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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글살이, 누가 어지럽히나?
[시론] 광복 70년, 영어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는 누가 많이 쓰나
 
리대로   기사입력  2014/07/04 [23:02]
50년 전에 견주면 오늘날엔 신문이나 교과서, 공문서들에서 한자는 쓰지 않고 한글만 쓴다. 그런데 아직도 한자말이 많고 한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영어가 들어와 있다. 보통 국민이 쓰는 글이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는 공무원과 언론인과 학자와 기업인들이 쓰는 글이 그렇다. 배우지 못한 어린 백성들보다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는 지도자들이 우리 말글살이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 잘나고 똑똑하다는 이들이 조금만 더 우리 한말글을 사랑하고 즐겨 쓰면 우리 말글살이가 독립하고 자주문화국가가 빨리 될 것이다.
 
▲ 박근혜 정부 정책을 알려주는 ‘정책브리핑’이란 누리집 첫 화면이다. “브리핑, 플러스, 아카이브, 사이트맵, 서비스, 이벤트존, 아이디어” 들들 한글로 썼지만 거의 영어다.     © 리대로

먼저 정부와 공무원들이 하는 꼴을 보자. 아래 찍그림은 요즘 정부기관 누리집에서 찍은 것이다. 둘 다 정부 알림글인데 하나는 정부 정책을 알려주는 ‘정책브리핑’이란 누리집 첫 화면인데 “정책플러스, 아카이브, 사이트맵”들 제목이 한글로 썼지만 영어다. 또 하나는 미래창조과학부 누리집 알림판인데 “규제개선 鼓, 창조경제 GO“처럼 한자와 영어를 섞어서 썼는데 우리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 최근에 의약식품안정처는 규제개혁위와 함께 어린이들이 사먹는 식품에 한글보다 한자와 영문을 더 크게 쓰도록 규정을 바꾸겠단다. 일반 국민보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바른 말글살이 모범을 보여야 할 터인데 오히려 더 잘못하고 있는 일이 많다. 

▲ 미래창조과학부 누리집 알림판이다. 청소년들이 댓글로 말장난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 리대로

다음에 신문과 방송들을 보자. 아래 찍그림(사진)은 동아일보 제호와 지면 이름이다. 다른 신문들 제호는 모두 한글인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만 한자를 쓰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경제면은 한글로 “조선 경제”인데 동아일보 경제면은 영문으로 “BUSINESS Brunch Time”에다가 다른 지면 이름도 영어다. 기사도 거의 한글인데 몇 신문은 제목에 “일본 국민, 중국 대사”를 “日국민, 中대사” 식으로 쓴다. 그 글자 뜻대로 하면 “날(해)국민, 가운데대사”가 된다. 우리 국민이 똑똑해서 무슨 말인지 알아보지만 이제 모두 한말글로 써야 한다. 방송 제목도 말법에 어긋난 것과 영어가 많다. 언론은 국민들 말글살이에 엄청나게 영향을 끼친다. 우리 말글로 돈을 벌어먹는 이들이 더 바른 말글살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 제호도 한자이고 신문지면 이름이 온통 영어로 써서 지저분한 동아일보 모습     © 리대로


다음에 기업과 상품이름, 가게 간판들이 온통 영어다. SK, LG 들, 개인 기업이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KT로, 포항제철이 POSCO로 바꾸는 등 공기업도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상품이름과 아파트이름, 가게이름들이 경쟁을 하듯이 영어로 이름을 짓고 있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글로벌 네이밍 짓기”를 한다고 그 짓을 했지만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어서 회사가 잘된 것은 아니다. 옛날에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란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망했고, 삼성전자는 그대로 이름을 가지고 더 잘 되었다. 요즘 KT나 SK같은 영문 이름 회사도 흔들리고 사장들이 못된 짓을 해서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지금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이름들을 보면 영어가 더 많은데 제 말글로 된 이름을 버리고 남의 나라 말글로 이름을 짓는 것은 바보짓이고 어리석은 일이다. 


▲ 명동 거리 간판 모습인데 모두 영문이고 미국 회사 버거킹만 옥외광고물관리법만 지켜서 한글과 영문을 함께 썼다. 90%가 영문 간판인데 국민들은 아무 걱정을 안 하고 있다.     © 리대로

다음에 교수나 학자들 말글살이를 보자. 교수나 학자들이 영어와 일본식 한자말과 일본말투로 글을 많이 쓰고 말을 해서 알아보기 힘들고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본 식민지 교육에 길든 일제 지식인들이 일본 한자말과 일본말투로 교과서를 만들고 글을 쓰고 그 책과 글을 많이 읽은 학생들이 그 한자말과 일본말투를 그대로 배워서 공무원과 언론인과 학자가 되어 그대로 공문서와 교과서와 신문 기사를 쓰니 대를 이어서 그런 꼴이다.

나는 여기서 지식인들이 한자 접미사 ‘-적’이 들어간 일본식 한자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제 쉬운 우리 토박이말로 바꿔 쓸 것을 주장한다. ‘가공적(架空的)’이란 말은 ‘꾸며 낸’으로, ‘가급적(可及的)’은 ‘될 수 있는 대로’나 ‘되도록(이면)'으로, '가시적(可視的)'은 ‘보이는’이나 ‘볼 수 있는’과 같이 쓰면 훨씬 말글이 부드럽고 쉽다. 또 옛날부터 많이 부르는 "나의 살던 고향"이란 노랫말이나 "혈의 누"라는 소설 제목이 일본인이 많이 쓰는 말투 '- 의(の)'라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말인데 이제 그런 식 말투는 버리고 "내가 살던 교향"이나 " 피눈물"이라고 해야 우리식 말이 된다. 이런 한자말과 한자 혼용 말글살이도 일본 식민지 찌꺼기다.

며칠 전에 나온 '백범회보'를 보니 백범기념관 관장 정 아무개 교수는 글 제목에서 "나라사랑의 마음"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나라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우리 말투다. 또 그 회보에 한국학중앙연구원 권 아무개 교수는 "마음의 건설"이라는 제목에서 " 세계 평화의 실현의 정신으로 생각하는 민족의 갱생의 길을"이라고 쓴 글도 “마음 다지기”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정신으로 민족 갱생하는 길을"이라고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일본이 물러가고 70년이 다 되었는데 독립운동 단체들이 일본 식민지 교육 찌꺼기인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부끄럽고 한심하다.

▲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가 보낸 백범 선생 추모식 알림글인데 한자혼용이다.     © 리대로

일찍이 주시경 선생은 왜놈들이 이 나라를 빼앗으려 하던 120 여 년 전에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른다.”시면서 우리 겨레의 얼이고 정신인 우리 말글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가르쳐서 나라를 일으키려고 한글책 보따리를 들고 이 학교, 저 학교로 바쁘게 다녔다. 그 때 그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주시경 선생을 ‘주보따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겨레의 정신인 우리 말글 독립을 이루려고 애썼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나라는 왜놈들의 식민지가 되어 온갖 아픔과 슬픔을 겪다가 광복이 되었다. 그런데 광복 70년이 지나 일본이 재무장하고 다 침략 전쟁 준비를 하는 마당인데 우리는 일본 제국이 길들인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제발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공무원과 학자와 언론인과 기업인들은 한자혼용이니 영어 몰입교육이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하루빨리 우리 한말글로 힘센 나라를 만들자. 그리고 어깨 펴고 살아보자. 일본이 못된 마음을 버리지 않고 저렇게 날뛰는 것도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더 그렇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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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7/04 [23: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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