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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개의 공통점
[정문순 칼럼] 남성 흡연, 세금 문제로 축소할 일 아니다
 
정문순

정부가 담뱃값을 확 올리겠다고 하자 반발이 뜨거운 것 같다.(뜨겁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 비겁한 태도는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로 흡연자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들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정부와 흡연자들의 대립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이해관계에 얽힌 자들만의 반발이라면 그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설문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간접세 확대로 인한 서민 부담 집중, 조세 저항이 낮은 점을 이용한 편법 인상, 부자 감세·서민 증세 등이 담뱃값 인상의 반박 논리로 동원되는 것들인데 한마디로 줄이면 서민 주머니 털기라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에 반발하는 이들은 박근혜 표 조세 정책의 부자 챙기기 본질이 극명히 드러났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지 따져봐야 할 게 많다.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 서민 부담 증가라는 결론을 지당한 듯이 반복한다. 이 주장에 딴죽을 거는 이도 별로 없는 듯하다. 이런 논리 전개가 성립하려면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서민 흡연자들은 담배를 계속 피운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전제가 맞는 걸까?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라도 있는가? 모든 걸 떠나 이게 상식적으로 맞는 소리인지 생각해 보자.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소비의 탄력성이 없는 상품은 이론적으로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식량이나 농산물조차 가격이 들썩이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다. 몇 년 전 배추 파동을 보지 않았나. 당시 MB께선 배추가 비싸면 양배추 김치를 담가 먹으라고 권하셨지만, 배추 값이 솟구치면 배추의 소비는 줄고 무의 소비가 증가한다. 심각한 환자가 아닌 이상, 가격이 껑충 뛰어도 담배 소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서민은 거의 없다. 값이 천정부지 오르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서민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시비 걸고 싶은 건 경제 법칙도 아니고 담뱃값 인상 반대에 목청을 높이는 자들의 자격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흡연 행위가 성차별이나 윤리적 감수성의 차원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러는지 일부러 그러는지 몰라도 어쨌든 침묵하고 있다. 담배 한 갑이 얼마인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2000원이 오르든 2만원이 오르든 자신의 일이 아니지만 흡연자들로서는 단군 이래 최대의 인상률에 반발할 만하겠다 싶다가도, 그동안 흡연자들이 저지른 해악을 생각하면 고소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그래 봐야 세종임금 한 장당 구름과자 3~4갑이 2갑 되는 걸 가지고 말이다. 내가 담밸 안 피워서 쉽게 말한다고? 아이를 키우는 여자들은, 내용물은 없으면서 질소 충전으로 배가 빵빵한 과자 봉지를 집으면서 과자 값 인상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거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여자들끼리 모일 때만 욕하고 만다. 자식에게 제 손으로 간식거리를 만들어 줄 생각은 않고 기껏 몸에 해로운 시중 과자를 싸게 사먹게 해달라는 요구를 드러내놓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에 좋지도 않은 과자이니 이참에 덜 먹이거나 홈베이킹을 해봐야지 생각한다.
 
물론 과자 대기업이 이런 점을 악용하여 과자 가격을 껑충 올리는 것을 편드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흡연자들의 약점을 담뱃세 인상의 근거로 삼는 정부도 못됐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100세까지 살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죽어도 담배 근처에 갈 생각이 없는 나는, 그깟 과자 값 인상이 싫다는 자들한테만큼은 할 말이 많다.
 
남자들의 분별 없는 흡연 버릇에는 입을 다물면서 여성의 흡연은 물고 널어지는 것이 이 나라다. 여성 흡연이 늘고 있다지만 길바닥에서 대놓고 담배를 물고 있는 여자들은 희귀하다. 몇 달 전 밤중에 어둠을 틈타 피우는 여자를 한 번 본 것이 가장 최근에 목격한 여성 흡연이다. 이 나라에서 흡연은 여전히 남성만의 독점적 문화로 통한다. 흡연남들은 남성적 우월함과 당당함의 상징으로 착각하는 자신들의 흡연 습관이 누군가에게는 어떤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실도 모른다.
 
흡연남들의 저급한 매너, 극도의 이기심과 횡포, 뻔뻔스러움을 구차하게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외길에서 담배 연기를 풀풀 날리면 나는 어느 길로 가란 말인가. 밖에서 피우고 들어오면 아무 문제없는 줄 알고 환기도 안되는 담뱃갑만한 사무실에 매연을 양떼 몰듯 앞세우는 짓이 내게 얼마만한 번뇌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자는 무지한가, 몰상식한가.
 
한 임산부가 족발 요리인가를 먹고 싶어도 엉덩이도 띄우지 않고 담배 피우는 자들 때문에 가게를 찾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자, 흡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여자들이 이기적이라고 되레 비난하는 적반하장의 흡연남들도 있었다. 나는 밥집에서 태연하게 담배 피우는 사내에게 인상을 찌푸렸다는 이유로 욕설을 듣기도 했고, 백세 건강 실현의 방도 중 하나로 승강기 대신 계단을 타던 중 흡연남과 맞닥뜨려 싫은 소리를 했다가 폭언을 뒤집어 쓴 적도 있다. 만약 여자들이 사내들이 하는 흡연 행태를 보였다가는 세상이 몇 번이라도 뒤집어졌으리라. 한국 남자들 버릇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도 없으니, 극약처방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나와 지붕을 같이 이고 있는 흡연남이 방안에 앉아 연기 피울 때 예전엔 미칠 노릇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내버려둔다. 담배가 바깥 나들이 가봤자 죄 없는 누군가의 감각기관만 학대할 것이다. 나 자신도 죄 없는 사람이 될 때는 집구석에서 피울 것이지.”라고 하며 욕했음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린다.

 

간접흡연 피해자이자 흡연자 가족인 내가 이 정도 '아량'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인터넷에서 보이는 흡연남들의 동맹 움직임에는 자신들이 벌인 행각에 대한 자성은 눈곱만큼도 찾기 힘들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자들에 대한 비흡연자들의 불만에 터를 잡고 있다는 것을 돌아보거나, 담배에 대한 조세 저항이 왜 낮은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뒤에 반발한다면 동조 세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애석하다.
 
세금 걷는 데 정의가 필요한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지켜야 할 정의가 있다. 조세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일상에서 꼭 필요한 정의를 빼먹는 건 공평한 태도가 아니다. 흥분과 분노가 아닌 역지사지, 그동안 누군가의 괴로움을 대가로 실컷 누린 쾌락을 반성하는 것. 지금 흡연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비흡연자가 담배세 인상을 비판한다면 모를까 길거리를 재떨이로 만드는 자들이 불만스러워하는 건 꼴사나운 일이다.
 
담뱃값 인상은 세금 논란으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흡연을 세금 문제로만 축소시키는 것은 흡연자들의 속보이는 행동이다. 한국에서만큼은 담배세는 자동차세, 주민세와 같이 다루어서는 안된다. 흡연남들은 간접세 문제에 담뱃값 인상을 슬쩍 끼워넣지 말고 좀 쿨~해지시라 
    
 * 9월 23일 경남도민일보 칼럼을 손본 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4/09/23 [15:4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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