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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4개국의 불안 심리와 ‘전쟁하는 국가’
[인물과사상의 눈] 2014년 동북아는 역동적인 국면 창출, 한반도 전략은?
 
김종대   기사입력  2014/03/14 [15:19]
제1차 세계대전 전야와 유사한 동북아

지난 1월 말에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는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일본이 중국과 전쟁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 되는 해다. 당시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활발한 무역으로 경제 교류를 했음에도 전쟁을 했다”며 “지금 동북아 상황이 그 당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국가 지도자들이 일제히 전쟁을 외친다. 그 주인공들은 일본의 아베 신조,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 한국의 박근혜다. 냉전 이후 동아시아에 지역주의와 평화 공존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잠시, 이제는 저마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려는 속도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과거에 동아시아에서 사실상 국가급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밖에 없었다. 나머지 동북아 국가들은 전면전을 수행할 만큼 군사력이 강하지도 않았지만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전쟁을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일본은 평화헌법이 전쟁 국가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았고,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칼의 빛을 칼집 속에 감춘다는 의미로 공세적인 전쟁을 회피한다는 의미)’라는 상황 논리 때문에 전쟁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되었다. 한국은 작전지휘권 자체가 없는 기형적 군사제도 때문에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오직 전쟁을 자유롭게 말하는 행위자는 북한밖에 없었는데, 그건 북한의 정치적 속성 때문이지 북한이 전쟁을 지속시킬 수 있는 국력은 이미 소진되었다고 평가되었다. 전쟁을 불사하는 국가란 국가주의 정치 리더십과 국가 전쟁 지도 및 지휘 체계가 현대화되어 있고, 원정 및 신속한 공격이 가능한 현대화된 군대, 전쟁 지속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이 모두 구비된 나라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런 의지와 능력을 갖춘 나라는 오직 ‘역외 균형자(off-shore balancer)’라고 할 수 있는 미국뿐이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와 그 뒤를 잇는 군사비 감축의 압력,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렁텅이에 빠져 전쟁 에너지가 소진된 미국의 실상이 드러나자 동북아시아에서는 힘의 공백이 예견되었다. 이제껏 단일한 패권으로 인식되던 미국의 쇠퇴로 기존의 세력 균형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동북아 국가들은 변화된 환경에서 저마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때마침 북한의 핵 위기와 해양에서의 영유권 갈등은 전쟁하는 국가로 변신하는 데 상당한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들의 불안 심리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안보의 실패와 서양으로부터의 수난사에 축적된 오래된 불안 정서에서 이제는 강해진 만큼 ‘핵심 이익 수호’라는 국가적 자신감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조급성을 드러냈다. 일본은 1998년과 2009년, 2012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영토가 협박당한 사건으로 충격을 입었고, 떠오르는 중국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북한은 미 제국주의의 침략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과 불안에서 핵 개발을 서둘렀다. 한국은 한국전쟁의 집단기억이 강할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외세의 강점과 침입이라는 약소국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불안 정서와 피해 의식이 동북아 국가들에 거의 예외 없이 표출되면서 이제는 제대로 된 국가 안보를 수행하는 기계로서의 제대로 된 정부를 갖추겠다는 국가 위상의 정립, 즉 ‘위신의 경쟁’이 출현했다. 이제는 이런저런 역사적 굴레에서 벗어나 제대로 폼 나는 국가로 살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인식이 동북아 4개국에서 경쟁적으로 나타나자 국가급 전쟁 수행 체제를 갖추는 현상이 동시화되었다. 그 시점이 바로 2013년 하반기라고 할 수 있다.

‘신속’과 ‘공격’을 강조하는 중국과 일본

먼저 중국을 보자. 중국은 2013년 11월에 중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했다. 이와 함께 인민해방군의 총 7개의 군구를 5개로 통폐합하면서 과거 관리형 군대의 요소를 일소하고 전투형 사령부로 그 체질을 바꾸고 있다. 2013년 11월 공산당 제18기 3중전회에서 중국은 새로운 국방 정책을 ‘군대 체제 및 편제 조정 개혁’과 ‘군대 정책 제도 조정 개혁’으로 확정했다. 또한 국가안전위원회는 국무원, 당중앙위원회에 버금가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관장하는 중국 5대 핵심 중앙기구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진핑은 군 구조 개혁의 취지가 ‘신속성’과 ‘공격성’ 강화라고 지침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개의 군구사령부 중 지난, 난징, 광저우 3개 군구사령부는 핵미사일을 담당하는 제2포병사령부 전력과 지·해·공 합동 전력이 운용되는 통합 전투사령부라는 점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군벌 체제로부터 이어져온 군대의 관리형, 지역 토착적 성격을 일소하고 해양에서 적극적인 군사력 투사를 위한 전투형 사령부로 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의도는 명확하다. 남서군도와 서해에 이르는 해양에 중국의 핵심 이익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규모 군사력을 투사(projection)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나타난 모종의 계기가 있었다.

댜오위섬(일본명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과 무력 충돌의 위험까지 겪은 중국은 비밀리에 도서(島嶼) 지역에서 일본과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는데 중국이 패배하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 실험 결과를 중국 군사 지도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회람하면서 큰 충격을 받고 군 개혁을 서두르게 되었다는 소식통의 전언이 있다. 이 점을 유심히 본다면 중국의 군대 개혁은 단순히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탈바꿈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는 국가’로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이것이 이제껏 중국군의 현대화와 다른, 목표의 상향 조정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도 2013년 12월에 실질적인 전쟁 지도 기구이며 일본의 NSC라 할 수 있는 ‘4인 각료회의’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전쟁 전략은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보전략서(NSS)와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이 문서들에서는 과거의 방어적 표현이 대거 퇴색되고 공격적인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 많아졌다. 예컨대 과거에는 ‘미사일 방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은 ‘미사일 종합대책’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공중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의 미사일기지 자체를 정밀하게 타격한다는 공격적 의미까지 추가된다. 또한 일본의 육상자위대 7개 여단도 신속대응군, 즉 공격 부대로 체질이 바뀐다. 일본 언론이 2014년 1월 8일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이 공개한 올해 주요 활동 목표에 매년 포함시켜왔던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 맹세’를 빼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침략 전쟁은 하지 않겠으나 전쟁 그 자체는 마다하지 않겠다는 일본 지도층의 본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본의 전쟁 의지는 이미 2013년에 ‘일본판 NSC’를 출범시켰다. 평화헌법에 구애되지 않고 해외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체제로 재편되는 맥락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의 해상자위대로 기존에 16척이던 잠수함을 22척으로 증강하고 해상초계기를 100대 운용하며 준항공모함이라 할 수 있는 이즈모함 진수에 이어 대형 구축함으로 군사력 투사를 준비하고 있다. 항공자위대 역시 미국제 스텔스 전투기 F-35를 최우선적으로 도입하되 우선 도입하는 42대 외에 장기적으로 100대까지 확보하게 된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단순히 보통국가나 정상국가로 회귀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중국을 제압할 수 있는 수준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군사력의 공세적 운용 개념은 이미 2010년 방위계획대강에서 제시된 바 있다. 이제껏 전수방위를 위해 일본의 전략은 전 국토에 균형 있게 군사력을 분산 배치하는 ‘기반적 방위력 강화’에 있었다면, 이제는 군사력을 집중하여 신속히 투입하는 ‘동적 방위력 구상’으로 바뀌어 그 근본 방향이 전혀 달라졌다. 단순히 군사력 증강이라는 현상 자체만 보자면 해양 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면서 대륙 세력을 정벌하겠다는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다를 것이 없다.

한반도에 새로운 전쟁 위협의 대두

북한은 2013년 3월에 ‘3일전쟁’ 계획을 표방하며 북한의 NSC인 ‘국가안전 및 대외일꾼협의회’를 선보였다. 분명히 김정은 시대에 와서 북한군은 예전보다 현대적인 전술을 구사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며 서방의 군사전략을 학습한 것처럼 제법 세련된 정치군사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외에도 ‘1호 전투근무태세’, ‘전략 로켓트군’, ‘우리식 전면전 준비’ 등 무언가 현대화된 군사전략과 시스템을 형형색색으로 선보인다. 북한군의 전략과 전술도 핵무기와 미사일 중심으로 군사 교리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거리탄도미사일, 선군호·폭포호 등 신형 전차, KN-06 미사일,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실전 배치했다.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는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한 결과 미국의 양적 우세, 군사기술적 우세가 이제는 무의미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핵에는 핵으로, 정밀 타격에는 전자전으로 맞서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새로운 군사 교리가 구상되고 기획되는 곳은 총참모부 작전국이다. 이와 더불어 2013년 3월에 미사일지도국을 전략로켓군사령부(사령관 김락겸 중장)로 확대 개편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ICBM과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미사일 중심으로 군 전략을 새로 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군의 배치도 바꿨다. 과거 후방에 있던 기계화부대와 경보병부대를 전방 제대로 통합하여 제1제대와 제2제대로 단순화한 것이다. 특히 서해 5도에서 대치하고 있는 4군단의 전력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위성항법(GPS) 교란 장치와 무인공격기로 남한을 정밀타격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평택까지 타격하는 신형 장사정 무기는 또 어떠한가? 또한 세계 최대인 수천 명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심리전·해커 부대는 미국도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2013년에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이 국회에서 “북한과 일대일로 싸우면 우리가 진다”고 했다. 이 무렵 국방부는 지난 20년 가까이 간직해왔던 “북한이 대규모 전면전을 포기하고 소규모 국지전으로 도발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렸다. “북한은 대규모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것이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북한 군사력에 대한 평가를 수정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런 수정된 정보 평가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에 닫혔던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다시 열렸다는 주장이다.

김정은 시대의 군이 과거와 다른 점은 세대 교체의 가속화다. 2011년 12월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에 추대되고, 2012년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북한은 군의 주요 간부들을 젊은 3세대로 교체했다. 최룡해 차수(1950년생)가 총정치국장이 됨으로써 2세대 군 원로들을 제끼고 군의 최고 간부로 등장하면서 그보다 나이가 많은 군 간부들은 전원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군복을 벗었다. 정창현 교수에 따르면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후 200여 명의 60대 장성급이 전역했다”며 그 주요 사례로 인민무력부장인 70대 후반의 김영춘 차수가 물러나고 김정각 대장, 김격식 대장을 거쳐 현재는 50대의 1군단장 출신 장정남 상장이 임명됐고, 총참모장에는 70대의 리영호 차수가 물러난 후 현영철 대장, 김격식 대장을 거쳐 작전국장이었던 50대의 리영길이 승진됐고, 총참모부 작전국장에도 70대의 김명국이 물러난 후 최부일, 리영길을 거쳐 60대 초반의 군단장 출신 변인선이 임명된 점을 꼽는다.
 
이렇게 보면 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등 북한군의 핵심 부서 책임자가 모두 50대에서 60대 초반으로 교체되었다. 과거 소련에서 유학하면서 서구식 군사 전략에 눈을 뜬 인사들이 이 중 상당수이고, 이들이 주축이 되어 김정은식 현대화된 군사 전략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선 군단장도 대다수 교체됐다. 특히 2013년 리성국 중장이 4군단장으로 교체되는 등 휴전선 인근의 전방 부대 군단장(4군단, 2군단, 5군단, 1군단) 모두가 세대 교체되었다. 또한 과거 대장급이 임명됐던 군단장에 중장급(우리 군의 소장)과 상장급(우리 군의 중장)이 임명돼 군단장의 계급이 낮아졌다. 사단장들은 40대들로 교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한국은 2013년 12월에 대통령의 전쟁 지도 능력을 보완하는 ‘NSC 상설화’를 발표했다. 더불어 김관진 국방장관은 취임 이래 지난 3년여 동안 “방어자가 아닌 공격자로서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교리를 수행하려는 교과서적인 행보를 보였다. 적극적 억제 전략, 적의 중심 타격, 선제 공격 등 그가 쏟아낸 말은 일관되게 한 가지를 지향하고 있다. 극단을 지향하는 전쟁에서 공격자로서의 주도권 확보가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원칙은 신속성과 공격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와대에 NSC가 상설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분 단위로 군사 작전을 지도하는 체제, 예컨대 킬체인(kill-chain)이나 ‘맞춤형 억제 전략’과 같은 신속한 작전을 지도할 수 있는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한편 정부 소식통들에 의하면 박근혜정부는 2014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의 외교 안보에서 전략적 어젠다를 정립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전한다. 여기에는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데 반해, 우리는 그 참여가 느슨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듯하다. 한 관계자는 “이제 미국은 일본의 도움 없이는 동북아에서 ‘군사력의 투사’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전략도 일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추세의 반영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된 군사 블록에서 점점 더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한국은 미국이 북한 붕괴 시를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 계획으로 전환하자는 데 대해서도 소극적이지만 일본은 이미 그런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며, “향후 한반도 위기관리에서도 일본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최소한 미국의 동북아 재균형 정책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부에는 최대 압박이 될 조짐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속셈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 전략, 일본의 보통국가화, 중국의 신형대국론, 북한의 현대화된 전면전 계획과 같은 주변국의 새로운 전략적 어젠다가 출현하는 데 대해 이제는 한국도 자신만의 전략을 내보일 때가 되었다. 동북아 국가들이 각자 생존을 도모하면서 지역 정세를 주도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전략은 확실하지 않다. 기존에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튼튼한 안보와 지속가능한 평화”는 단순히 현 분단 상황을 유지하자는 현상 유지 논리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현상을 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려는 현상 파타의 담론들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응 어젠다가 필요한데, 그것이 최근 청와대 NSC 상설 조직 창설과 연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가 내놓은 국가 전략은 바로 통일이다.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으로 사실상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국가 전략이야말로 미래 한반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나타나듯이 동북아 국가들은 국가 생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 생존과 번영의 지표는 단연 ‘전쟁 수행 능력’과 ‘경제 성장’으로 압축된다. 이 두 가지 축으로 형성되는 국가 위상은 곧 주변 국가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해된다. 이에 반해 협력의 가능성은 경제와 군사라는 하드파워(hard power)를 보완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로서, 동북아 국가 내에서 힘의 배분 체제, 즉 상대적 힘의 배분이라는 국제 체제 속에서 더 상위의 위상을 점하려는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다. 힘의 우위를 통해 생존의 유리한 여건을 형성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필연적으로 단기적인 긴장을 감수하는 국가 정책으로 구체화된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북한의 평화체제 전환, 한국의 지속가능한 평화란 것은 실제로 군사력 증강의 강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지 실제로는 전쟁하는 국가로 변신한다는 본질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일단 동북아 정세가 긴장을 조성하면서 그러한 갈등을 활용하는 국가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상위의 긴장 축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지만, 그 변종된 형태의 긴장으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하위에서 작용하고 있다. 남북 간의 긴장 역시 여기에 포섭되는 하위 체제를 구성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한일 간의 외교적 갈등이 나타나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으며, 한일 협력이라는 또 다른 예외도 존재한다. 주요한 긴장의 축이 작동하면서도 예외적 상황이 조성되는 동북아 정세의 복잡성은 곧 동북아 정세가 “갈등이냐, 협력이냐”를 규정하는 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법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단순하게 지역 정세를 이해하자면 무정부적인 동북아 정세에서 국가주의를 내세워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이슈 선점의 경쟁이라고 보인다.

그 배경에는 국가적 위기의식 심화와 생존의 요구가 강하게 분출되는 도전과 응전의 변증법이 작동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 만큼 2014년은 다자간에 복잡성과 단순성이 혼재하고, 주요한 흐름과 예외적 상황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국면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쟁하는 국가들의 집합인 동북아가 과연 어디로 치닫게 될지, 현재로선 그 누구도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 글쓴이는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입니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14년 3월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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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3/14 [15: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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