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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참사, 민심 조작해놓고 축하연이 웬말이냐'
언론시민단체, ‘방송의 날 축하연’ 규탄 기자회견
 
임순혜   기사입력  2014/09/03 [13:19]

 

▲ 방송의날 기념식이 열리는 6.3 빌딩 앞에서 열린 언론시민단체의 ‘방송의 날’ 축하연 규탄 기자회견     © 임순혜


 

 제51회 방송의 날을 하루 앞둔 9월2일 오후 5시30분, 언론시민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하는 '방송의 날 축하연' 1시간전에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론 분열을 서슴지 않는 방송과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의 날 축하연' 참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의 날 축하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된 이유를 "작금의 방송은 공익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토대로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는커녕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도 드러났듯 전 국민적인 배타의 대상이 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눈앞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장은 외면한 채 방송사 사장들과 고위 관계자와 어울려 '축하연'을 연다는 것 또한 국민들의 상식에 한참이나 어긋난 처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권오훈 본부장은 "방송의 날 맞춰서 박근혜 대통령은 KBS 구성원들이 원치 않는 선물을 주겠다고 한다. 그 선물 거절하겠다는 의사 직접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낙하산 이사 받지 않으니 갖고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길환영 퇴진 투쟁 때부터 KBS 구성원들 요구는 단 하나다. 청와대는 KBS에 손을 떼라는 것"이라며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 책임론 희석시키고 KBS의 문창극 비판 보도를 공개적으로 재비판하는 등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을 앉히는 것은, 한마디로 KBS를 박 대통령 입맛에 맞게 길들여달라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방통위에 "이인호 교수의 KBS 이사 추천을 즉각 철회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인호 교수 임명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완기 민언련 상임대표는 "1일, MBC 상암동 신사옥을 축하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왔다. 박 대통령은 '방송이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신뢰와 공정성을 얘기했으나, 자기 자신한테 해야 할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며 "그들만의 방송,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상황에서우리는 저 잔치를 당장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 '세월호 보도참사, 민심 조작해놓고 기념식이 웬말이냐'에서 "방송사는 공공재인 전파를 직․간접으로 이용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미디어보다 공정해야 하며 정파를 떠나 정치권력의 잘못을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철저하게 국민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은 방송사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며 축하연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들은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말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이 신뢰를 최상의 미덕으로 여기는 방송의 날 기념식에 무슨 낯으로 찾아왔는가. 이곳에서 무슨 또 다른 거짓 약속을 남기려는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무리 힘없는 국민이라 해도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일말의 미안한 감정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이곳 여의도에 오기 앞서 청와대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부터 찾아 위로와 유감을 전하는 것이 사람된 도리요, 대통령으로서의 예의 아니겠는가"고 질책을 했다.

 

이어 "우리 언론시민단체와 현업단체는 엄중하게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의 약속을 조속히 지켜라. 그렇지 않다면 지난 5월 19일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일 뿐이고 스스로 '거짓 대통령'을 자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방송사 사장들이 숭고한 방송의 날에 당신들만의 잔치를 멈추고 그간의 죄악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기레기를 넘어 역사의 죄인으로 그 죄갚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한 방송사 사장과 관계자들을 규탄했다.

 

다음은 언론시민단체들이 발표한 '방송의날 축하연 규탄' 기자회견문 '세월호 보도참사, 민심 조작해놓고 기념식이 웬말이냐' 전문이다.

 

▲ 방송의날 기념식이 열리는 6.3 빌딩 앞에서 열린 언론시민단체의 ‘방송의 날’ 축하연 규탄 기자회견     © 임순혜

 

 

                                    <'방송의 날' 축하연 규탄 기자회견문>

 

                           '세월호 보도참사, 민심 조작해놓고 기념식이 웬말이냐'

 

 

내일(9월 3일)은 제 51회 방송의 날이다. 1947년 우리나라가 국제무선통신회의에서 일본 호출부호 대신 독자적인 호출부호를 배당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그걸 축하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고위인사들과 방송사 사장들이 오늘 저녁 이곳 63빌딩에 모여 축하 잔치를 한다.

 

방송사는 공공재인 전파를 직․간접으로 이용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미디어보다 공정해야 하며 정파를 떠나 정치권력의 잘못을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철저하게 국민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은 방송사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금의 방송사들은 현 박근혜 정권이 관권부정선거, 대선공약 파기, 간첩조작 사건 등 온갖 패악질을 해도 정권비호에만 여념이 없었다. 또한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무능과 무감각과 무책임을 지적하거나 비판하기는커녕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했다. 엊그제 실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관련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50.9%가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답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묻는다.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말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이 신뢰를 최상의 미덕으로 여기는 방송의 날 기념식에 무슨 낯으로 찾아왔는가. 이곳에서 무슨 또 다른 거짓 약속을 남기려는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무리 힘없는 국민이라 해도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일말의 미안한 감정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이곳 여의도에 오기 앞서 청와대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부터 찾아 위로와 유감을 전하는 것이 사람된 도리요 대통령으로서의 예의 아니겠는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의 날 '축하연에 왜 오는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공정보도를 내팽개치고 거짓방송으로 정권의 눈치나 보고 아양이나 떠는 애완견, 막말과 선정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오염시켜 마침내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쓰레기 방송이 당신들의 권력을 지속시키는데 얼마나 든든한 원군이겠는가. 그 정치권력과 그 언론권력이 유유상종하는 당신들만의 잔치가 지금은 마냥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이 정치인과 방송인이기 이전에 피와 눈물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억울함과 분노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대통령이건 방송인이건 축하하고 즐거워만 할 때가 아니다. KBS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이뤄낸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립해줘야 할 정권이 이제 또 다시 뉴라이트 인사를 KBS 이사장에 앉히는 것을 보며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보았는가.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해놓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약속해놓고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방송사 사장들을 비롯한 고위 임직원들에게 고한다. '방송의 날'은 모든 방송인이 (전파의 주인인) 국민에게 공공봉사를 다짐하는 날이지 대통령 옆에서 사진 찍는 날이 절대 아니다.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부터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방송사들의 보도를 보면서 국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민보기를 두려워해야할 방송사 사장들은 애써 눈을 감거나 거짓 보도를 지시했다. 언론인의 사명감은 사라지고 권력 금단 현상을 두려워하는 부나방의 마지막 몸부림만 현란하다.

 

아직도 피눈물을 삼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광화문 광장에서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는 국민의 뜻을 생각한다면, 그 따위 방송을 만들어놓고 무슨 염치로 방송의 날을 기념하는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민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방송을 만들면서 도대체 무슨 낮짝으로 이러한 잔치상을 벌이는가.

 

우리 언론시민단체와 현업단체는 엄중하게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의 약속을 조속히 지켜라. 그렇지 않다면 지난 5월 19일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일 뿐이고 스스로 '거짓 대통령'을 자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방송사 사장들이 숭고한 방송의 날에 당신들만의 잔치를 멈추고 그간의 죄악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기레기를 넘어 역사의 죄인으로 그 죄갚음을 하게 될 것이다.

 

                                                    2014년 9월 2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광장,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가나다순)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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