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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3.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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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이스팅스,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
[인물 FOCUS] 전세계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 왕국 세우고 제왕에 올라
 
김환표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 리드 헤이스팅스

“앞으로 10~20년 뒤에 사람들은 ‘리니어 채널(linear channe·방송 스케줄이 정해진 보통의 TV 방송)’이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랄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말이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질문할 겁니다. ‘누군가 당신이 보고 싶은 채널을 선택해 주었다고요? 왜 당신이 선택하지 못했나요?’라고요. 그들에게 그것은 완전히 낯선 과거가 될 겁니다.”1

헤이스팅스의 발언은 과장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른바 OTT(Over The Top) 미디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기존 방송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미디어는 정해진 방송 전용망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존의 일회성·단방향성 방송 서비스와 달리 소비자가 원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 동영상 콘텐츠를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제공하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 서비스 업체다.

OTT 미디어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편한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2 우리가 흔히 모바일 메신저라고 부르는 카카오톡, 라인, 와츠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트위터,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훌루 등이 대표적인 OTT 미디어다. 그 가운데서도 넷플릭스는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합성어다. 1997년 인터넷을 통해 DVD를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 인터넷에 연결만 되면 컴퓨터, 스마트폰, 텔레비전, 게임기, DVD 플레이어, 셋톱박스 등 100여 개의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어디서나 넷플릭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기반을 크게 넓혔다. 2012년을 기준으로 미국은 4가구 중 1가구가 넷플릭스에 가입해 있으며, 2013년 9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는 회원 수는 4,000만 명에 달한다. 연매출은 4조 원에 이른다.3

한국인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미국에서 헤이스팅스는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에 비견될만큼 IT 업계의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포천』은 2010년 ‘올해의 기업인’ 순위에서 헤이스팅스를 1위로 꼽았다. 스티브 잡스는 3위, 마크 저커버그는 4위였다.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포스트 잡스가 누구인지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미국 ICT 전문 언론 『새너제이머큐리뉴스(SanJose Mercury News)』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을 최고 CEO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헤이스팅스를 꼽았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후보 자격으로 ① 기술 진화 방향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능력 ② 회사 사업 구조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과감한 도전 의식 ③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팀워크 ④ 직원들이 열정을 바칠 수 있는 CEO의 가치 등을 제시했는데,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세계 최대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전기차 제조업체 텔사의 CEO 엘론 머스크, 클라우드 컴퓨팅·소프트웨어 전문 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의 CEO 마크 베니오프 등이 헤이스팅스와 함께 꼽힌 인물들이다.4 저커버그는 “헤이스팅스는 기업가이자 엔지니어로서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을 통째로 바꿔놓는 혁신을 이뤄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5 저커버그의 말이 시사하듯, 미국에서 헤이스팅스는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로 불린다.6 넷플릭스를 통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과 유통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탄생

196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헤이스팅스는 스탠퍼드 공대에 들어가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딴 뒤 1990년 소프트웨어 기업 ‘어답티브테크놀러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년 만에 회사를 나온 그는 ‘퓨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경영자보다는 엔지니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헤이스팅스는 1996년 7,5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하고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넷플릭스는 헤이스팅스의 작은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1997년 미국 최대 비디오·DVD 대여점이던 블록버스터(Blockbuster)에서 당시 유행하던 영화 〈아폴로 13〉 DVD를 빌렸다가 반납을 깜빡한 탓에 40달러(약 4만 4,000원)의 연체료를 물어준 후,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가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은 헬스클럽처럼 월정액 사용료를 내고 가고 싶을 때 가고 가기 싫을 때 가지 않듯이 원하는 때에 DVD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게 바로 넷플릭스였다.7

미국인들에게 넷플릭스는 ‘빨간 편지봉투’로 잘 알려져 있다. 온라인과 우편 방식을 활용한 넷플릭스의 독특한 DVD 대여 시스템 때문이다. 단일 DVD에 대한 연체료를 없애고 6달러(약 6,700원)만 내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우편으로 발송하고 다시 우편으로 수거하는 방식을 택한 헤이스팅스의 전략은 DVD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DVD를 구하기 위해 대여점을 찾았다가 원하는 DVD가 없으면 허탕을 치기 일쑤였던 데다가 적잖은 연체료를 물어야 했던 고객들에게 연체 수수료 걱정 없이 영화와 드라마를 가정에서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헤이스팅스의 전략은 주도면밀했는데, 이는 물류 혁신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물류 혁신은 넷플릭스의 우편 방식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인으로 거론되었다. 넷플릭스는 전국 우체국과 계약해 우편 배송료를 낮췄고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전역에 50여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우편배달의 단점인 배송 지연을 최소화했다. 고객이 보낸 DVD가 우체국과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로 전달되도록 해서 시스템에 DVD 도착 정보가 입력되면 바로 다음 DVD를 발송해 고객 불편을 줄인 것이다.8 이런 시스템을 통해 고객은 2~3일이면 새로운 DVD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 2002년까지 가입자 수가 적어 배송료 때문에 손실을 기록했던 넷플릭스는 2003년 가입자가 150만 명을 넘어서면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9
 
넷플릭스의 정교하고 치밀한 우편배달 시스템은 순식간에 DVD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2000년대 초반 25개국에 8,000여 DVD 대여점을 운영하던 초대형 기업 블록버스터가 2010년 9월 23일 파산 보호 신청을 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넷플릭스 때문이었다.10 넷플릭스의 물류 혁신 앞에서 세계 1위 유통 기업인 월마트도 힘을 쓰지 못했다. 월마트 역시 넷플릭스처럼 우편으로 비디오를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2005년에 포기했으니 말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에 명운을 걸다

2007년 헤이스팅스는 새로운 도박에 나섰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온라인 스트리밍(streaming)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2000년대 중반 가정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DVD를 대여하는 것보다 실시간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DVD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내린 결정이었지만, 사실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은 일찍부터 헤이스팅스의 꿈이었다. 이미 2005년에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으니 말이다.11 그런데, 하필 왜 2007년을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의 본격적인 해로 설정했던것일까? 온라인 스트리밍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적 한계가 비로소 해결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1999년에 스트리밍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이 그만큼 빠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DVD 우편 발송 서비스부터 시작한 겁니다. 인터넷이 더 빨라질 때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였습니다.”12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에서도 그는 차별화를 꾀했다. 당시 다른 미디어 업체들은 영화나 드라마 1편당 돈을 받거나 광고에 기반한 무료 방송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컨대 동영상 업체로 유명한 훌루는 중간 광고 시청을 조건으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광고를 배제한 유료 모델을 선보였다. 유료였지만 기존 온라인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던 회원들에겐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에 우편 배송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합효과를 불러오며 빠른 속도로 고객을 늘렸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멀티채널 전략도 함께 구사했다. PC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콘솔 ‘X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위’ 등 유력 콘솔에서도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13

2010년 12월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는 이제 스트리밍 비디오 회사로 거듭난다”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고 말했는데,14 이는 헤이스팅스 인생에서 가장 큰위기에 직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중심축을옮긴 넷플릭스의 성공 여부는 ‘콘텐츠 확보’에 있다고 분석했지만 위기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2011년 9월 미국 VOD 서비스 가격을 60퍼센트 인상하고 DVD 배송 사업을 분사한다고 발표했다가 고객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결국 분사 발표는 한 달 만에 철회했지만 고객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아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이탈한 가입자만 80만 명에 달했고, 300달러에 이르던 주가는 한때 6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나 할까. 같은 해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등 콘텐츠 제작 업체에 지급하는 라이선스 비용마저 급등해 넷플릭스는 그로기 상태까지 몰렸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2012년 초 넷플릭스는 나스닥 퇴출 1순위로 거론될 만큼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지만, 헤이스팅스는 스트리밍 방식이 ‘본방사수’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에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15 오히려 미래를 위해 더욱 공세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헤이스팅스가 내놓은 것은 넷플릭스에서만 독점으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이었다.16

이렇게 해서 나온 게 바로 2013년 미국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뒤흔들어놓은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였다. 헤이스팅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총 2시즌 26화 드라마 프로젝트에 1억 달러(편당 약 40억 원)를 투자하고 독점권을 확보했는데, 이는 사실상 넷플릭스의 명운을 건 도박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미국 워싱턴 정계에서 벌어지는 권력·섹스·야망·사랑·비리의 스캔들을 다룬 정통 정치 스릴러물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충격

넷플릭스가 2013년 2월 독점 공개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건 혁신적인 콘텐츠 유통 방식 때문이었다. 기존 방송사가 일주일에 보통 1편씩 방영하는 것과 달리 〈하우스 오브 카드〉는 1시즌 13화를 한꺼번에 공개해버렸다. 이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의 시청자들은 ‘본방사수’를 하기보다는 주말이나 심야에 긴 드라마도 한 번에 몰아서 마라톤 하듯 보는 ‘폭식시청’을 한다는 새로운 시청 행태에 도박을 건 것이었는데, 이 전략이 크게 성공한 것이다.17 폭식시청이란 보고 싶은 방송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몰아보는 시청 방식을 뜻한다. 몰아보기 시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바쁜 시청자들이 주말 등 자신이 편한 시간에 몰아서 한꺼번에 보는 시청 패턴을 반영한 콘텐츠 유통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두 번째 자체 제작 콘텐츠인 정치드라마 〈헴럭 그로브〉 역시 같은 수량을 같은 해 4월 한꺼번에 공개해 역시 대박을 쳤는데, 이는 미국의 지상파와 케이블을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기존의 드라마 유통 방식을 뒤흔들며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가자체 제작한 드라마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미국인들에게 이제 지상파와 위성방송 등을 통하지 않고도 좋은 드라마를 기다림 없이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했다.”18  2013년 9월 열린 미국 방송계의 최대 축제로 통하는 제65회 에미상 시상식장의 주인공도 넷플릭스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감독상, 촬영상, 캐스팅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모두를 비웃었으니 말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가 역사를 썼다”며 “할리우드가 이제 넷플릭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19

혁신적인 콘텐츠 유통 방식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넷플릭스는 미국 미디어 엔터테인먼
트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2013년 4월 넷플릭스는 미국 2위 케이블 방송인 HBO의 가입자 수를 넘어섰으며,20 2013년 초 100달러 아래에서 맴돌던 주가는 2013년 11월 370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 11월 26일 금융전문 매체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제프 리브스는 자신이 올해 내놓은 투자 아이디어 중 넷플릭스와 야후의 주가 상승 여력을 간과한 점이 가장 ‘멍청한(stupid)’ 일이었다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넷플릭스에 대해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기로 한 결정과 성장 계획이 정말 유망해 보인다”면서 “올해 수익률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21 구글·야후에 투자해 전설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불리는 마이클 모리츠는 “투자하지 않아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기업이 둘 있다”며 넷플릭스를 트위터와 함께 꼽았다.22

헤이스팅스는 “콘텐츠 개발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데, 콘텐츠 확보를 위한 넷플릭스의 행보 역시 대단히 적극적이다. 2012년 12월 매년 3,000억 원의 판권비를 지불하는 것을 조건으로 가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대표주자인 디즈니와 단독 판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3년 하반기에는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바탕으로 4개의 시리즈물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23 자체 콘텐츠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단편 시리즈물을 비롯한 온라인 스트리밍용 영화를 제작하는 한편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게 헤이스팅스의 전략인 셈이다.

콘텐츠 결정권을 소비자에게

콘텐츠 확보 못지않게 헤이스팅스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마케팅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맞춤형 서비스다. 이는 콘텐츠 결정권을 소비자에게 주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헤이스팅스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훨씬 많이 제공”해 앞으로 “영화 추천을 훨씬 정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24 고객의 개인화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게 헤이스팅스의 생각인 셈이다. 실제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으로 거론되는 게 바로 이 맞춤형 서비스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예컨대 2006년 넷플릿스는 ‘넷플릭스 100만 달러 챌린지’라는 도전장을 전 세계의 통계학자, 수학자, 경영과학자 들에게 던지고 자사 고객들의 영화 소비 행태 자료를 인터넷상에 공개할 테니 고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추천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만든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상금으로 지급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수상 조건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추천된 영화를 선택할 확률이 기존에 넷플릭스가 추천한 영화를 선택할 확률보다 10퍼센트 높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3년 동안 진행된 이 대회에는 전 세계 150개국에서 예측·모델링 전문가 2만 개 팀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는데, 이렇게 해서 기존의 넷플릭스의 알고리즘보다 10퍼센트 이상 향상된 추천 시스템이 개발되었다.25

맞춤형 서비스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맞이해 넷플릭스는 자사 서비스
에 소셜 기능을 접목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콘텐츠 이용 확산을 꾀하고 있다. 2013년 3월 넷플릭스는 소셜 기능을 추가해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자신이 시청한 영화나 TV쇼 목록을 페이스북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영상(Friends’ Favorites)은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영화나 TV쇼를 등급별로 보여주고 친구들이 시청한 영상(Watched by Your Friends)은 페이스북 친구별로 시청한 동영상 목록을 나열해주는 식이다.26

고화질 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11월 13일 AP통신은 넷플릭스가 자사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방식을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맞게 재조정했다며 이날부터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나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등의 셋톱박스를 통해 인터넷과 연결된 모든 텔레비전에서 넷플릭스의 TV메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서비스는 스트리밍 기기와 상관없이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TV에서 모바일 기기 응용프로그램(앱)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용자는 개별 콘텐츠마다 세부 안내사항을 볼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부각시킨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닐 헌트 넷플릭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번 서비스는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변화”라고 강조했다.27

온라인 스트리밍 전쟁 시대의 개막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콘텐츠와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로 대박을 치면서 관련 산업에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위성·IPTV·케이블 등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코드 커팅(cord cutting) 현상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3년 미국 케이블TV 가입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퍼센트 감소했고 IPTV도 25퍼센트를 웃돌던 증가폭이 15퍼센트대로 급감했으며, 위성 TV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만 2,000여 명의 가입자 순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28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점차 자체 제작과 맞춤형 콘텐츠 배포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종혁은 “인터넷 TV 시장의 주도권을 향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거인들의 경쟁이 뜨겁다. 미국 시장에서는 소니·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애플 등 굴지의 IT 기업들이 속속 인터넷 TV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기존의 케이블·위성방송 주도했던 콘텐츠 공급지형을 바꿔놓는 형편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만간 스마트폰·태블릿 PC 등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수요자 중심의 미디어시대가 열릴 것으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전망한다.”29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을 두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지만 헤이스팅스는 자신만만하다. 그는
2014년 우수 콘텐츠를 확보해 “앞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창업할 때부터 자신의 목적은 확장이었는데, 1단계와 2단계로 삼았던 미국의 DVD 시장과 미국 내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성공한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3단계로 생각해왔던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린 이제 41개국에 진출했어요. 전 세계 국가 수가 200개가 넘잖아요? 우리한텐 아직 머나먼 길이 남아 있습니다”면서 넷플릭스는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다.

“책을 조금씩 나눠서 출간하지 않고, 완결된 책 한 권을 만들어 출간하는 것처럼, TV 시리즈도 그렇게 하길 원합니다. 미래엔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겁니다. 오늘 영화 두 편을 볼지, 한 편을 볼지 소비자에게 결정권을 줍니다. 소비자가 콘텐츠 소비를 모두 통제하게 된다는 말입니다.”30

넷플릭스는 아직 한국에는 상륙하지 않았는데,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경우에 한국에서도 코드 커팅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넷플릭스의 행
보에 한국의 유료 방송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1) 이신영, 「‘Cover Story’ 넷플릭스 창업해 포춘誌 선정 ‘2010년 올해의 기업인’ 1위 오른 헤이스팅스」, 『조선일보』, 2013년 12월 7일.
2) 송혜영, 「‘창조경제 포럼’ 미디어 소비 패러다임 진화와 방송 산업 창조경제화」, 『전자신문』, 2013년 11월 4일.
3) 이신영, 앞의 기사.
4) 이구순·권해주, 「잡스 이후…‘개방형 ICT 모델’ 주목」, 『파이낸셜뉴스』, 2011년
10월 6일.
5) 김용준, 「페이스북 이사회는 ‘거물 군단’」, 『한국경제』, 2011년 6월 25일.
6) 안호천, 「‘창간 31주년 특집 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 넷플릭스의 파괴적 혁신」,
『전자신문』, 2013년 9월 24일.
7) 김선우, 「‘DBR 칼럼’ 시작은 ‘작은 문제의식’, 끝은 위대한 기업 창조」, 『동아일보』, 2012년 5월 31일.
8) 안호천, 앞의 기사.
9) 안호천, 앞의 기사.
10) 김보람, 「박수칠 때 떠나라: ‘글로벌 CFO’ 배리 매카시 전 넷플릭스 CFO」, 『머니투데이』, 2011년 3월 14일; 최준호, 「넷플릭스의 혁신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배워야 할
점」, 『뉴스토마토』, 2013년 12월 22일.
11) John Borland, 「복지부동 영화계, VOD 서비스 ‘빗장 열어라’」, 『ZDNet Korea』,
2005년 7월 9일.
12) 이신영, 앞의 기사.
13) 정진욱, 「동영상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리드 헤스팅즈’」, 『전자신문』,
2014년 1월 26일.
14) 이성현,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에 무게 중심」, 『전자신문』, 2010년 11월 23일.
15) 최준호, 앞의 기사.
16) 김나은, 「‘숙명의 라이벌 막전막후’ 콘텐츠로 부활 ‘넷플릭스’…시대에 뒤처진 ‘블록버스터’」, 『이투데이』, 2013년 11월 13일.
17) 임정욱, 「온라인 영화 서비스, 방송국을 치다」, 『시사인』, 제284호(2013년 2월 26일).
18) 김보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 비디오 즐겨 빌려보던 영화광…연체료 40달러 낸 뒤 창업 도전」, 『한국경제』, 2014년 1월 17일.
19) 김하나, 「TV 채널은 필요 없다…‘인터넷 드라마의 혁명’」, 『문화일보』, 2013년
10월 24일.
20) 유주희, 「방송 채널 위협하는 넷플릭스 미국 최대 유료 방송보다 가입자 많아」, 『서울경제』, 2013년 4월 23일.
21) 김성진, 「“넷플릭스·야후 나쁘게 본 건 멍청한 짓이었다”」, 『연합인포맥스』,
2013년 12월 26일.
22) 이신영, 앞의 기사.
23) 배준호, 「‘숙명의 라이벌 막전막후’ 리드 해스팅스 넷플릭스 CEO vs 조셉 클레이튼
디시네트워크 CEO」, 『이투데이』, 2013년 11월 13일; 강석,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유통 방식의 변화」, 『방송문화』, 2013년 1월호, 58~59쪽.
24) 이신영, 앞의 기사.
25) 김영걸, 「특정 플랫폼 고집하지 않고…외부서 아이디어 구하고…“넷플릭스는 경영전
략의 교과서”>, 『조선일보』, 2013년 12월 7일.
26) 원은영, 「‘넷플릭스+페이스북’…친구들과 시청 목록 공유」, 『아이뉴스24』, 2013년
3월 14일.
27) 김나은, 「넷플릭스, TV 브라운관 공략 나선다」, 『이투데이』, 2013년 11월 13일.
28) 김태헌, 「‘코드제로족이 뜬다’ TV 없어도 ‘드라마 킬러’…비결은 ‘손 안’에 있다」, 『이투데이』, 2013년 8월 26일.
29) 이종혁, 「글로벌 IT사 “인터넷TV 잡아라” MS 이어 소니 콘텐츠 송출 제휴…구글·
애플 등도 경쟁 가세」, 『서울경제』, 2013년 8월 18일.
30) 이신영, 앞의 기사.
 
* 글쓴이는 『트렌드 지식사전』 편저자입니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14년 4월 호에 실렸습니다.

기사입력: 2014/03/28 [20:5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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