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부문-계층간 발전격차 벌린 규제완화
[김영호 칼럼] 재벌중심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은 한계, 규제강화 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4/03/05 [15:27]

87년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의 닮은꼴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하나 같이 규제완화를 맹신해 왔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이 모든 행정규제를 경제발전을 제약하는 해악으로 여기고 규제완화를 물신처럼 숭상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기업활동에 관한 행정규제를 완화하거나 특례를 만들면 국가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 까닭에 규제완화도 모자라 파괴, 철폐, 혁파를 외치며 규제완화에 박차를 가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후유증 따위는 개의하지 않는 공통점을 가졌다.

규제완화는 시장주의와 함께 신유주의의 양대 축이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에 들어 만성적인 재정-경상수지 적자 해소책을 해외시장 개방을 통해 찾기로 했다. 자국의 상품-자본-기술-노동이 가는 길을 가로막는 개별국가의 행정규제를 시장주의에 입각해 철폐시킨다는 통상전략이다. 신자유주의는 1989년 공산주의의 붕괴와 맞물려 세계화 물결을 타고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한국이 미국의 발전전략을 답습해 규제완화를 합창하고 나섰다.

노태우 정권말기부터 개방압력이 세계화라는 바람으로 불었다. 김영삼은 그것을 국정운영의 목표로 설정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다고 대비책도 강구하지 않은 채 자본-금융시장을 개방했다. 그 바람에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라는 국가경제 파탄을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김대중은 경기진작에 집착한 나머지 1998년 규제개혁위원회까지 만들어 규제완화를 밀어붙였다.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일거에 철폐해 투기광란을 촉발했다. 카드대란도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산물이다.

노무현도 규제완화를 맹신했다. 230개 골프장 무더기 허가가 대표적이다. 행정절차를 규제개혁위원회에 맡겨 한꺼번에 푼 것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국종속화를 촉진했다. 미국의 행정체제에 맞춰 한국의 행정규제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친재벌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은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행정규제의 상징이라며 밤새 뽑아냈다. 그 여세를 몰아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순환출자금지와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대통령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버리고 대신 경제활성화를 들고 나왔다. 손톱 밑 가시를 뽑는다며 규제완화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모든 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역설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직접 챙기겠다고 한다. 규제완화의 완결판을 만들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토록 규제완화를 열창해왔는데 아직도 풀어야 할 행정규제가 그토록 많이 남았는지 모르겠다.

규제완화 이전에 존속할 가치가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는 규제,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 환경보존에 관한 규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규제 등등은 완화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부문간-계층간의 발전격차가 심화시켰다.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위해 존속할 가치가 있는 규제까지 철폐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의 생존기반을 박탈한 것이다.

맹목적적인 규제완화가 독과점을 심화시킴으로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존립기반을 붕괴시켰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명목으로 내세운 규제완화는 고용불안을 고조시키고 임금격차를 벌려놓았다. 부동산 규제완화가 투기를 유발함으로써 빈자의 소득을 부자에게 이전시켰다. 공적영역 민영화는 가격상승을 유발했다. 산업-시장논리에 근거한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져 출산율 저하를 가져왔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다. 계층-학력-지역간의 소득-발전격차로 반목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산업간에도 대기업-중소기업, 수출기업-내수기업간의 발전격차가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한다. 재벌기업이 우월자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을 넘어 자영업자의 영역까지 수탈하고 있다. 맹목적적 규제완화가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경제적 약자의 생존기반마저 와해시켜 버린 것이다.

재벌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은 한계에 달했다. 부문-계층간의 발전격차 완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진작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규제완화(deregulation)가 아닌 규제강화(reregulaltion)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완화로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 빈자는 가난해서 부자는 돈이 넘쳐 내수시장 진작에 기여하지 못한다. 부자는 자동차도 옷도 외제품을 사고 술도 외제를 마시고 관광도 해외로 나가며 집도 외국에다 산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4/03/05 [15:2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