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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격차를 줄여야 경제를 살린다
[김영호 칼럼] 규제완화에나 매달려서는 朴 정권 국민행복시대 열지 못해
 
김영호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기업임원의 임금상한규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EU(유럽연합)은 금년부터 연봉 50만유로 이상을 받는 은행 임직원의 상여금을 고정급의 최대 200% 이내로 제한한다. 미국은 2009년 제정한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을 통해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급을 제한-환수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영국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규정을 마련했다. 중국도 2009년부터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280만 위안으로 제한한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도 세계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바람이 스위스에서도 불어 작년 11월 기업내부의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이른바 ‘1:12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부결되었지만 그 쟁점은 여전히 뜨겁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상장사 경영진의 임금지급계획을 주주총회가 승인하도록 하는 제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또 최저임금 월4,000 스위스프랑 인상안에 대해 내달 18일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프랑스에서도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임금격차 축소에 박차를 가하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특별행정명령을 통해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최저임금인상안을 공화당이 반대하자 지난 2월 연방정부 계약직원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는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연장근로수당을 받는 대상자를 연봉 2만4,000 달러에서 5만 달러로 높였다. 지난 8일에는 연방정부 계약직원의 임금차별을 해소하는 특별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성별-인종을 떠나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이 나라에서는 임금격차가 무한대로 벌어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전에만 해도 억대연봉자는 거의 없었다. 기업내 임금격차는 3~4배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 2013년 현재 억대 연봉자가 41만5,000명이나 된다. 반면에 월100만원도 못 받는 저임자가 무려 26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극단적 임금격차가 중산층을 급속히 붕괴시키고 나아가서 사회를 급진화시키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에 따라 재벌기업의 등기임원 보수가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등기를 기피한 혈족일가의 보수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SK그룹 회장 최태원이 받는 보수는 301억원으로서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액 규모이다. 2013년 30대 재벌그룹 계열상장사 가운데 최고액 임금을 받는 상위 10개사의 임원 평균연봉은 62억7,000만원으로서 직원 평균연봉 8,290만원의 75.7배나 된다. 상위 20개사의 임원 평균연봉도 47억원으로서 직원 평균연봉에 비해 64.3배나 많다.

금융계도 고액연봉을 자랑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살려낸 은행권의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의 연봉은 대개 10억원이 넘는다. 가입자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보험사도 연봉수준이 비슷하다. 코리안리재보험 전임대표 박종원의 퇴직금이 직원평균의 245.5배에 달해 무려 159억원이다. LIG손해보험 전임회장 구자준의 퇴직금도 42억2,000만원이나 된다. 이자도 못 버는 기업들도 연봉잔치를 벌인다. 등기임원의 평균연봉이 삼성SDI 17억6,000만원, 한진해운 14억3,300만원, GS건설 10억4,400만원이나 된다.

국세청의 2012년 공공기관 연말정산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억대연봉자는 2만1,229명으로서 일반기업에 비해 3배나 많은 전체직원의 8.4%이다. 그 중에서 부채과다 12개 공기업은 부채규모가 무려 403조원인데 억대연봉자가 무려 2,356명이나 된다. 부채 60조원, 당기적자 3조원의 한국전력이 1,266명, 부채 50조원, 당기적자 3조3,000억원의 예금보험공사가 45명, 부채 148조원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56명 등등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1%가 99%를 약탈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을 질타했다. 그것이 세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임금격차 축소가 지구적 과제로 떠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권고문을 통해 ‘적하이론’(滴下理論-trickle-down theory)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상류층에 돈이 넘쳐나면 하류층으로 떨어진다는 이 가설은 입증된 바 없다는 설파였다. 그런데 이 나라 지배세력은 아직도 이 낡은 이론을 맹신하며 신자유주의를 추종한다.

오바마의 저소득층 임금인상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income-led growth)’에 근거한다. 경제불평등 완화가 경제성장으로 이끈다는 이론이다. 오바마는 작년 2월 연두교서를 통해 중산층의 ‘재발화’(reignition)는 시대적 과제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역설했다. 임금격차를 줄이지 않고 규제완화에나 매달려서는 박근혜 정권이 말하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지 못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4/04/17 [23:3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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