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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는 영웅, 천추태후는 역적, 누가 만드나?
[독자마당] 역사왜곡 보다 더 무서운 시청률 왜곡, 사극 시청률로 재단말라
 
유은선   기사입력  2014/05/22 [14:52]
* 본문은 <대자보> 독자이신 유은선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대자보>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하며, 본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MBC 드라마 ‘기황후(* 사극(史劇)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있다.)’가 지난 4월 29일 51회로 막을 내렸다. 작년 10월 말부터 장장 6개월에 걸쳐 방영된 ‘기황후’는 대체로 평균 시청률 20퍼센트 중,후반대를 기록하며 선전하였고 그런대로 화제를 불러모은 ‘성공작’으로 평가할만한 드라마다. 하지만 ‘기황후’는 고려 최악의 패륜임금이자 폭군이었던 ‘충혜왕’을 미화하려 한다는 점과 기황후 역시 그 오라버니들이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다가 황후가 된 동생의 권세를 믿고 고려에서 전횡을 일삼은 점과 기황후 역시 공민왕에 의해 오라버니 기철 일당 등이 축출되자 이에대한 복수를 한다며 고려를 침략하려 한 적이 있다는 점 때문에 사극에서 미화시키기엔 곤란한 인물이 아니냐는 점에서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기 힘든 인물을 미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기황후’는 5년전인 2009년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와 공통점이 있다. ‘천추태후’ 역시 고려 7대임금 목종의 어머니로 태후의 신분으로 김치양과 간통했다가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다 폐위가 된 인물을 마치 ‘거란에 맞서싸운 여전사’로 미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다. 특히 ‘천추태후’의 경우엔 인기탤런트 채시라씨를 주인공으로 캐스팅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KBS가 다방면으로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면에선 신통찮은 성적을 낳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기억나는 점은 ‘천추태후’의 경우엔 특히 이 드라마를 띄우기 위해 KBS가 여러차례 2TV 주말 편성시간대를 변경시켰으며 이로인해 ‘천추태후’보다 앞서 방영되는 오락프로인 ‘개그콘서트’와 ‘연예가중계’가 총 방영시간이 줄거나 시간대도 몇차례 이동되었다는 점에서 KBS 예능팀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이다. 실제 천추태후가 시작되고 한동안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KBS 예능국 혹은 개콘쪽 관계자의 친구,지인임을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이 특정 드라마를 띄워주기 위해 ‘개콘’,‘연중’등 다른 오락프로들의 방영시간을 줄이거나 시간대를 변경시킨 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글을 여러차례 올린바가 있는것이 기억이 난다.

허나 ‘천추태후’의 경우 평균 시청률 10퍼센트 초,중반대를 기록 그런대로 공을들여 홍보를 했던 드라마라는 보람도 없이 ‘대하드라마’로선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특히 그해(2009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SBS 드라마 ‘화려한 유산’이 천추태후와 동시간대 방영되어 이 드라마가 시청률을 40퍼센트를 상회할 때 ‘천추태후’는 시청률 5퍼센트까지 추락한 최악의 기록을 한 일도 있다. 그와같은 ‘천추태후’는 ‘화려한 유산’이 끝나고 드라마가 후반부로 접어들 무렵에서야 겨우 시청률 10퍼센트 중반대를 회복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시청률의 저조, 예능국과의 불화. 이런점 때문인지 KBS는 애초에 꽤 적극적이고 다방면으로 ‘천추태후’를 홍보하던 드라마 시작전과는 달리 드라마가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서는 이 작품을 ‘버리는 카드’로 생각했던것 같다. 천추태후는 애초의 100부작 기획이 80부작으로 축소되었으며 이후 추석연휴등의 이유로 2회가 더 줄어든 78회로 막을 내렸으며, 애초에 꽤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드라마 종반부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강감찬의 귀주대첩’조차 흐지부지 묘사하고 마무리되었다.

‘천추태후’ 드라마가 한참 종반부 스토리로 향해가고 있을때쯤, 당시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주말 예능프로인 ‘스타 골든벨’에 천추태후에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신인 연기자 두명이 게스트로 나온바가 있다. (독연역의 이은정, 사가문역의 김형민) 헌데 이 방영분에서 사회자가 천추태후 출연진인 게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려 할때 함께 출연한 개콘 출연진들이 노골적인 ‘인터뷰 방해’를 한 일이 있다. 단순히 오락프로에서 웃기기위한 퍼포먼스와 농담으로 생각하기엔, 드라마가 시작할때쯤 편성시간대 이동 문제로 있었던 개콘측과의 불화등을 염두에 둔다면 오락프로에서 종종 있을법한 개그맨들의 웃기기 위한 해프닝 정도로 보아 넘기기엔 어려운 부분이었다.

한편 MBC 드라마 ‘기황후’의 경우엔 최근 방영된 KBS 계열 케이블 채널인 ‘KBS N’의 신설프로그램 ‘시청률의 제왕’에서 이 드라마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출연한 게스트중 한명인 김태훈 ‘팝 칼럽리스트’가 ‘기황후’를 이와같이 평가했다. ‘스토리텔링이 매우 잘 된 작품이다 !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한마디로 역사왜곡 논란을 일축해 버리며 ‘기황후’를 작품성면에서 호평을 한 것이다. 그보다 앞서 방영된 종편 JTBC의 예능비평 프로 ‘썰전’에서도 ‘기황후’에 대해 비슷한 평가를 내렸던것을 보면 확실히 시청률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방송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것이라 씁쓸함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MBC는 작년 연말 ‘2013 MBC 연기대상’에서 기황후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탤런트 하지원씨에게 대상을 안긴것을 비롯 작가상,남자 최우수 연기상,우수 연기상, 여자 신인상등 무려 일곱 개 부문의 상을 ‘기황후’ 출연진과 제작진에 무더기로 수여하였다. MBC가 이전에도 드라마 전체 방영분의 절반도 채 방영하지 않은 작품에 대상을 수상한 경우는 ‘마의(2012년)’,‘대장금(2003년)’등의 사례가 이미 앞서 있긴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한지 이제 두달여밖에 안 된 시점의 드라마에 이와같은 무더기 시상을 한 경우는 확실히 지나친 ‘기황후’ 홍보와 띄워주기 전력이란 지적을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두달(2부X8주=16부)은 미니시리즈(일반적으로 16부작 내외)로는 한편이 방영되는 기간이긴 하지만 50부작의 장편 드라마로 보면 이제 3분의1 밖에 방영을 안 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 정도 분량이 방송된 드라마의 주연이나 제작진을 대상이나 작가상등을 받을만한 연기자고 작품이었다는 ‘호평’을 내리는것이나 다름없는 ‘시상’을 했다는 점은 분명 지나친 처사였다.

흔히 ‘이기면 대감되고 지면 역적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가령 비정한 정치판에서 선거에서든 또는 역모를 꾸며 이겼든 그렇게되면 집권세력이 되거나 또는 한 나라를 세우는 건국자로 남을수도 있지만 선거에서 지면 야당으로 전락하는것이고 왕조시절 역모를 꾸미다 발각되어 실패하면 그저 역적이 될 뿐이다. 이런 공식은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비슷한 비유를 할수 있어 가령 스포츠에서도 감독이 작전을 잘 짜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 ‘명감독’이란 평가를 받게되는것이고 시합에서 연전연패를 하게되면 그 팀의 감독은 팬들로부터 오만 비난과 오명을 뒤집어 써야만 한다.

‘시청률’이 방송프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방송가는 결국 ‘모든것이 시청률로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감스럽고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수도 없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불편한 진실인것이다. ‘기황후’와 ‘천추태후’는 두 작품 다 역사적으로는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점에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천추태후’의 경우엔 시청률이 저조하자 결국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흐지부지 막을 내린 반면 시청률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 ‘기황후’는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한 칼럼리스트의 말을 인용하면 ‘스토리텔링이 잘 된 작품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다 !!!’라는 평가를 받았다.

똑같이 역사왜곡을 한 드라마이면서 ‘천추태후’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흐지부지 막을 내리고 말았고 ‘기황후’는 ‘스토리텔링이 잘 된 작품’이란 호평을 받았다. ‘잘되면 대감이고 못하면 역적’이라는 세상의 공식에 대입해본다면 기황후는 그야말로 시청률에서 성공을 했기에 ‘스토리텔링이 잘 된 작품’이란 호평을 받은것이고 천추태후는 시청률에서 부진했기에 ‘역사왜곡을 하더니(?) 결국 시청률에서까지 참패한 드라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똑같은 역사왜곡 드라마이면서 어떤 드라마는 ‘스토리텔링이 잘 된 드라마’란 호평을 받았고 어떤 드라마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것. 그 차이가 결국 ‘시청률’에 있었음을 살펴본다면 방송가의 현실과 세태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씁쓸한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지하에 있는 기황후와 충혜왕이 꽤나 묘한 미소를 짓고 있을것만 같은 그와같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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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5/22 [14: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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