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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둘 다 행복할 수 없었을까?
[류상태의 종교산책] 경쟁의 삶에 지친 청소년과 부모님들에게
 
류상태   기사입력  2014/08/01 [15:34]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각각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요즘 동시에 상영되고 있다. 나는 이 뮤지컬들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십여 년 전에 두 사람을 소재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를 아주 재미있고 감명 깊게 본 기억을 갖고 있다. 하여 이 글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다.

1. 고독과 허무를 견디지 못해 요절한 천재

천재는 슬프고 고독해지기 쉽다. 천재를 넘어 신동이 되면 인생 자체가 괴로울 수도 있다. 보통사람이 알기 어려운 세계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바보나 미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 당대에는 조롱과 멸시를 받고 그늘진 인생을 살았던 천재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야 비로소 빛을 본 경우도 이 세상에는 많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단순히 천재라는 말은 그에게 부족한 듯싶다. 세계가 알아주는 음악신동이 아니던가. 하지만 (실제인물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몰라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묘사되는 모차르트는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번득이는 재능으로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명성과 부도 얻었다. 그러나 그가 얻은 어느 무엇도 그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으며 인간관계도 엉망으로 꼬이고 만다. 하여 술로 허무와 고독을 달래며 살았던 모차르트는 35세의 젊은 나이로 슬픈 생을 마감한다.

천재성으로 인해 오히려 고통스런 삶을 살다간 모차르트와 비견되는 인물이 미술계에도 있다. 자기 시대를 수십 년이나 앞서 해쳐나갔던 천재 미술가 고흐(Vincent van Gogh). 그는 당대의 전문가들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의 작품이 팔리지 않아 동생에 의탁해 겨우 끼니를 때우며 살았다.

경제적인 어려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고독을 견디지 못해 정신병원에 12개월 동안 갇혀 지내기도 했던 고흐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다. 고흐의 명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그가 세상을 떠나고 수십 년이 지나서였다.

2. 열등감으로 자기 인생을 스스로 무너뜨린 수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은 모차르트보다 그의 경쟁자로 등장하는 살리에리였다. 두 사람은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자 평생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살리에리는 매번 모차르트와의 경쟁에서 참패하고 만다. 사실 살리에리에게는 모차르트가 라이벌이었지만 모차르트는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당대에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존경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신동 모차르트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는다. 살리에리도 천재적인 음악가였지만 자기보다 더 뛰어난 신동이 나타나자 그에 대한 불타는 질투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살리에리에 대한 기억을 강하게 갖고 있는 이유는, 남다른 재능을 소유한 사람이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능력을 가진 사람과의 비교의식에 눈이 멀 때 얼마나 불행해질 수 있는가를 그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3. 환상의 파트너, 아우구스투스와 아그리파

살리에리와 대조되는 인물을 한 명 소개하고 싶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절친이자 오른팔인 아그리파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그대도 여러 번 그의 얼굴을 보았을지 모른다.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라는 이름을 가진 하얀 두상을 스케치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그가 바로 내가 소개하려는 인물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잘 알려진 대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로 로마 공화정 시대의 막을 내리고 제정시대를 연 위대한 황제다. 하지만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아우구스투스도 한 가지 약점은 있었다. 군대에 대한 통솔력과 작전능력이다. 한 마디로 정치가로서의 아우구스투스는 위대했지만 제국 로마의 총사령관으로서는 너무나 무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의 가장 빼어난 능력은 '사람을 보는 눈'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았고, 그 약점을 보완해 줄 적임자로 양아버지 카이사르가 맺어준 친구 아그리파를 무한히 신뢰했다. 자신에게는 없었던 그의 군사적 재능을 시기하지도 않았고 그의 인격이나 배신의 가능성을 의심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멋이 있지만, 나는 황제보다 아그리파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친구의 신뢰로 로마제국의 막강한 군대를 손아귀에 쥔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황제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절친인 황제의 신뢰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영역에서 빼어난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의 조화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로마제국은 이후 평화와 번영을 구가한다.

4. 경쟁과 비교의식에서 벗어나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 개발에 주력했다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도 훌륭한 음악가로 역사에 남지 않았을까? 혹 모차르트처럼 역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음악가가 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다 간 좋은 사람으로 후세에 기억되지 않았을까?

인생을 살다 보면 자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만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기꺼이 그를 축복해주는 게 좋다. 그러면 마음이 열리고 그의 장점을 배워 자신도 더욱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면 그의 좋은 점을 배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장점과 아름다움까지 열등감으로 덮어버리기에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영화 <명량>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순신 장군이 다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KBS-TV에서 사극 <정도전>을 내보낸 이후로는 '정치인 정도전'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청소년 가운데, 모차르트나 고흐 같은 빼어난 예술가 또는 이순신이나 정도전 같은 위대한 인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경쟁의 삶에 지친 청소년들이 인터넷게임이나 스마트폰으로 스트레스를 겨우 달래는 우리 시대에, 이런 딱딱한(?) 글을 찾아 읽는 청소년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무리했으니, 꿈 깨라고 너무 타박하지는 마시라.

어쨌거나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이나 정도전 같은 위대한 인물이 된다면 그건 나라와 백성의 복이다. 그분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던가? 그러나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지도자가 된다면 그건 본인에게도 슬픈 일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세상에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위대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실하고 평범한 소시민이 천재나 신동으로 태어난 사람보다 훨씬 더 귀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하여 나는 '위대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청소년 그대여, 그대 생각은 어떤가?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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