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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빨가벗은 당신을 노린다
[김영호 칼럼] 모든 개인정보가 털린 당신은 ‘유리감옥’에 갇힌 형국
 
김영호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개인정보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침탈되고 있다. 카드3사의 고객정보 유출사태는 단순히 끝날 사안이 아니다. 금융회사는 고객정보를 계열회사-제휴회사는 물론이고 다른 금융회사와도 공유한다. 여기에다 그 동안 유출된 통신사, 백화점, 포탈, 유통회사의 정보를 합하면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가 다 털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국은 모든 국민에게 주민인식고유번호를 부여하여 감시체제를 구축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나라이다. 모든 국민의 모든 개인정보의 중앙집중적 집적이 가능한 것이다. 그 까닭에 그 피해는 시간이 가면서 거대한 ‘정보공황’을 일으킬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학교, 성적, 고향, 성품, 교우, 주소, 가족, 재산, 소득, 세금, 군역, 병력, 신용, 차종, 휴대-자택-직장전화, 직장정보, 주거실태, 금융거래, 상품구매, 전자우편, SNS계정 등등 모든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 전자우편과 SNS계정을 드려다 보면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휴대전화를 엿들으면 당신이 누구와 무엇을 통화하고 문자로 교신하는지 안다. 당신의 옥외활동도 CCTV, GSP, 출입증, 통행증이 빠짐없이 기록한다. 휴대전화 통해 위치를 추적한다. 신용카드는 당신이 어디서 언제 무엇을 사고 먹고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고 내렸는지 알려준다.

국세청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벌었는지 안다. 행정안전부는 인별-가구별로 부동산 소유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청은 모든 전과사실을 기록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는 초-중-고교 재학생-졸업생의 생활기록부를 수록한다. 금융전산망은 오늘 얼마를 인출-예탁했는지 보고 있다. 금융회사는 1,000만원 이상 현금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한다. 출입국관리소는 언제 어느 나라를 다녀왔는지 다 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소득, 재산, 병력을 파악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국가기관 전산망이라고 얼마나 안전한지 의문이다.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개인정보를 범죄 목적으로 악용하기가 한층 더 용이하다. 이제 개인정보는 국경을 넘어 테이터베이스 마케팅을 이용한 국제조직에 의해 거래된다. 미국 아틀란타 근교에 본부를 둔 ‘초이스포인트’가 대표적이다. 2008년 2월 정보회사인 렉시스넥시스의 자회사가 이 회사를 현찰 36억달러에 매입했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170억건의 개인-기업의 정보를 집적하고 있다. 고객만도 10만 곳에 달한다. 그 중에는 7,000개의 연방정부-주정부-지역법집행기관이 포함되어 있다. 2007년 매출액이 9억8,200만달러나 된다.

이 회사가 라틴 아메리카 10개국 주민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미국 정부기관에 판매해 온 사실을 2003년 4월 AP가 폭로했다. 멕시코의 6,500만명 선거인명부와 600만명 차량등록부를 연방 법무부에 6,700만 달러에 매각했다는 것이었다. 니카라과 정부는 자국민의 은행계좌, 부채잔고, 주택등기 등 사적기밀을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전국 유권자 3,000만명의 선거인 명부를 통째로 매입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 정부는 이 개인정보를 입국-이민-귀화의 허가자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초이스포인트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의 알 고어가 대결한 200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테크놀러지 온라인이라는 정보회사가 1998년 플로리다주와 400만달러에 선거권이 없는 주민명단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초이스포인트가 2000년 2월 이 회사를 매입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제공한 명단 중의 5만7,700명이 주로 민주당 성향의 흑인-히스패닉으로서 강력범 전과가 없는데 잘못된 정보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초이스포인트가 당시 부시 후보의 동생 제브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결탁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불법유출된 개인정보가 주로 우편-전화를 통한 마케팅 자료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악용한 금융사기수법이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형태로 피해가 확산될지 모를 일이다. 개인정보를 범죄조직에 팔아 말썽을 빚은 초이스포인트는 직원채용 점검정보도 판매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 회사의 개인정보를 직원채용 검증자료로 활용했다. 보험가입, 임대계약, 채권추심과 그 밖에 각종 감정, 인증, 증명 등을 위한 자료로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도 곧 그 날이 올 것이다.

정보기술시대에 모든 개인정보가 털린 당신은 ‘유리감옥’에 갇힌 형국이다. 그 누군가 빨가벗은 당신을 노리고 있다. 그는 국가권력, 자본권력 또는 범죄조직일 수 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4/02/05 [22:1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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