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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시대, 마르크스주의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책동네] 클라이너의『텔레코뮤니스트 선언』, 인터넷과 맑스주의 다뤄
 
전명산
프로이트, 찰스 다윈, 일리야 프리고진, 알렌 튜링, 자크 라캉, 펠릭스 가따리, 움베르또 마투라나와 같이 공학자나 과학자, 의학자, 생물학자 등 인문학 혹은 철학과 거리가 멀 것 같은 분야에서 일가을 이룬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분야를 뛰어넘어 철학 혹은 인문학적 발언을 하는 경우, 그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 그것은 인문학과 철학이 종종 허공을 헤매며 현실과 동떨어진 말장난을 하고 있을 때, 직접 관찰한 임상 사례, 자연 현상 혹은 사물의 기저에 존재하는 어떤 규칙이나 원리를 새롭게 밝혀낸 사람들이 얻은 통찰은 기존의 세계관, 가치관,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쓴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종류의 영감을 살짝 기대했었다. 특히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은 IT 기술과 함께 구축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IT 기술의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인터넷의 공유지를 확장하려는 여러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는 Activist인 드미트리 클라이너로부터 무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포함해서 말이다.

▲ 드미트리 클라이너의 [텔레코뮤니스트 선언]     © 갈무리
그런데 이 책을 넘기면서 든 느낌은 시대에 뒤쳐진 어느 운동 집단의 팜플렛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고, 독특한 그 사회, 문화 그리고 기술적 기반 위에서 색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또한 그쪽의 지적 혹은 운동사적인 이론의 흐름을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독일 사회는 우리 사회보다 훨씬 더 정치활동의 스펙트럼이 넓고 노동자 자주관리 형태의 기업들도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다고 알고 있기에, 우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러나 그네들의 환경에선 충분히 개연성 있는 사회운동 이론, 사회운동 방법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나의 비평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미리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해서 나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인터넷의 현재를 진단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 예컨대 지금의 인터넷 자체가 중앙집중화되어있다는 그의 진단은 정확하다. 애초 인터넷의 목적은 전쟁 상황에서도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작동하는 네트워크(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래서 초기의 인터넷은 철저하게 분산형 구조의 Peer Network로 구현되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KT나 SKT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거기 가입된 수천만 사용자들의 인터넷이 속수무책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는, 대단히 중앙집중적인 형태로 구축되어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에 장착된 무선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네트워크는 더더욱 중앙집중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구글에 인수된 유투브의 예를 들며 웹2.0 기업은 자본이 사용자들을 포획하는 제 2의 인클로저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비판에도 수긍한다. 유투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린 사람들은 무료로 동영상 서버를 사용하는 대신, 유투브에 엄청난 숫자의 시청자를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투브는 그 사용자들의 숫자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트래픽을 기반으로 구글에 인수되었다. 여기서 오고간 돈이 천문학적인 금액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득은 동영상을 만든 사용자가 아니라 고스란히 유투브 창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 행위는 불법은 아니어도 지나친 독점이라고 혹은 탐욕스럽다고 비판하는 시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앙집중화되지 않으면서도 유투브 같은 혹은 구글 검색 같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또래 네트워크(Peer Network) 혹은 또래 생산(Peer Production)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추구하는 벤처 코뮤니즘이라는 운동을 제창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사실 최근에 등장한 페이스북, 유투브, 구글 같은 서비스들은 웬만한 기술력과 시스템 인프라를 가지고도 구축하기 어려운 서비스들이기 때문에, 또래생산(Peer Production)의 구조로 이와 비슷한 규모의 서비스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목적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다소간은 조직화된 형태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틀거리로 벤처 코뮤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것 역시 약간의 유보를 전제로 동의한다. (덧붙여, http://www로 대표되는 월드와이드웹이 시스템의 중앙화를 가져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지엽적인 반론이 가능하겠지만, 인터넷을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게 만든 월드와이드웹이 아니었으면, 인터넷이 소수 프로그래머와 매니아들의 사용 영역을 넘어서 모든 인류가 사용가능한, 전세계의 중추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는 정도의 코멘트만 덧붙이면 될 것 같다.)

사실 인터넷에서 공공이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공유지 영역을 넓힌다는 것은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기에, 그 목적 자체에는 별 다른 코멘트를 할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목적을 향한 활동들은 어떤 방식이든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든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든 카피레프트이든 혹은 위키리크스 같은 해킹 기반의 정보공개 운동이든... 그가 주창하고 직접 실행하고 있는 카피파레프트 역시 이러한 공유지의 영역을 넓히려는 목적을 가진 새로운 전략과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필자는 환영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카피파레프트 전략이 근대적인 맑스주의 이론 ― 생산력과 생산관계 그리고 생산수단의 소유여부에 의해서 정의되는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을 주축으로 사회를 설명하는 이론 ― 에 근거하여, 공유 저작물의 상업적 사용에 있어 사적 소유에 기반한 기업들은 배제하고 '노동자 자주관리', '협동조합' 등으로 저작물의 사용권을 제한하자는 전략을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동자' ― 현실의 노동자가 아니라 근대 맑스주의의 개념적 범주로 설정된 변혁의 주체로서의 ‘노동자’ ― 라는 범주에 여전히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이미 노동의 상당부분에 비물질적 노동이라는 현실과 개념이 스며들거나 아예 노동 자체가 비물질적 노동으로 대체되면서 '노동'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모호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맑스주의에서 정의했던 변혁의 주체로서의 ‘노동자’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상당한 개념적 괴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T 영역으로 넘어오면 이 괴리는 더 심각해진다.

솔직하게 필자는 비물적적 생산 활동의 대표적인 산출물인 소프트웨어와 19~20세기적인 산업환경에서 탄생한 ‘노동자’ ‘계급’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잘 융합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를 중심으로 노동자를 정의하는 접근법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아주 모호해져 버렸다. 왜냐하면 지금 시대에 누구나 컴퓨터만 있으면 상당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생산수단’을 보유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자본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프리랜서로 글을 써서 먹고 살 수도 있고, 물건을 팔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도 있고, 자본의 통제를 받지 않고 직접 다수에게 배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3D 설계도를 기반으로 3D 프린터로 물건을 직접 생산할 수도 있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그가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을 인터넷 시대에 맞게 제시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사회는 이미 기존의 마르크스주의로 해석할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한 지 오래이다. 이러한 괴리에 대해 네그리가 사회 전체가 공장이고 고전적인 개념의 노동보다 비물질적 노동이 훨씬 더 비중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언명한지도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내가 그에게서 별 다른 영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나아가 그가 제시하는 카피파레프트 운동에는 공유의 영역을 궁극적으로 줄어들게 만들 논리적인 가능성도 존재한다. 리눅스의 사례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리눅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개인 서버를 운영하는 프로그래머도 수만 명을 고용한 거대 기업도 사용에 제한이 없다. 만약 리눅스가 카피파레프트 정신에 입각해 리눅스의 상업적 사용권한을 노동자 소유 기업 혹은 협동조합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제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리눅스는 개인 개발자뿐만 아니라 실제 리눅스를 사용해서 대용량의 서버를 돌리고 있는 거대 기업의 엔지니어들로부터도 엄청나게 많은 개선 사항을 받고 있다. 그런 대규모 기업들의 엔지니어들이 리눅스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그러한 대용량의 컴퓨팅 환경을 거뜬이 수용할 수 있도록 리눅스가 진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리눅스는 고작 소규모 서버에나 사용될 수밖에 없는 큰 가치 없는 소프트웨어로 머물다가 궁극적으로 지금과 같은 대규모 컴퓨팅이 확산되는 기술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광범위하게 지식과 경험을 수용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리눅스와 같은 Open Source Software의 발전을 가로막는 꼴이 된다. 이미 공장은 공간적인 의미의 공장을 넘어 사회적 공장도 넘어서 모든 가정이 공장이 될 수 있는 사회로 향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지식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광범위하게 모을 수 있는 ― 이를 Crowd Sourcing이라고 한다 ―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마당에 굳이 그 범위를 다시 공장으로 좁혀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로부터 미루어 짐작하자면, 그가 발딛고 있는 낡은 이론적 틀거리가, 혹시나 그가 제안하거나 참여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리눅스 혹은 비트토렌트와 같은 레벨의 핵심적인 공유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의 전략 자체가 그 가능성이 충분히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비트토렌트가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임계 수치 이상의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버로서의 역할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이라는 공유지에서 그것이 검색이든 비트토렌트 같은 파일공유 서비스이든 혹은 유투브를 대체하는 동영상 서비스이든 또 다른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이든 드미트리 클라이너가 추구하는 운동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만 존속이 가능하다. 내가 보기에 드미트리 클라이너는 그가 발딛고 있는 낡은 이론 때문에 전략상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나는 클라이너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작금에 벌어지는 기술의 변화 그리고 그와 병행되는 사회의 변화는 마르크스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종류의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상상력을 굳이 마르크스 혹은 사회주의 ‘이념’에 묶어둘 이유가 있을까?

* 글쓴이는 『국가에서 마을로』 지은이입니다.

기사입력: 2014/07/07 [14:0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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