 보를 양보하여 교육도시에 산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기이한 집단행동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만한 구석은 없을까? 누가 내게 내 집 옆에 교도소를 짓는 데 찬성할 거냐고 묻는다면 하필 내가 사는 곳이냐는 생각은 들 것 같다. '하필 내가 사는 곳에'라는 인식은 땅값 높고 잘 사는 동네에 교도소를 지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반영한다.
 
나한테 해 준 것도 없는 국가가 내 사는 곳에 집값을 떨어뜨릴 시설을 박는다는 인식이, 낙후한 서북 경남 주민들의 심정에 깔려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거창 주민들은 집단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좋은 건 몽땅 지방이 아닌 수도권, 작은 도시가 아닌 큰 도시, 시골이 아닌 도시가 차지하니 울분이 쌓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가진 자들의 탐욕이 낳은 독점과 쏠림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온 나라 구석구석에 만연한 님비 현상을 막을 길이 없다.
 
십수년 전 의령에서는 소년원 건립을 막으려다 주민이 분신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몇년 전 내가 사는 임대아파트와 같은 이름을 쓰던 분양아파트는 이름 때문에 집이 안 팔린다고 뜻도 모를 희한한 외국어로 바꾸었다. 세상에는 교도소 반대보다 더 희한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이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자는 말이 나온다면 허울일 뿐이다. 그런 말은 서울의 땅 부자들이나 평균 700채의 집을 갖고 있다는 상위 부동산 부자 100명에게나 해야 한다.
 
공공성 복원을 위해서는 지역 균등 발전이 먼저다. 위가 썩으니 아래마저 시커멓게 썩어버렸고, 옥과 돌을 구분할 수 없는 아귀 지옥으로 변해 가는 세상이 두렵다. 돈이 고르게 돌아가는 사회, 탐욕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지 않는다면 만인이 만인과 싸우는 이 지옥도의 진창에서 헤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 10.29 경남도민일보 게재 칼럼을 손본 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4/11/02 [17:4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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