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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vs 캔디 고, 왜 공작정치 논란이 이나?"
[Why뉴스] 서울시교육감 선거판세 요동, 예측불허 혼미 속으로
 
권영철   기사입력  2014/06/02 [17:34]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주말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 고(한국명 고희경)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가장 뜨거운 뉴스 중 하나였다.

캔디 고 씨는 '서울 시민들에게'라는 글에서 "자신의 피붙이도 가르치려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느냐"며 고승덕 후보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서울 교육감에 출마한 건 선을 넘어선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1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머리를 숙이면서도 "저는 딸의 글이 고 박태준 회장의 아들과 문용린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며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이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친분이 있다는 정황만으로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하는 건 '후안무치'한 처사"라며 "후보를 사퇴할 줄 알았는데 자신의 부덕을 공작정치 의혹제기로 가리려 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2일 중 고승덕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오늘 에서는 '고승덕 vs 캔디 고, 왜 공작정치 논란이 이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캔디 고 씨가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 대해 작성한 페이스북 글. (캔디 고 씨 페이스북 캡처)

▶ 갑자기 무슨 공작정치 얘기냐?

=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가 제기했다.

고승덕 후보는 어제(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딸이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고(故) 박태준 회장의 아들과 문(용린)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 후보는 그러면서 "저는 지금 또 다시 공작정치의 폭풍 속에 외로이 서 있다"면서, "저의 자녀를 이용해 저를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딸 캔디 고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정치공작' 차원임을 강력하게 제기한 것이다.

고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캔디 고가 쓴 글이 내밀한 가족사를 담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는 쓰기 어려운 글"이라면서 "직접 언급을 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사람들의 조력을 받아서 글을 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공작 정치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는 무엇이냐?

= 고승덕 후보가 이혼을 하고 재혼을 했는데 전처의 집안이 포스코 설립자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다.

고 후보는 구체적인 공작 정치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고 후보는 "문용린 후보와 박태준 전 명예회장의 둘째아들 성빈 씨는 2대째 내려오는 끈끈한 관계가 있고, 고승덕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성빈 씨가 문 후보에게 전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문 후보와 박태준 회장은 2000년 같은 시기에 교육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재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태준 회장 사망 시 문 후보가 장례위원을 맡기도 했다"면서 "박성빈 씨와 문 후보는 2012년 2월부터 1년간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로 함께 재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후보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인데 고 박태준 회장의 아들 박성빈 씨가 문용린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에 있는 조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고승덕과 싸워줘서 고맙다. 이게 우리 집단의 뜻이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에는 캔디 고의 이모, 사촌 등 전처가족들이 글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 후보는 특히 "1999년 한나라당 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지만 반납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저의 장인이자 집권여당 자민련 총재였던 박태준 회장 측의 회유와 압력으로 납치되다시피 해서 기자회견장에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가가 사위에게 신변위협을 하는 일이 드라마가 아닌 실제로 일어났고, 당시 저는 공천 반납으로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문(용린)후보 캠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이희범 사무총장(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이 4일 전부터 여러 보수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고승덕은 교육감이 절대로 안 됩니다 큰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됩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문용린 후보 측의 공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정황상 공작 정치가 분명하다?" 문용린 후보 측은 어떤 입장이냐?

= 문용린 후보 측은 상당히 강경하다.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한 고승덕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용린 후보 측 황석연 소통실장은 "고 후보의 공작정치 의혹 제기는 명백한 허위 사실로 정황 외에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오늘(2일) 명예훼손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쪽 핵심관계자는 "고승덕 후보가 주식작전세력이 작전 하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역공작을 하는 것이 가증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승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후안무치"하다면서 "문 후보 측에서 공작을 했다면 사전투표가 실시되기 이전에 했을 것"이라고 맞섰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고승덕 후보가 부끄러움을 알고 후보직에서 사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하는 걸 보면서 정말 질이 나쁘다. 교육감 자격 없다"고 비판했다.

문용린 후보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고승덕 후보를 비유했는데 "세월호 이준석 씨가 팬티 바람으로 도망가던 장면이 생각났다"며 "고 후보가 딸을 돌보지 않은 것과 선장이 승객을 두고 도망친 것은 사회 전반에 책임 회피와 기강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과 고 후보가 보여준 책임감 없는 모습은 오늘 우리가 서울교육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면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캔디 고 씨는 고승덕 후보의 공작정치 의혹 제기를 정면 반박했는데?

= "아빠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캔디 고 씨는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것을 말했을 뿐"이라며 "저는 27살 성인이고 제 의사 결정을 할 능력이 있다"고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한 고승덕 후보의 기자회견을 반박했다.

캔디 고 씨는 고승덕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한겨레 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저는 그(고승덕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그 어떤 세부적인 내용도 제 편지(페이스북 글)의 내용 또는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교육 지도자 후보를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캔디 고 씨는 "저는 그에 대해서 어떤 악의도 품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편지를 썼던 유일한 의도는 그가 자신의 자녀들의 교육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서울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교육감 선거와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권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믿는 것을 말한 것이고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 고승덕 후보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는 캔디 고 씨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부분이 있지 않느냐?

= 고승덕 후보가 아버지로서 가장 아픈 부분이 아마 "자기 자식을 가르치지 않고 완전히 내팽개쳤다"는 부분일 것이다.

캔디 고 씨는 페이스북에 "전화와 인터넷이 있지만 고승덕은 나와 내 동생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생일날 전화를 하거나 선물을 주는 건 우리의 상상 밖에 있는 일이었습니다. 왜냐면 그는 자기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는 금전적인 도움을 포함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도와 준 일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미국에서 자라는 동안 나는 한국 미디어를 통해서 고승덕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강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부모님들에게 어떻게 해야 자식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베풀 수 있는지 말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2000년대 초에 후자(부모교육; 역주)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분노했습니다. 그가 자기 자식은 가르치지 않고 오히려 완전히 내팽개쳤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고승덕 교육감 후보가 공개한 딸 캔디 고 씨와의 카카오톡 내용. (사진=고승덕 교육감 후보)

고승덕 후보는 "모든 것이 나의 부덕의 소치"라면서 "그 아이(캔디 고)가 가졌을 저에 대한 미움에 대해서도 저의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 딸이 들어올 때는 만났다. 딸과는 가끔 카톡과 전화했다. 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딸과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선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4~5개월 전 딸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만나지는 못했지만 통화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도움 부분에 대해서는 "이혼을 하면서 부부 공동명의의 아파트를 양육비 명복으로 다 넘겨줬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딸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카톡 대화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카톡 대화내용 중에도 캔디 고 씨는 자신과 동생의 나이를 잘못 언급한 점, "뺏긴 것처럼 느끼면서 살지 말고 자식에게 잘해봐라, 멀쩡히 살아있는데 왜 모른 척 하나"라는 내용이 있다. 페이스북 글의 내용과 맥이 같은 내용이었다.

고승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양육권을 뺏겼다"라고 밝혔는데 변호사인 고 후보가 '양육권을 빼앗겼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질문에 고 후보 측은 "구체적인 것은 밝히기 어렵다"라면서 가정사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 서울교육감 선거는 고승덕 후보와 현 교육감인 문용린 후보,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조희연 후보의 3파전이었다.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 이전 여론조사에서는 고승덕 후보가 줄곧 1위를 달려왔지만, 공표금지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문용린 후보가 고승덕 후보를 오차범위 내지만 추월하기도 했다. 조희연 후보도 오차범위 내에 들어있어서 세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승덕 후보 딸의 문제제기로 서울교육감선거 판세가 요동치면서 예측불허의 접전양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공표금지 이후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하지는 못하지만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하고 후보 쪽에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후보들간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고승덕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해명에 나섰지만 고 후보의 주 지지층이었던 30 ∼40대 '엄마 표심'의 이탈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더구나 조희연 후보(성공회대 교수)는 둘째 아들이 지난달 29일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에 아버지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서 '아빠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한 고 후보와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고 후보의 지지표가 이탈할 경우 같은 보수후보를 표방한 문용린 후보에게 보탬이 될지 아니면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표방한 조희연 후보에게 유리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75명으로 대상으로 서울시 교육감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용린 23.3% 고승덕 21.9%, 조희연 18.7%, 이상면 3.4%였고 부동층 비율은 32.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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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6/02 [17: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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