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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추진 주역들 "이리 될 줄 몰랐다"
MB, 종편 통해 한국의 정치·사회를 보수로
 
김진오   기사입력  2014/03/20 [15:14]
19일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3년을 맞아 재승인이 이뤄지는 날이다.

당시 대표적 'MB 악법'으로 꼽힌 미디어법을 적극 추진했던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은 뭐라고 할까. 직접 들어봤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A씨.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상당히 미흡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B씨. “여론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때론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종합편성채널은 어디로 가버리고 보도채널로 가는 것 같아 아쉽다”.

청와대 관련 비서관 C씨. “시청자들의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에 기여했다고 본다, 하지만 종편들이 너무 공중파 TV를 따라가면서 돈과 인력을 많이 쓰고 있다.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당시 적극 찬성하며 방송에 나와 홍보 논리를 전파한 재선급 여권 관계자. “일자리가 2만 명 이상 증가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실제론 2천 명선이다). 기대만큼 신장하지 못했다. 종편들이 막말에 앞장서는 것을 보니 질이 너무 떨어지고 있다. 국민께 죄송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당시 문방위원이던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과 보수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할 땐 듣기 좋을 때도 있으나 때론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신문은 그렇게 제작하지 않으면서 왜 방송은 수준 낮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죽자살자 밀어붙이더니, 3년 지난 시점에서의 평가들이 대략 이런 수준이다.

현 새누리당 의원 2명은 “종편 출현으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좋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여론이 다양화하지 못하고 독점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장기적으로 보면 아쉽고 스스로 정리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6.4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당시 문방위원장이었다. "다수의 종편을 허가한다면 실패할 것"이라 예견했던 이다.

그는 18일 밤 전화 인터뷰에서도 “종편, 실패한거지. 종편다운 종편이 어디 있어. 종편들이 내상을 입고 있으면서도 오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방송법을 고쳐 다 풀어줘 잘하는 프로그램만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예상대로 지금까지의 종편은 ‘무늬만 종편’이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강래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상수 당시 원내대표의 경우 그 어떤 논리로도 설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종편 확신범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시중 방통위원장만이 유일하게 미디어법 처리가 무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최 위원장은 지금도 자기들이 과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조중동과 한 밀약을 지키고자 무리수를 뒀다”면서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당시 실세인 누군가로부터 그 얘길 들었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미디어법 처리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건 역시 안상수 전 원내대표뿐이었다.

그는 “종편은 방송의 다양화와 시민의 정치의식을 깨우쳤다고 본다"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송산업 발전에 기여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원내대표 유력설이 나돌고 있는 이완구 의원은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 특히 지역 여론을 선도하는 분들이 하루 종일 종편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보수 정당인 우리에게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바로 이 대목이 여당인 우익 정당에겐 장기 집권의 길을, 반면에 야당에겐 정권 탈환을 아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이 교차한다.

종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과도한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우익의 입장과 논리를 대변한다.

이는 여론을 왜곡시키고 그 결과는 우리 정치와 사회의 우익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일베'에서 보듯 지금도 그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 폐해가 바로 종편에서 비롯됐다는 게 야당과 진보학자들의 입장이다.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인 김만흠 박사는 “종편들이 우리 사회의 보수화 첨병처럼 움직이고 있어 야당의 정권 교체를 어렵게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날치기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정세균 의원은 “미디어법을 날치기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정권 창출을 도울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레드 카펫’을 깔아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종편들이 박근혜 정권 탄생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느냐”는 것.

새누리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종편의 보도와 시사프로로 말미암아 선거가 예전보다 쉬워졌으며 보수 정권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대로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익 정권의 장기화 발판을 닦은 인물로 기록될 개연성도 있다.

새누리당이 만약 이번 지방선거를 넘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까지 승리한다면? 수혜자는 박근혜 대통령, 그 기반을 닦은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일 것이다.

종편 3년이 나라 전체를 더욱 우측으로 기울게 만들었다는 얘긴데,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말을 곱씹어보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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