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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몰락 그린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대통령>
독재와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 생각하게 하는 영화 <독재자>
 
임순혜   기사입력  2014/10/08 [14:21]

 

▲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연출한 <대통령>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연출한 <대통령>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이란의 영화감독이자 작가, 프로듀서, '인권운동가'인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57)의 영화 <대통령>은 독재와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나라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은 혁명의 기운을 감지하고 가족들을 외국으로 떠나 보내고, 손자와 함께 대통령 궁으로 돌아가던 중 시민을 지지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성난 군중과 군대에 쫓기게 된다. 수행하던 운전사도 도망 가 버리고 대통령은 촌노로 변장하고 손자와 도주 길에 나선다. 변장을 한 채 도주하던 대통령은 자신의 폭정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통령>은 권력을 잃은 독재자(미샤 고미아시빌리)가 손자와 함께 하는 도망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로, 독재자 대통령과 손자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과 마주하게 되는데, 영화는 독재자 대통령과 손자의 시선을 교차 해 보여 준다.

 

▲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연출한 <대통령>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도주하는 여정에서 '대통령'은 자신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투옥된 시민들을 만나게되고, 새로이 들어선 쿠데타 세력의 만행도 목격하게 된다. <대통령>은 독재자의 모습과 독재자의 몰락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태어나는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를 성찰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도주하던 대통령과 손자는 탈출의 꿈이 무산되고, 성난 군중과 군대에 잡히게 된다. 대통령을 처단하려는 군중들에게, 반정부 활동으로 오랜 투옥생활끝에 풀려 난 한 정치범은 "그 많은 사람을 대통령 혼자서 죽였겠는가? 그 때 병사로서 그 일을 수행하지 않았는가?"고 물으며, 복수와 폭력의 순환을 멈추라고 외친다.

 

 "이게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겁니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겁니다. 싸움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 저 독재자가 춤을 추게 합시다. 민주주의를 위해 춤을 추게 합시다"라는 외침은, 바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영화가 사람들에게 평화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목소리다.

 

▲ <대통령>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대통령>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재와 폭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왜 인간은 권력을 잡으면 폭력을 국가 전체에 행하는가? 그리고 그런 폭압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혁명을 일으킨 민중은 다시 세상에 폭력을 행사하는가? 간디 같은 사람이 왜 더는 나오지 않는 것인가? <대통령>은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라는 거울을 사람들 앞에 세워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보게 해야 한다"며, "영화는 평화 구축을 위한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를 확산하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영화가 아니라면 내게 어떤 의미도 없다"고 영화는 개인의 미학적 성취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 변혁을 위한 도구라는 그의 생각을 말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손자가 귀를 막는 것은 독재하는 쪽과 항거하는 쪽 모두의 폭력에 대해 귀를 막는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자는 것이죠. 독재자가 손자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그런 겁니다. 폭력적인 독재자가 되기 이전의 순수함을 안고 다니는 것이죠"라며 <대통령>은 " 평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임을 거듭 밝혔다. 

 

▲ <대통령>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부인     © 부산국제영화제

 

모흐센 마흐말바프(57)는 1957년 이란 테헤란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사회와 인간에 대해 관심을 두었고, 17세의 나이에 반정부 이슬람조직에 가담,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1979년 이란 혁명으로 6년의 수감생활을 마무리하고 석방된다. 이후 영화 등 문화·예술을 통해 반체제 운동을 이어갔다.

 

1987년 작 <사이클리스트>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2001년 <칸다하르>를 통해 탈레반 정권하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절망적인 현실을 다뤘다. 마흐말바프는 신인 감독을 위한' 마흐말바프 필름 하우스'를 설립했고 이란 검열 당국의 표적이 돼 2005년 영국 런던으로 망명했다.

 

8년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간 마흐말바프 감독은 폐허가 된 성을 보면서  혁명으로 궁전을 잃은 독재자라는 아이템을 얻어, 2010년께부터 불어온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혁명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에도 계속되는 살육과 폭력을 바라보면서", 왜 독재정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비극은 계속되는가, 민주주의의 회복은 왜 더디게 진행되는가" 라는 의문을 갖고 <대통령>을 구체화했다 한다.

 

그의 작품으로는 <노수의 회개>(1982), <가베>(1995), <고요>(1997), <칸다하르>(2001), <정원사>(2012) 그리고 <그의 미소>(2013)등이 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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