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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嫌韓) 책으로 제국주의를 부추기는 일본사회
[일본 현장] 한국 서점가는 반일(反日) 책 아닌 일본 소설 출판 혈안
 
이윤옥   기사입력  2014/08/19 [15:18]

 “서점가에 지금 난리가 났다. 동네 서점가까지 혐한(嫌韓)책이 쫙 깔렸다. 하지만 서점 탓만은 아니다. 이러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문제다.”

 

이 말은 지난 2월 지인으로부터 이러한 전화를 받았다면서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혐한(嫌韓) 관련 기사를 일본 민단신문(民団新聞 8월 15일 보도)에 실은 모리사치코 (森幸子)씨의 이야기다. 그는 지인의 이러한 전화를 받고 동네 서점에 가보니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든 내용의 혐한 책들이 진열되어 팔리고 있다면서 문제가 심각함을 느꼈다고 했다.

 
모리 씨는 “민족적 증오와 국가간 대립을 함부로 선동하여 경악할 만한 제목으로 꾸민 책들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역사, 국제관계, 넌픽션, 베스트셀러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편승한 주간지들은 신이 난듯 전철안 광고를 도배하다 시피 하고 있었다”라며 혀를 찼다.

 

▲ 일본 서점의 한국을 혐오하는 책들 / '사실은 일한병합이 한국을 구했다', '비한론(역사도 미래도 아무것도 없는 한국의 비애)', '혐한류' (왼쪽부터).     © 이윤옥



그는 이러한 출판업자들이 부추기고 있는 헤이트 (hate. 증오)정서는 타국을 들먹여 애국심을 선동, 조장하는 일이라고 일축하면서 그것을 앞에서 이끄는 것이 출판업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리 씨는 이러한 일본 출판계의 미성숙한 점을 반성하는 반혐한출판회(反ヘイト出版会)가 3월 중순 결성되었다고 소개하고 이들은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증오 조장자)와 배외주의(排外主義)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관계자모임”이라고 전했다.

이 모임에는 대형출판사부터 중소출판사의 출판 편집, 영업, 서점 관련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모임을 갖고 페이스북 등에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증오 조장자)” 등의 활동 중지와 문제점을 알려나가는 일을 하는데 누리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모리 씨는 이러한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증오 조장자)” 들이 남의 나라 정치, 사회의 논평, 역사서 등을 트집 잡아 애국심을 조장하는 현상의 근저에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이 크게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2012년 오사카에서 만난 군복을 입은 극우단체들, “천황만세”를 외치는 그들을 보는 순간 섬뜩했다.     © 이윤옥

 
그는 일본의 출판사들이 한국과 중국에 대한 혐중혐한(嫌中憎韓) 책을 대량 생산 하는 것은 이러한 책이 잘 팔리기 때문임을 지적하며 고질적인 출판 업계의 불황과 사라지고 있는 애국심이 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출서방신사(河出書房新社)에서 《지금 이 나라를 생각한다 ‘今、この国を考える’》 라는 책이 기획되어 전국 100여 서점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일본출판노동연합회가 공동으로 “혐중혐한(嫌中憎韓) 책 및 헤이트스피치 출판물을 출판하는 제조자책임(製造者責任)을 생각한다”라는 심포지움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침략에 혈안이 되어 수십억의 아시아인을 고통 속에 빠트린 장본인이 아시아인으로부터 증오를 받아도 시원찮은데 적반하장 격으로 아시아인을 증오하고 그러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본사회는  매우 우려 되는 상황이다.
 

▲ 총을 쥔 병사, 태평양전쟁에 쓰인 군용기, 살상무기 대포, 전쟁을 찬양하는 책들로 가득한 야스쿠니 유취관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     © 이윤옥

 
하지만 모리 씨가 지적하듯 이러한 ‘아시아 증오적’ 발상은 양심있는 출판업자와 지식인들사이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 있으며 그러한 증거로 반헤이트출판회(反ヘイト出版会)가 전국 서점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이 냉정을 되찾고 균형있는 시각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편 출판업계와는 별도로 일본 최대의 책방 거리인 간다 진보쵸에서는 7월 24일 국제연합인권규약위원회가 일본정부에 대해 헤이트데모의 금지 및 범죄자 처벌 등을 권고한 것을 계기로 헤이트스피치 규제의 기운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서점가가에 이렇게 한국을 무시하고 헐뜯는데 혈안이 된 책들이 도배되고 있지만 한국 서점가에서는 반일(反日)책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이러한 일본 내의 혐한((嫌韓)분위기에 편승해 일본 출판계가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한국사회는 거의 침묵하고 있으며 한술 더 떠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일본작가들이 쓴 베스트셀러 책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안달인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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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8/19 [15: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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