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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최고스타, 손연재일까?
[문화산책] 경쟁의 삶에 지친 청소년과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글
 
류상태   기사입력  2014/09/30 [14:17]

1. 노메달의 스타플레이어

 

아시안게임이 종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때쯤이면 주목받는 스타가 나올법한데 아직은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없다. 그나마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따낸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여전히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갈채를 보냈지만 예전에 그가 보여준 빼어난 경기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 경기도 하기 전부터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리듬체조의 손연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4년 9월 30일 현재 그는 아직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가 금메달이라도 따낸다면, 더구나 그게 한 개가 아니라 두세 개라도 된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고스타로 등극하는 건 따 놓은 당상이 될 것 같다.


올해 만 20세가 된 손연재는 아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적은 없지만 최근 세계대회에서 10위권 이내에 연달아 들었으니 훌륭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체조가 십대 후반부터 메달을 휩쓰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나이 어린 선수들의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 전 동메달을 하나 딴 것이 메달의 전부인 손연재는 해당분야 최고의 선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러나 손연재 선수의 인기만큼은 어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며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획득자인 박태환 선수나 ‘세계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피겨의 김연아 선수에도 뒤지지 않아 보인다.


2. 한국 사회, 메달 집착에서 벗어났다?


2년 전에 열렸던 런던올림픽에서도 남자 체조의 양학선, 여자 양궁의 기보배 등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최고 스타로 대접받은 선수는 의외로 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한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였다. 당시 그가 차지한 성적은 개인종합 5위였다.


성적지상주의를 넘어 승자독식주의에 오래 동안 취해왔던 우리 사회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선수가 거의 최고 스타 대접을 받았다는 건 확실히 이례적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인식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1980~90년대에는 올림픽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은메달리스트나 동메달리스트들이 많았다. 외국 선수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선수나 우리 국민 모두 ‘오로지 금메달’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난 건 참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손연재 선수가 평범한 외모를 가졌더라도 그렇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을 수 있었을까?


3. 꽃미남 다윗 이야기


다윗이 기독교성서의 중요 인물로 막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첫 인상이 별로였기 때문이다.


청년이라기보다 아직 소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당시 다윗의 외모에 대해 성서는 이렇게 말한다. “얼굴에 붉은 빛이 돌고 용모가 아름답다.” 꽃미남을 좋아하는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꽤 인기가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할 장래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외모였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사무엘이라는 위대한 예언자가 있었다. 그러나 영성이 깨어있던 신의 사람 사무엘조차도 왜소한 다윗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다윗의 맏형인 엘리압의 잘 생기고 우람한 외모에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새 지도자에게 기름을 부으라는 신의 명령을 받고 다윗의 집을 찾아간 사무엘은 엘리압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이렇게 탄성을 지른다. “야훼의 기름 부으실 자가 과연 그 앞에 있도다!” 그러나 신은 “그 용모와 신장을 보지 말라.”고 엄격히 타이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은 외모를 보지만 나 야훼는 중심을 본다.”


아직 남자다운 풍모를 갖추지 못했지만, 신은 다윗의 내면에 깃들어있는 진실성과 성실함, 그리고 그 내면으로부터 장차 꽃피워낼 지도자로서의 지혜와 용기, 무엇보다 신 앞에서 늘 경건하게 살고자하는 그의 신실함을 보셨던 것이 아닐까?


4. 꼴찌에게 갈채를!


사람의 내면을 보고 싶어도 잘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어떻게 쉽게 알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지 적당히 요령을 부리며 사는지, 진실한 사람인지 위선자인지... 그러므로 사람의 내면보다 외모에 집착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나쁘다기보다는 인간의 한계일 테니까.


선수들이 땀 흘리며 오래 준비하여 아시안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선수는 이미 메달을 땄고, 어떤 선수는 노메달로 자신의 경기를 마쳤다. 아직 남은 경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들이 모두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메달은 한정돼 있다.


동기와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메달에 집착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를 만들어낸 메달리스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꿰뚫어 본다는 신은, 사람의 외모보다 중심을 보신다고 기독교성서는 말한다.


그렇다면 신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보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더 중요하게 보시지 않을까? 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메달의 획득 여부나 그 색깔보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이나 외모보다 성실성이나 인간다움을 훨씬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메달리스트에게 갈채를! 또한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도 갈채를!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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