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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왕, 국민은 봉…기막힌 공공요금 인상
공공요금 인상 뒤의 비정상적인 먹이사슬
 
권민철   기사입력  2014/01/21 [23:53]
박근혜 정부가 새해 들어 공기업 개혁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각 부처 장관들이 산하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모아놓고 호통 치는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흡사 부처(장관)는 포청천, 공기업(사장)은 죄인 같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공기업이 망가진 것은 상당부분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뇌사 상태인 환자의 손발만 수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기업 수술이 성공하려면 진단부터 옳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기업 개혁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CBS노컷뉴스는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과 방식을 제시하는 기획보도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는 재작년 23조 8,000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으면서도 전기료 1,500억 원을 감면받았다.

정부가 ‘산업용고압’ 전기 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한 덕에 일본의 기업들이 내는 수준의 56%를 할인받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최근 3년간 대기업 20곳이 할인받은 전기요금은 2조 731억 원. 반면 한전은 7조 3,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5.4%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대기업에 혜택을 주느라 많은 희생을 유발시킨 것이다.

가천대 홍준희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전기를 OECD 평균의 절반가격에 제공받고 있으면서 이로 인해 공기업인 한전의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것은 다시 국가 재정을 어렵게 만들고 가계 부분에도 어려움을 주면서 최종적으로 기업에게도 내수 축소라는 부작용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요금은 지난 정부에서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동결한 측면도 컸기 때문에 올리는 것 자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전기사용량 가운데 주택용은 13.6%에 불과한 반면 산업용은 50.4%에 이르기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려봐야 큰 도움이 안 된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마른 수건이라면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젖은 수건 상태”라며 “수건을 짤 때 마른 수건 보다는 흥건히 젖은 수건을 짜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철도요금도 문제다.

화물노선의 경우 운송료가 적정원가의 60%에도 못 미친다. 철도 전체노선 평균 원가 78.8%보다 훨씬 낮다.

수출물류기업, 정유사, 시멘트 회사 등 화물노선의 주요 고객인 대기업들을 도와주기 위해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코레일의 영업손실을 보면 물류철도에서 4,305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코레일의 영업적자 규모가 매년 4,000억 원~7,0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다른 철도 운임을 인상해야 한다.

코레일도 올해 철도 요금 5% 인상을 내부 목표로 정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때문에 생긴 적자를 일반승객에게 전가하려는 속셈이다.

고속도로 요금도 그렇다.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68년 건설돼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는 30년이 이미 경과한 데다 투자비의 2배가 넘는 통행료를 회수한 상태라 통행료를 받는 것이 옳지 않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한 해 평균 300억 원 정도의 통행료를 거두고 있는 경인고속도로의 무료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만성적인 경영난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무리하게 도로 건설 사업을 벌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금융부채만 7.6조 원이 증가해 이 기간 5.7조 원의 이자비용을 날렸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투자 확대의 목적으로 무리하게 도로를 건설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 10년간 준공된 도로 이용률이 예측 대비 39.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민자고속도로 정책도 공사 경영에 타격을 줬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비수익 노선은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건설하니까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쳐도 수익노선을 민자에게 몰아주는 것은 문제다. 지난 10년의 도로 정책은 돈 되는 건 모두 민자에게 주는 것이었다. 도로공사의 재무구조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구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취임한 김학송 사장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인상해 부채를 해결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역시 통행료의 원가 보상률이 낮아 요금을 현실화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고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공공요금 인상을 검토하기 전에 국가 재정정책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사회공공연구소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요금 인상이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려면 원가보다 낮게 책정돼서 그동안 이득 얻었던 사람이 뱉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일괄적으로 공공요금을 인상할 것이 아니라 각 분야마다 어떤 쪽에서 원가보상으로 혜택을 봤는지 먼저 따져본 뒤 거기에 맞게 요금을 현실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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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1/21 [23: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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