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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음악도 인간도 따뜻했던 사람
[추모] 최고의 뮤지션, 독설 아닌 상식적 사고와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
 
상식과균형   기사입력  2014/10/30 [23:13]

마왕 신해철이 우리곁을 떠나갔다.

 

89년 무한궤도라는 그룹을 이끌고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인 이후 수도 없는 아슬아슬한 극단과 정상의 범위를 오가면서 팬들에게 희로애락의 정서를 일깨웠던 그가 46세의 나이로 이제는 그의 삶이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는 정상 궤도를 완전히 이탈해 버린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88년, 대학가요제에 출전하여 대상을 수상했던 무한궤도라는 밴드 시절 그의 모습은 지금하고는 많이 달라보였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연합팀인 무한궤도에서 보컬과 리드기타를 담당했던 그는 명문대 출신의 곱상한 외모를 지닌 세상 물정 모르는 전형적인 온실 속의 도련님 모습을 한 곱상한 청년의 이미지가 강했고 음악적으로도 그의 보컬 역시 고음과 저음 발성에 있어 상당한 불안감을 노출할 정도로 어설펐던 상황이었지만 한가지 놀라웠던 점은 대상 수상곡인 <그대에게> 만든 그의 작곡 실력 정도였다.

 

곡을 만드는 작곡 실력을 기반으로 하여 투박하고 어설펐던 보컬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진화 발전하며 자신만의 고유하고 특색있는 보컬로 완성시켜 나갔다.

 

1990년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본격인적인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신해철.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1집에 이어 <재즈카페>가 담긴 2집을 발표하면서 수려한 외모의 꽃청년에서 본격적인 뮤지션으로 변신하는 길로 들어서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그의 중저음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랩으로 시작하는 <재즈카페>는 그의 완전한 변신을 알리는 상징적인 곡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인 변신은 1992년 그룹 넥스트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전환기를 맞이 한다.

 

같은 해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해 기존 가요계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버리는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이와 맞물리면서 그의 음악적인 환경은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인형의 기사 part2>와 <도시인>으로 대표되는 1집 <Home>으로 시작한 넥스트의 행보는 <날아라 병어리>가 수록된 2집 <The Return Of N.EX.T PART 1 Being>을 거치면서 음악적으로 진일보한 완성도와 더불어 더욱 다양화 된 Rock 사운드로써 그는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갔다.

 

넥스트의 전성기로 평가 받는 95년 이후 신해철의 모습은 흡사 종교집단의 교주를 연상케 하는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하며 팬들에게 어필했으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신해철의 거친 보컬과 어우러진 넥스트의 강렬한 사운드에 열광하며 그들만의 의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신해철의 음악적인 스펙트럼은 단순히 Rock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3년 데뷔 이후 섹시 댄스 가수의 대명사였던 엄정화의 데뷔곡이자 최초의 히트곡인 <눈동자>가 신해철의 직품이라는 점, 그리고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이자 작곡가인 윤상과 함께 발표한 <노 댄스>라는 앨범은 그의 음악적인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그후 <Here I stand for you> <Lazenca save us> <해에게서 소년에게>등 명작을 끊임없이 어어 가면서 그의 존재는 더욱 묵직해졌고, 특히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Lazenca save us>의 흡사 종교 의식과도 같은 공연 모습은 신해철과 넥스트의 흡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신해철 개인의 솔로 앨범은 물론 그룹인 무한궤도와 넥스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곡들이 신해철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이었으니 솔로 혹은 그룹이라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모두를 아우러 그냥 신해철의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 신해철

1998년 솔로 뮤지션으로 돌아와 신해철 3집 발표하면서 또다른 음악적인 변신을 시도한 그는 이후 영국 유학등을 거쳤고, 2000년대 이후 영화음악은 물론 2004년 넥스트 5집, 2007년에는 다른 가수들의 기존 유명 곡들을 리메이크한 솔로 앨범 등을 발표하면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90년대 중후반기의 음악적인 폭발력과 화제성은 어느덧 서서히 사라져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온갖 해괴망측한 짓을 다하고 돌아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자리에 돌아와 있더라”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끝없는 실험정신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이루면서 그의 음악은 한단계 성숙해 갔으며 그와 더불어 내적인 갈등 또한 커져가고 있었다.

 

그의 웅장하고 강렬한 사운드만큼이나 그가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은 그가 노랫말이었다. 그의 가사는 다소 투박하긴 했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이었으며 단순하고 피상적인 사랑 타령의 내용이 아닌 우리들의 삶의 모습으로 들어와 거기에 펼쳐진 개인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그들의 언어로써 표현하였다. 그러기 위해선 구체적인 삶의 정서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있어 그의 정신적인 혼란과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신해철 하면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사실 이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설가로서의 이미지다. 사실 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자신만의 확고한 소신을 밝혔으며 그럴 때마다 그는 논란에 중심에서 반대론자들에 의해 무차별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에 시달렸고 언론 역시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신해철에 대해 호의적일리가 없었다.

 

신해철의 말을 빌리자면 어떠한 주제에 대해 자신이 말을 하면 언론들은 많은 말중에서 튀는 단어만을 골라 낸 다음 그것들을 교묘하게 재조합을 해서 욕을 먹게끔 만들어 보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에 대해 물러섬이 없이 거침없었다.

 

대표적인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서 강성의 이미지는 굳어졌으며,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를 공개지지하며 자신의 정치적인 소신을 밝혔던 사실 역시 결과적으로 그에게 있어서 많은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극단적인 사고의 소유자가 아닌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따뜻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Rock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다른 장르에 대해 폐쇄적인 마인드로 일관하였던 많은 락커들이 있었던 시기에도 그들과는 달리 신해철은 최고의 정점에 서 있는 락커로서 다른 음악을 하는 많은 뮤지션과 음악적인 교류를 즐겼으며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많은 선후배를 아우르며 함께 가는 좋은 사람이었고 암투병중이었던 자신의 아내에게 정성과 사랑을 바치는 로맨틱한 사내이자 두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2014년 뮤지션으로서의 오랜 공백과 방황을 끝내고 솔로 6집 ‘앨범인 Part.1 ‘리부트 마이셀프(RebootMyself)’를 발표한데 이어 넥스트의 신보 발표를 앞두고 있는 등 향후 활발한 활동을 시사했던 신해철.........

 

하지만 그의 오랜 팬들이 설레이며 그의 본격적인 활동을 기대하고 있던 국면에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 하며 삶의 궤도를 이탈해 버렸다. 21세의 귀공자 스타일의 다소는 어설픈 꽃미남 가수로 대중들에게 첫 모습을 드러냈던 신해철이 강렬한 Rock사운드와 함께 교주와 마왕으로 또한 날카로운 독설을 뿜어내며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히는 사회운동가와 방송인으로 변신했던, 그가 뮤지션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려는 순간 길지 않은 그의 46년간의 삶이 어처구니 없게 마무리 되고 말았던 것이다.

 

짧지 않은 그의 지난 25년간의 음악 생활 동안 그는 음악적으론 한국 Rock의 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 시켰고, 수많은 젊은이들의 정서와 삶으로 파고 들어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민감한 사회적인 이슈에 다한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때로는 당혹감을 안겨준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잃은 슬픔과 함께 필자는 개인적인 팬으로서 많은 아쉬움과 애석함을 감출 수가 없으며, 그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한다.

 

* 글쓴이는 국내외 음악에 관심이 많은 팝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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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30 [23: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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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ㅊㅇ 2014/12/24 [18:22] 수정 | 삭제
  •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