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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일 뿐 <다이빙 벨> 상영하라'
시민단체, 영화 <다이빙 벨> 상영 외압 비판 성명서 발표
 
임순혜   기사입력  2014/09/29 [14:11]

 

▲ 476명의 승객을 싣고 침몰된 세월호     © 부산국제영화제

 

오는 10월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기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 상영을 중단하려는 부산시의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 대책위원회'와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비판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다이빙 벨> 상영 반대 입장에 대해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평가나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도 성명서에서 "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작품 상영 취소를 요구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전례가 없고, 이는 부당한 외압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문화예술의 특성과 존재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며 "부산시는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부당한 상영 취소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영화 <다이빙 벨>은 세월호 사고 당시 '다이빙 벨'을 투입해 세월호 생존자를 구조하려고 한 15일 간의 노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10월 6일과 10월 10일 두 차례 상영되며, 현재 인터넷 예매는 모두 매진된 상황이다.

다음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 대책위원회'와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가 9월 26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 <다이빙 벨>의 한 장면,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이상호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는 영화일 뿐 <다이빙 벨>은 상영되어야 한다'

10월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의 상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가 24일 가졌다.

일반인 유가족협의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은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며 "영화 상영 시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라고 경고했다.

<다이빙 벨>은 MBC 해직 기자 출신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구조 과정을 취재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재일교포 차별 등의 소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온 안해룡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다이빙 벨>을 통해 실종자를 구조하려던 15일 간의 노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영민 프로그래머는 <다이빙 벨>을 소개하는 글에서 "대면하기 힘들고 피하고 싶지만, 똑바로 마주 보아야만 하는'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이상호 기자와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다이빙 벨>은 배와 함께 침몰해가는 진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한 보름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제에서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상영하기로 선정된 <다이빙 벨> 상영을 반대하고 공개를 막으려는 행위는 심각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세월호 대참사라는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서 실종자를 구조하려는 하나의 움직이었던 '다이빙 벨'의 전 과정을 촬영하고 보도했던 이상호 기자의 영상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재구성해 관객과 공유하려 하는 행위가 실정법에 어긋나는 범죄 행위도 아닌데, 영화를 보지도 않고 상영을 막으려는 논리는 빈약하다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실재했던 사건을 제작자의 관점을 투영해, 실제 영상과 인터뷰 등으로 구성하여 객관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기록으로 남기며 공유하려는 영상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필연적으로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하기 마련이며, 관객은 영화를 보고, 제작자의 관점에 동의하기도 하며, 동의하지 않고 설득되지 않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평가나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다이빙 벨' 투입 논란의 전말을 재구성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러 의문을 되짚어 보며 실종자를 구조하려했던 하나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다이빙 벨>은 당연히 상영되어야 한다.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에, 작품을 보기도 전에 섣부른 잣대를 가지고 영화의 상영을 막는 행위야말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막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영화제 개막일 한 달 전 기자회견에서 공개된다. <다이빙 벨>은 이미 지난 9월 2일 기자회견에서 상영이 예정되어, 부산 CGV센텀시티와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각각 6일과 10일 두 차례 상영된다.

공개되는 영화에 대해,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상영하기로 한 영화 상영을 막고 영화 상영이 취소된다면 세계적인 망신거리를 자초하게 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작품성이 입증돼 상영이 결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은 상영되어야 하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에게 맡기면 된다.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라도 보장되어야 하며, <다이빙 벨>에 대한 평가와 논란은 영화를 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2014년 9월 26일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 <다이빙벨>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시장의 다큐 영화 '다이빙벨' BIFF 상영 공식 반대에 대한 성명'

작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세월호 관련 소재를 다룬 다큐 「다이빙 벨」의 상영을 부산시와 부산시장이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작품 상영 취소를 요구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전례가 없고, 이는 부당한 외압이 아닐 수 없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하였고, 부산시 관계자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을 상영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낳고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어 상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서 시장의 뜻이자 부산시의 입장이다."라고 밝혔다는데, 이는 문화예술의 특성과 존재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최근 광주비엔날레에서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 거부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상영 자체를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다. 영화예술은 감독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간이며, 특정 작품에 대한 평가는 찬반을 포함한 다양한 견해를 포함하여 상영된 이후 관객들의 몫이다. 그러함에도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가 7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상영을 결정한 작품을 시당국이 상영 반대하는
것은 폭거이자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일 뿐이다.


예술은 인간이 경험하고 주목하는 세상사 모든 소재들을 다룬다. 304명이 수장되어 구조되지 못한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을 작가가 다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너무나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정치적 시각과 입장 차이 때문에 상영 자체를 반대하고 소통조차 막는다면 문화와 예술이 발붙일 여지가 없어질 것이다. 2년 전 17회 BIFF에서는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가 초청되어 정치적 논란과 이슈가 되었지만, 상영 취소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제주도 강정마을을 다룬 「구럼비-바람이 분다」가 초청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BIFF 조직위 관계자가 예정대로 상영을 준비하고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옳은 결정이다. 해마다 일부 상영 작품들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었지만, 그럴 때마다 작품 상영을 취소했거나 바꿨다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시는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부당한 상영 취소 요구를 철회하고, 부산 문화예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숙고하기 바란다.

2014년 9월 26일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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