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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관세화 선언…내년 1월 쌀시장 완전 개방
구체적인 관세화율 제시하지 못하고 대비책도 미흡, 농민반발
 
박상용   기사입력  2014/07/18 [14:37]
정부가 18일 '쌀관세화 조치'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5년 1월1일부터 쌀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쌀 관세화율과 농민 지원대책은 발표에서 제외돼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20년만에 쌀시장 개방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오전 9시 30분 정부 서울청사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쌀관세화'를 확정 발표했다.

'쌀 관세화'란 86~88년도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설정하고 해당 관세를 납부할 경우 쌀을 자유롭게 수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시장개방을 뜻한다.
 

식량주권 범국본 여성 화요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쌀시장 전명 개방(쌀 관세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쌀 시장 개방 철회, 식량주권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쌀이 우리 농업과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하지만,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20년 동안 쌀관세화를 유예했지만 더 이상 연기하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쌀관세화 유예로 그동안 의무수입물량(MMA)이 지난 95년 5만1,000t에서 올해는 40만9,000t으로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또다시 유예할 경우 MMA 물량이 82만t으로 늘어나, 시장개방 보다 오히려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MMA는 쌀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외국산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 쌀관세화 이후 국내시장 보호 대책 미흡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관세화율은 발표하지 않았다. 오는 9월말까지 WTO와 협상을 진행한 뒤 최종 발표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현재 농식품부는 수입쌀에 대해 최대 40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WTO와 협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쌀의 가격이 높아져 국내산 쌀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국내 쌀산업 보호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인 모든 FTA(참여 결정시 TPP 포함)에서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화율은 앞으로 WTO, FTA 당사국 등과 협의 과정에서 이해 관계가 충돌할 경우 얼마든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장경호 위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한국이 가입하는 조건으로 이른바 입장료를 요구할 경우 미국쌀에 대한 관세화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부는 쌀시장 개방에 따른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 유통을 법으로 금지하고, 쌀재해보험 등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쌀관세화 추진...농민단체 반발

정부는 쌀관세화와 관련해 국회 보고 등을 거쳐 9월말까지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하고, 올해 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부터 관세화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관세 수준 등 WTO에 통보할 핵심 사항은 전문가 협의 등 추가검토를 거쳐 농업계와 국회에 설명한 후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쌀관세화 방침에 대해 야당과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승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인 관세화 개방을 선언하려 하고 있다"며 "이동필 장관의 공식발표는 국회와 농민의 소리에 두 귀를 막고, 오로지 관세화만 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도 18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쌀관세화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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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7/18 [14: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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